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7. 1. 14. 선고 95구22322 판결

주문

피고가 1995. 7. 7.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N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 신청사건에 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피고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한 그 나머지 부분은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재심 판정의 경위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3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들과 원고들 보조참가인(이하 원고들 보조참가인들을 포함하여 원고들이라고만 한다)은 부산지역에서 수산물을 냉동, 냉장 보관하는 창고업자들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조합이라 한다)은 당국으로부터 근로자 공급사업허가를 받아 소속 조합원들을 원고들이 경영하는 창고에 노무원으로 파견하여 수산물의 상, 하차 및 선별작업을 해 오고 있는 조합이다.

②

참가인 조합에서는 1995. 1. 11.부터 같은 해 2. 17.까지 사이에 5차에 걸쳐 원고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들은 참가인 조합에서 파견된 근로자들과는 사용, 종속관계가 없어 단체협약체결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③

이에 참가인 조합은 같은 해 2. 28. 부산광역시 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들 보조참가인들을 제외한 원고들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여, 동 위원회에서는 같은 해 3. 29. 위 원고들의 단체협약 체결거부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함과 아울러 원고들에게 위 단체협약 체결요청에 즉시 응하라고 명령하였다.

④

그러자 이번에는 위 원고들이 이에 불복하여 같은 해 4. 25. 피고에게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7. 7. 위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원고들은 참가인 조합에서 파견된 조합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을 뿐더러, 이들에 대하여는 아무런 인사권, 작업지시권, 근로조건 결정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이들에 대한 임금도 원고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인 조합이 직접 화주들로부터 지급받는 등, 원고들과 위 조합원들 사이에는 사용, 종속관계가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체결의무가 없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피고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참가인 조합의 주장

참가인 조합 소속 근로자들은 원고들 창고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므로 원고들 담당직원의 작업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참가인 조합이 클로우즈드 숍(Closed Shop)인 관계상 원고들의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기는 하나 원고들의 징계요구가 있으면 참가인 조합은 이에 응하여 해당 근로자를 징계하고 있고, 위 근로자들은 원고들 회사의 제복을 입고 소방대원으로 조직되어 있는 등 원고들은 원고들 사업장에 파견되어 있는 참가인 조합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임금도 세금문제 등 원고들의 편의를 위해 화주로부터 직접 받고 있을 뿐이며, 또한 노무의 집단적 제공과 이에 대한 반대급부의 대가관계가 성립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은 어느 특정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자들만을 구성원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도 실질적인 사용, 종속 여부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근로관계상의 이익에 대하여 영향력을 미치는 자를 사용자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피고 보조참가인은 원고들에게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처분의 적법여부

가.

사실관계

앞서든 증거들 및 갑 제4,5,6,11,13,14,15호증, 갑 제12호증의 11 내지 17,22,26, 을 제6호증의 4의 각 기재와 증인 O, P, Q의 각 증언(P, Q의 각 증언 중 뒤에 일부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어긋나는 증인 P, Q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①

참가인 조합은 항만, 철도, 수산물의 하역업, 운송업, 보관업 및 이와 관련되는 부대업 또는 기타 사업체에서 단순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1980. 12. 1. 부산직할시장에게 그 설립신고를 하고, 1981․ 4․ 16․ 법인설립등기를 마친 조합으로서 L노동조합연맹 산하 지역노조 중의 하나이다.

②

참가인 조합은 구 직업안정법(동 법률이 폐지된 후에는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 제17조에 의하여 당국으로부터 근로자 공급사업허가를 받아, 원고들이 경영하는 냉동, 냉장창고에 입,출고되는 수산물의 상,하차, 선별작업을 참가인 조합이 독점적으로 도급받아 하기로 하는 내용의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동 계약에 따라 참가인 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원고들에게 노무원으로 파견하여 위 작업을 계속해왔다.

③

원고들이 경영하는 창고에 보관되는 수산물은 대체로 운반 - 하차 - 선별 - 입고 - 출고 - 상차의 과정을 거치는데, 참가인 조합에서 파견한 노무원들은 위 작업과정 중, 상,하차 및 선별작업만을 수행하고 나머지 작업은 원고들이 자체 고용한 다른 근로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조합원들의 상,하차 작업은 운송차량에서 냉동어류를 하차하거나 운송차량에 상차하는 단순한 작업이며 선별작업이라는 것도 겉면에 쓰여진 종류대로 나누어 쌓기만 하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일 뿐이다.

④

참가인 조합은 1994년 들어 원고들의 징계요청에 따라 극소수의 근로자를 취업중지 시킨 적이 있기는 하나, 조합원들에 대한 임용·해임 · 징계 등의 인사권은 어디까지나 참가인 조합이 전적으로 행사하고 있고, 또한 참가인 조합은 일방적으로 원고들의 창고에 파견되는 조합원들의 인원수와 구성원을 결정하여 원고들에게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된 조합원들의 작업통제와 노임수령 등을 위하여 그들 중 작업반장(일명 연락원), 부반장, 서기를 임명하고 있다.

⑤

참가인 조합은 작업반장을 교체하는 경우 이외에는 파견조합원들의 인사내용에 관하여 이를 원고들에게 일체 통보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증원 또는 감원하거나 다른 작업장으로 전보하는 등 하여 원고들의 작업장마다 상주하는 조합원이 고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원고들로서는 그 작업장에 파견된 조합원의 수와 그 인적사항 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⑥

원고들은 각자 창고경영을 위하여 취업규칙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로 종업원을 채용하고 있고 이들 종업원은 해당 원고와 사이에 통상의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 있어서와 같이 지휘,감독의 관계에 있으며 원고들이 그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종업원에 대하여 적용되는 복무규율이나 기타 제반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은 참가인 조합에서 파견된 노무원들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⑦

원고들의 창고에 파견된 조합원들은 정해진 출근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나, 작업에 대비하여 통상 원고들이 자체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작업시간에 맞추어 출퇴근하고, 근무시간 중 작업물량이 없는 때에는 조합원들을 위하여 별도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대기한다.

⑧

그러다가 원고들이 작업반장에게 작업지시를 하면 조합원들은 작업반장의 구체적인 작업지시에 따라 상,하차 또는 선별작업을 수행하며, 원고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야간이나 휴일에도 작업하고, 때에 따라서는 작업반장의 지시에 의하여 작업물량이 많은 다른 작업장에 일시 파견되어 작업하기도 한다. 그런데 원고들의 작업지시라는 것은 단지 작업반장에게 화주가 누구이며 작업대상과 수량이 얼마이고 선별 필요여부를 통보하는 정도일 뿐이다.

⑨

그리고 파견조합원들은 원고들로부터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각 작업장별로 서기직을 맡고 있는 조합원이 작업인원과 물량을 매일 파악하여 소외 R협회와 참가인 조합 사이에 체결한 노임협약이 정한 요율에 따라 상,하차 또는 선별작업을 한 물건의 품목과 그 작업량에 비례한 노임을 화주(貨主)로부터 그 날 그날 직접 수령하여 이를 적립하였다가 정해진 임금지급일에 해당 조합원들에게 각 작업량에 따라 분배, 지급하고 있으며, 당해 창고를 경영하는 원고들이 화주인 경우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상,하차 또는 선별작업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고있다.

⑩

참가인 조합이 위 중매인협회와 사이에 노임협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작업을 의뢰하는 화주 중 다수의 화주가 위 S시장의 중매인들이기 때문이고, 위 중매인협회에 소속된 중매인은 130명 가량인데 그 중 냉동 또는 냉장창고를 경영하는 사업주는 얼마 안되어, 원고들을 비롯한 냉동, 냉장창고업주들은 위 중매인협회와 참가인 조합이 노임협약을 체결하여 임금요율을 결정하는 데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⑪

그밖에 원고들과 참가인 조합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에 의하면 상,하차 및 선별작업에 관한 안전관리, 장비운용과 교육은 원고들과 관계없이 참가인 조합측이 맡아서 하고, 창고 바깥에서 상,하차 작업수행 중 발생하는 제반 사고에 관하여는 창고주인 원고들측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에 대한 배상을 원고들에게 청구할 수 없고, 창고에 파견된 조합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상의 건강진단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등의 후생복지에 관한 사항도 원칙적으로 참가인 조합에서 책임을 지기로 하여, 참가인 조합은 별도로 L하역근로자 의료보험조합에 가입하여 조합원들로 하여금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⑫

한편 원고들은 참가인 조합 파견 조합원들을 위하여 대기실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대기실 내 비품 설치라든가 대기실 운영비 등은 참가인 조합에서 부담하고 있다. 그리고 부산 소재 냉동창고 회사들 중 극히 일부의 냉동창고 회사에서 참가인 조합 근로자들에게 제복을 지급하고 소방대원으로 조직한 적이 있기는 하나, 원고들 중에는 원고 B 주식회사만이 1회 제복을 지급한 적이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제복을 지급하거나 소방대원으로 조직한 바가 없다.

나.

판단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9조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사용자를 노동조합에 대응하는 교섭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는 바, 위 법 규정 소정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 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3565호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참가인 조합으로부터 원고들이 경영하는 냉동, 냉장창고에 파견된 조합원은 원고들과 사이에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도 없어, 해당 원고에게 채용되어 그 근무체계나 지휘,감독하에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원고들이 그들에 대한 채용, 인사이동, 해고 및 퇴직 등에 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거나 그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없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조합원들은 원고들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화주로부터 직접 지급받고 있고 노임협약도 R협회와 참가인 조합 사이에 체결되는 등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관하여 원고들이 사실상 아무런 결정권이나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은 점, 그리고 파견 조합원들은 정해진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원고들이 이들에게 작업지시를 했다는 것도 작업대상을 정하여 작업을 지시하고 작업종료를 통보하는 정도로, 이는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자로서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지시로 위와 같은 정도의 작업지시를 가지고 원고가 이 사건 하역작업자들에 대하여 작업수행 과정에 있어서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참가인 조합은 작업반장을 통하여 파견된 다른 조합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 조합이 파견 조합원들을 위해 작업대기실의 비품, 운영비 등을 부담하고 파견 조합원들에 대한 후생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은 참가인 조합 소속의 파견조합원들과의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없어, 원고들은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39조의 규정에 따라 참가인 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지위에는 있지 않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위 단체협약 체결거부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피고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할 것이어서, 동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7. 1. 14.

판사 이규홍(재판장) 강신섭 양승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