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의 퇴직금에 대한 가압류와 압류
장안신용협동조합은 원고에 대한 1억 원의 대여금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2013. 5. 10. 수원지방법원 2013카단3705호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채권 일부와 퇴직금 채권 중 실수령액의 2분의 1을 가압류하는 내용의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은 2013. 5. 15.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주식회사 국민은행은 원고에 대한 347,261,444원의 대여금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2013. 7. 4. 의정부지방법원 2013타채12521호로 각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채권 일부와 퇴직금 채권을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실수령액의 2분의 1을 압류하는 내용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결정은 2013. 7. 8.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원고의 퇴직연금 청구권의 발생
피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한화생명'이라 한다)을 연금보험사업자로 하고 원고를 포함한 소속 근로자를 가입자로 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였다.
원고는 2014. 1. 7.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였는데, 원고의 퇴직금에서 소득세 등을 공제한 돈은 72,128,090원이었다.
퇴직금 지급 시기의 도래
원고, 피고, 한화생명은 2014년 1월경, 당시 퇴직급여에 대한 압류명령의 효력에 관하여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같은 쟁점에 관한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라는 이유로 퇴직급여의 지급 시기를 2013다71180 사건의 대법원 판결 선고 후 판결문 사본 일수일 3영업일 이내로 연기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대법원은 2014. 1. 23.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에도 불구하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연금채권 전액에 관하여 압류가 금지되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에 대한 압류명령은 실체법상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퇴직급여의 수령과 송금
피고는 원고에게 위 대법원 판결 이후 시중 은행들과 고용노동부에 질의한 결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가압류 또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하여 추심권 등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고용노동부 또한 위 판결의 효력과 관련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업무매뉴얼을 작성 중이며, 현재로서는 채무자에 직접 지급시 이중변제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원고가 먼저 가압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효력을 다투어 달라고 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지인의 당구장 사업에 일부를 투자하여 동업하기 위하여 돈이 필요하다면서, 퇴직급여의 절반에 대한 압류의 효력이 인정되더라도 나머지 절반은 자신에게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라도 빨리 지급하여 달라고 하였고, 피고는 이에 따라 2014. 2. 12. 한화생명에 퇴직연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한화생명은 피고의 요청에 따라 2014. 2. 13. 원고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증권번호: C)로 퇴직연금 72,128,090원을 이전하였다.
피고의 인사팀 직원인 D은 2014. 2. 14. 원고와 만나 '한화생명에서 퇴직급여의 반만 줄 수 없으니 다 받은 것으로 영수증을 작성하여야 한다'면서 원고에게 영수증과 송금위임장 작성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한화생명으로부터 해약환급금 72,128,090원을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해약환급금(IRP) 영수증'과 해약환급금 중 35,024,533원을 피고에게 송금하여 달라는 내용의 '해약환급금(IRP) 송금위임서'(이하 '이 사건 송금위임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한화생명은 2014. 2. 14. 이 사건 송금위임서에 따라 35,024,533원을 피고의 계좌로 이체하였다.
피고의 공탁
피고는 2014. 2. 28. 의정부지방법원 2014년 금 제848호로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라 35,024,533원을 공탁하였다.
의정부지방법원은 2014. 4. 24. 장안신용협동조합과 주식회사 국민은행에게 공탁금을 배당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호증, 갑2호증, 을나1호증 내지 을나1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주장과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퇴직연금 지급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본문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한화생명으로 하여금 원고에게 퇴직연금을 통화로 직접 그 전액을 지급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개인형퇴직연금 계좌에 퇴직금을 입금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한 화생명은 원고의 퇴직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하였다가 그중 35,024,533원을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고 피고에게 송금하였다. 이는 통화로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퇴직급여의 지급으로써 효력이 없다.
피고는 한화생명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퇴직급여 중 35,024,53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공탁 경위
설령 한화생명의 퇴직연금 지급이 유효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의무의 주체는 피고이고, 피고가 한화생명으로부터 퇴직급여를 받은 후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피고는 한화생명으로부터 35,024,533원을 송금받았으므로 이를 원고에게 퇴직급여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급여의 2분의 1만이라도 먼저 달라고 요구하였을 뿐 나머지 퇴직금을 공탁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위 돈을 공탁하였으므로 원고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
피고의 주장
퇴직연금 지급의 효력
한화생명은 퇴직연금 전액을 개인형퇴직연금 계좌로 입금하였고, 원고는 자필로 전액에 대한 영수증을 작성하였으므로 퇴직연금은 정당하게 지급되었다.
공탁 경위
원고는 피고가 설정한 퇴직연금제도를 통하여 퇴직금을 전액 퇴직연금으로 지급받았으므로 피고는 퇴직금 지급의무를 다하였다.
피고가 원고로부터 퇴직연금 중 35,024,533원을 송금받아 공탁한 것은 원고와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퇴직연금 지급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판단
퇴직연금 지급의 효력
근로기준법은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퇴직급여법이 정하는 퇴직급여 지급 규정과의 사이에서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으므로, 확정급여형 퇴직급여의 지급은 퇴직급여법 제17조 제4항에서 정한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원고에게는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9조에 정한 사유가 없고 원고가 계좌를 지정하지도 않았으므로 한화생명이 원고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을 자신이 운영하는 원고 명의의 개인형퇴직연금 계좌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퇴직급여를 지급한 것은 정당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지급방법에 따른 것으로서 유효하다.
공탁 경위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경우 사업자가 퇴직연금사업자로 하여금 적립금의 범위에서 지급의무가 있는 급여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면 그 금액의 한도에서 퇴직급여 지급의무는 소멸하고, 퇴직연금사업자가 지급한 급여가 퇴직급여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할 의무만 남게 된다(퇴직급여법 제17조 제2항, 제3항).
다만, 근로자가 퇴직연금 중 일부만 출금하는 것이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점(퇴직급여법 제17조 제5항,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제2조 제1항)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가 먼저 퇴직연금을 전액 수령하였다가 그중 일부를 사용자에게 송금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사업자와 퇴직연금 중 일부를 사용자에게 유보하였다가 추후 지급받기로 협의하여 퇴직연금 중 일부를 송금한 경우에는 단순히 퇴직연금을 전액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의 퇴직급여 지급의무가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연금 중 일부를 사내에 유보하기로 협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피고가 송금받은 돈을 공탁하기로 합의하거나, 적어도 원고의 동의를 얻어 원고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공탁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는 퇴직금의 절반만이라도 우선 수령하기 원하였으나, 관계법령에 의하면 퇴직자 자신도 퇴직연금의 일부만 중도인출할 수는 없고 개인형퇴직연금을 해지하여 전액을 받는 것만 가능하므로(퇴직급여법 제17조 제4항,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18조), 원고가 퇴직금의 절반만 수령하기 위하여는 그 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송금위임장 작성과 관련하여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가 주된 쟁점이었음에도 원고는 구체적인 송금위임장 작성 경위를 밝히지 않다가 D이 송금위임장 작성의 경위를 기재한 을나7호증을 이익으로 원용하였을 뿐이다.
D은 2013. 2. 14. 원고와 만난 자리에서 '송금위임서는 자필로 작성하고 인감을 날인해야 하고, 중요한 서류이므로 내용을 읽어보고 날인하여야 하며, 압류된 부분은 지급하는 데 위험이 있어 법원에 공탁할 것이니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는 안내를 하였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이 사건 송금위임서가 작성되었다(을나7호증).
만일 원고의 주장대로 D이 일방적으로 공탁할 예정이라고 통지하였다면 그 자리에서 다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송금위임장 작성과 관련하여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고 있고, 달리 그 자리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의 동의가 없는 경우 집행공탁에 불확지공탁의 요소가 가미된 혼합공탁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집행공탁을 하였던바, 이와 같이 원고를 피공탁자에서 제외한 것은 원고가 공탁에 동의하였음을 전제(원고의 동의에 의해 불확지공탁의 요소를 배제함)로 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가 내부적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압류의 효력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집행공탁을 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퇴직연금에 대한 압류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와 퇴직연금 지급시기를 연장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합의를 하는 등 이중지급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조심하는 행태를 보이던 피고가 원고로부터 송금받은 이후 태도를 돌변하여 내부적 판단에만 의지하여 이중지급의 위험을 감수하고 집행공탁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피고가 원고의 퇴직연금 중 절반을 수령하였다가 추후 지급하는 경우 지연손해금의 부담을 질 위험이 있는데, 피고가 이러한 부담을 감수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원고는 퇴직금 중 절반에 관하여는 법적 분쟁을 감수하더라도 나머지 절반을 수령할 필요성이 있었고, 법적 분쟁을 하지 않은 채 배당이 이루어지더라도 자신의 채무가 변제되는 효과가 있어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결론
원고가 퇴직연금을 적법하게 지급받지 못하였다거나 퇴직연금을 지급받았음에도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소멸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사 노태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