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8. 29. 선고 2018노127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건물, C호에 있는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근로자 50명을 고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한 사용자이고, 건설업 면허가 없는 E에게 서울 금천구 F 소재 공동주택 신축공사 중 목수,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에 관하여 하도급을 준 직상 수급인이다.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1호에 따른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10. 7.부터 2015. 10. 30.까지 위 사업장에서 건설업 면허가 없는 E이 고용하여 근로하다 퇴직한 G의 2015. 10. 임금 2,400,000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13명의 임금 합계 6,840,00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해석상 수급인에게 도급금액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직상수급인으로서 근로자에게 부담하는 임금지급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사실오인

수급인에게 도급금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해석상 직상 수급인이라 하더라도 하수급인에게 도급금액을 전부 지급한 경우에는 위 규정에 따른 임금지급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바,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이 E에게 도급금액 이상을 지급하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에게 위 규정에 따른 임금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같은 전제에서 임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위 규정은 2007. 7. 27. 신설 내지 개정되었는데 '불법 하도급으로 인하여 건설 일용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인 직상 수급인이 일정한 귀책사유(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4조 제1호는 그 사유의 하나로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를 들고 있다)가 있는 경우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44조와 달리 위 규정은 '귀책사유'에 관한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급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이고, 이에 따라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헌법재판소 2013. 5. 30.자 2012헌바195 결정,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도841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의 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건설업면허가 없는 E과 하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한 D 주식회사 내지 피고인은 E에 대한 대금채무가 남아 있는지 여부 또는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E에게 고용된 근로자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면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위에서 본 법리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E은 피고인 측과의 하도급 계약에 따라 위 공사 현장의 목조,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을 맡아 진행하였던 점, ② E은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공, 비계공 등 기능공은 공정별 책임자(L 등)를 통해 관리하였는데, 자재운반 등을 담당하는 일반 보조공(잡부)은 'K인력'이라는 회사를 통해 소개 받아 공사에 투입하였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들도 마감 작업을 신속하게 해 달라는 피고인 측의 요청에 따라 E이 'K인력'으로부터 소개 받은 일반 보조공들이었던 점, ③ 일반 보조공들의 근태관리는 대체로 E이 담당하였고(피고인 측 직원으로 현장소장인 J가 담당하기도 하였다), E이 일반 보조공들의 노임 내역을 월별로 작성하여 피고인 측에 보내면 피고인 측에서 이를 지급하여 왔고 2015. 9.경까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그 임금이 대부분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은 2015. 9.경 E 등과의 분쟁 및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은 적어도 미필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존재 및 그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도급금액 지급을 이유로 한 주장은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의 고의는 넉넉히 추단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도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