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간 균형 발전과 주민의 생활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로, 카지노업, 관광호텔업, 체육시설업 등을 하고 있다.
원고는 2000. 9. 4.부터 피고의 근로자로 재직하며 근로를 제공하여 왔다.
이 사건 약식명령의 확정
원고는 2018. 6. 22.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범죄사실’이라 하고, 이 사건 범죄사실에 기재된 행위를 ‘이 사건 행위’라 한다)로 벌금 2,000,000원의 약식명령(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8고약350호, 이하 ‘이 사건 약식명령’이라 한다)을 받았고, 이 사건 약식명령은 2018. 7. 17. 확정되었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사명령
피고는 2020. 3. 1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약식명령이 확정되었음을 사유로 2020. 3. 19.자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46조 제1항 제4호 및 제9호에 따라 직권면직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직권면직’이라 한다)을 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피고의 인사규정 등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8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이 사건 직권면직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는 무효임의 확인을 구한다.
피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의 근거로 내세우는 이 사건 인사규정은 2018. 3. 29.에 신설된 것이므로, 이 사건 행위에 적용될 수 없다.
이 사건 약식명령은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직권면직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다.
피고는 이 사건 직권면직에 앞서 근로기준법 제26조가 정하는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행위는 2015. 2. 5.경 있었는데, 이 사건 직권면직은 2020. 3. 19.에 이루어졌다. 이 사건 직권면직은 징계시효인 3년 또는 5년이 지난 다음 이루어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직권면직에는 징계재량권 행사의 일탈‧남용이 있다.
피고는 2016. 11. 14.경 이 사건 행위와 관련하여 원고를 카지노 고객팀에서 호텔 객실팀으로 전보(이하 ‘이 사건 전보’라 한다)하는 방식으로 원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 이 사건 전보 이후 또다시 이 사건 직권면직을 한 것은 이중징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 재직하면서 포상을 받은 공적이 있는 등 업무능력과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고, 이 사건 행위에 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 이 사건 행위의 정도 및 그 결과는 해고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지 않지만, 이 사건 직권면직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0. 4. 19.부터 원고가 피고에 복직할 때까지 무효인 이 사건 직권면직에 따라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직권면직과 같은 직권면직의 경우에는 징계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직권면직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인사규정은 원고가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한 행위를 했을 당시에도 존재했다.
이 사건 약식명령의 확정, 이 사건 범죄사실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직권면직 사유가 존재하고, 여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이 사건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6, 9호증, 을 제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2017. 10. 18.경 강원지방경찰청으로부터 위 경찰청이 내사 중인 도박개장 사건과 관련하여 원고와 E이 피고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
피고는 2019. 6. 14.경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에 ‘고객과 금전거래 및 외국카지노에 동반 출입하였다가 경찰에 입건된 후 위 영월지청에서 처분 종결한 원고와 관련한 사건의 처분결과를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19. 6. 19.경 위 영월지청으로부터 이 사건 약식명령 및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받았다.
원고가 이 사건 행위를 한 시점에도 피고의 인사규정에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6호와 동일한 내용이 존재했다.
원고는 이 사건 행위 당시 피고의 카지노 고객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카지노 고객팀은 카지노 회원고객 지원(회원고객 관리 및 지원 등), 카지노 회원영업장 운영관리(회원고객 출입, 접객, 예약관리 업무, 회원고객 서비스 제공 및 대행, 고객 면담 및 각종 불편사항 상담, 처리 등), 카지노고객 대상 이벤트 행사 기획 및 시행, 카지노고객 입장 관리 및 안내업무, 자금세탁방지 관련 사내 보고업무, 고객 대상 자금세탁방지 관련 안내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피고의 임직원 윤리행동강령(이하 ‘윤리행동강령’이라 한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별표 9] 카지노업 영업준칙(이하 ‘카지노업 영업준칙’이라 한다), 같은 규칙 [별표 10] 폐광지역 카지노사업자의 영업준칙(이하 ‘폐광지역 카지노사업자의 영업준칙’이라 한다)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어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제한하고 있다.
직권면직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단체협약 등에서 해고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통상 그러한 유죄판결로 인하여 ①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화되어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② 기업 내의 다른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되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③ 당해 근로자의 지위나 범죄행위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거래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④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관계가 상실됨으로써 근로관계의 유지가 기대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므로, 여기서의 ‘금고 이상의 형’이 반드시 실형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등 참조), 그 의미는 규정의 취지나 다른 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8423 판결 참조).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의 의미
이 사건 인사규정이 ‘교통사고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형벌의 종류와 관계없이 유죄가 선고된 때’를 직권면직 사유로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여기서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의 의미가 문제되는데, 이를 해석할 때에는 피고가 일반적으로 금지되는 카지노업을 예외적으로 영위하는 회사라는 사정과 이 사건 인사규정을 통해 이를 직권면직 사유로 정한 취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9,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에는 피고의 직원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회사에 직접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범죄나 직무수행 도중범한 범죄로 인한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관련 법령 등에서 피고 직원의 직무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금지하는 행위에 관한 형사사건 역시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가 이 사건 인사규정을 통해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형벌의 종류와 관계없이 유죄가 선고된 때를 직권면직 사유로 정한 것은, 그와 같은 범죄는 기업 내의 다른 직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되어 직장 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제는 도박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면서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카지노업을 허용하고 있다. 카지노업은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하여 재산을 탕진하게 하고, 사회적으로 근로와 경제에 관한 관념과 풍속을 왜곡시켜 노숙자 양산, 범죄 유발 등의 사회적 폐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는 그동안 관광진흥법에서 관광산업으로 건전하게 육성할 목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의 설치와 영업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했으나 석탄산업의 사양화 때문에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진흥시킬 목적으로 폐광지역지원법을 제정하여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 1개소에 한해서 한시적으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의 설치와 영업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2000. 10. 28.부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운영하게 되었다.
도박의 속성과 카지노의 특성상 카지노 이용자가 단번에 큰 이득을 보거나 일거에 손실을 만회할 심산으로 종래의 부정적인 결과와 장래의 승산에 대한 합리적 판단력과 자기 통제력을 잃고 무모하게 베팅하게 내버려 두면 카지노 이용자의 손실액은 한없이 커질 위험이 있다. 카지노 게임 종류별로 해당 승패율을 고려하여 대수의 법칙에 의하여 카지노사업자가 종국적으로 일정한 비율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카지노 영업이 설계됨에 따라 베팅을 하면 할수록 종국에는 카지노 이용자가 잃는 돈의 액수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피고는 위와 같은 도박의 개념, 도박중독으로 인한 문제 등을 피고의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또한, 윤리행동강령, 카지노업 영업준칙, 폐광지역 카지노사업자의 영업준칙 등(이하 ‘윤리행동강령 등’이라 한다)은 카지노 이용자에게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를 방지하거나, 카지노업의 폐해로부터 카지노 이용자를 최소한으로 보호하기 위해 피고의 직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피고의 직원은 위와 같은 교육 및 카지노 이용자를 직접 대면하며 업무를 수행한 경험 등을 통해 카지노 이용자가 합리적 판단력과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여 베팅하는 경우 재산상 손실을 당할 상당한 위험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윤리행동강령 등은 국가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운영하는 피고의 임직원들이 카지노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직무와 관련하여 준수하여야 할 규정이다. 이를 위반하여 카지노 이용자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는 피고의 직장 내 질서 유지를 저해하거나, 피고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이다.
직권면직 사유의 존재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의 카지노 고객팀에서 근무하다가 피고의 VIP 회원으로 신규 등록을 해주면서 알게 된 D에게 필리핀으로 도박을 하러 가자고 제안한 다음, 필리핀의 카지노로 안내하였을 뿐만 아니라 D에게 도박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D의 도박을 방조하고 자신도 도박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 이 사건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이 확정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즉 원고는 피고 직원의 직무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윤리행동강령 등이 금지하는 이 사건 행위를 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약식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약식명령 및 그 확정으로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그것이 확정된 경우’라는 직권면직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직권면직에는 이 사건 인사규정에 따른 직권면직 사유가 존재한다.
원고는 이 사건 직권면직의 근거로 내세우는 이 사건 인사규정은 2018. 3. 29.에 신설된 것이므로 이 사건 행위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행위를 한 시점에도 피고의 인사규정에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6호와 동일한 내용이 존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직권면직이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징계시효를 도과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취업규칙 등에 면직처분과 징계처분이 따로 규정되어 있으면서도, 면직처분에 관하여는 일반의 징계처분과 달리 아무런 절차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고 그 면직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사용자가 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고, 이는 면직사유가 실질적으로 징계사유로 보여지는 경우에도 달리 해석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9두4235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인사규정은 징계면직과 직권면직을 구분하면서 직권면직의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을 뿐 징계절차를 준용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직권면직은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형벌의 종류와 관계없이 유죄가 선고된 때’를 이유로 한 것인데, 이 사건 인사규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에는 위와 같은 사유가 징계사유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직권면직 사유가 징계사유로도 중복하여 규정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피고의 징계시행세칙(이하 ‘이 사건 징계시행세칙’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이 ‘징계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채용비리, 금품 및 향응수수, 공금의 횡령․유용의 경우에는 5년)이 경과한 때에는 이를 행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인사규정은 직권면직에 관하여는 시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 사건 징계시행세칙을 준용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이 직권면직에 관해서도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에 앞서 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직권면직이 이 사건 행위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3년 또는 5년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직권면직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26조가 정하는 해고예고를 거치지 않는 위법이 있는지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해고의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는 이상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참조).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직권면직에 앞서 원고에게 30일 전에 예고하지는 않았으나, 원고에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였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26조가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이 사건 직권면직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직권면직이 이중징계로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이중징계를 한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그 징계처분은 무효이나, 이처럼 이중징계에 해당하려면 선행처분과 후행 처분이 모두 법적 성질상 징계처분이어야 하고, 선행 징계처분이 취소됨이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어야 하며, 선행 징계처분과 후행 징계처분의 징계혐의사실이 동일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두10902 판결 참조).
판결에 의하여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음을 이유로 한 당연퇴직 처분과 징벌적 제재인 징계처분은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당연퇴직 처분이 일사부재리 또는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두12639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증인 F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2016. 11. 14.경 피고의 카지노 고객팀에서 호텔 객실팀으로 전보된 사실, 피고의 직원들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통상 호텔 객실팀보다는 카지노 고객팀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전보 당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행위 사실을 인지하고, 징계 목적으로 이 사건 전보 인사를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7. 10. 18.경 강원지방경찰청으로부터 위 경찰청이 내사 중인 도박개장 사건과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 이 사건 전보에 앞서 피고가 이 사건 행위를 인지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직권면직은 징계해고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이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에 그 당연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규정한 경우 그 의미는 규정 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종업원이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연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면직처분이 일종의 해고에 해당하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다만, 정관 등에 따른 당연면직처분이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 판단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당연면직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들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직권면직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이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직권면직이 징계권 행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므로 일방의 이익이 상대방의 손실로 직결되어 인간의 이기심과 사행심이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행위로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심대하다. 피고의 카지노업 운영은 폐광지역의 경제 진흥이라는 정책목표를 위해 카지노업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그 영업활동으로 인해 일반 국민의 근로와 경제에 관한 관념과 풍속을 왜곡시키거나, 카지노 이용자에게 과도한 사행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관리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윤리행동강령 등은 피고의 임직원에게 ‘도박을 목적으로 국내외 사행성 영업장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고객과 결탁한 부정행위 또는 국내외의 불법영업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카지노 이용자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일 피고의 임직원이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이는 개인은 물론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
카지노에서 이루어지는 도박은 대수의 법칙에 의하여 카지노사업자가 종국적으로 일정한 비율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베팅횟수, 베팅액수가 증가할수록 종국에는 카지노 이용자가 잃는 돈의 액수는 커질 수밖에 없다.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 재직하면서 여러 교육과 경험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해외에서 카지노에 출입하여 혼자 도박을 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카지노 고객팀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VIP 회원인 D에게 해외로 도박을 하러 가자고 제안하고 카지노까지 안내한 다음, 도박자금까지 제공하여 D의 도박을 용이하게 하였다. 이는 윤리행동강령 등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다.
피고가 내국인을 상대로 카지노업을 영위함에 따라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여 재산을 탕진하게 하고 인간성을 피폐하게 하며, 때로는 가족을 해체시키거나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고 사회적으로 근로와 경제에 관한 관념과 풍속을 왜곡시켜 노숙자 양산, 범죄 유발 등의 사회적 폐해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엄연히 존재한다. 피고의 임직원이 피고의 VIP 회원에게 정책적 목적의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합법적인 도박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불법적인 도박을 방조하는 행위는 피고 내의 다른 직원과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손상시키고, 직장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이다. 나아가 위와 같은 행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의 영업에 대한 우려를 더욱 확산시키는 등 피고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2020. 4. 19.부터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수현 이도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