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5. 10. 선고 2022가합10836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할부금융업무, 신용대출 또는 담보대출 업무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는 당초 근로자의 정년을 58세로 정하고, 근로자가 정년이 되는 해의 당해년도 말일에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19조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것으로만 규정하던 것이 의무적으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개정됨에 따라(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 그 시행일인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다.

이에 피고는 2015. 8. 1. 취업규칙,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모든 직원의 연령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만 56세에 도달하는 해의 초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6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①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의 개정은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그 절차적 요건인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

②

피고가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한 것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데 따른 당연한 의무 이행에 불과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단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삭감되었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여 무효이다.

3.

판단

가.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하자의 존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20호증, 을 제19, 20, 25호증의 각 기재, 증인 Q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2015. 7. 9. 피고 본사에서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취지와 그에 따른 주요 변동 사항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였으며, 그 참석 대상은 주로 팀장 등 상급 보직자였으나 일반 직원도 참석 가능하였던 점, ② 또한 피고는 2015. 7. 15.경 각 부서별로 ‘임금피크제 교육자료(주요내용 및 Q&A)’(갑 제3호증)와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안)’(갑 제4호증)을 함께 배포하였는데, 위 자료에는 취업규칙 개정의 주요 내용으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점과 도입방법 및 대상자, 임금변동 방식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피고의 내부품의문서(을 제19호증)에는 2015. 7. 15.부터 2015. 7. 24.까지 총 10일 동안 각 부서 및 거점별로 위 설명자료를 토대로 추가적인 설명회를 실시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③ 피고 직원들은 피고 사내시스템(인사ERP)에 접속하여 ‘동의’ 또는 ‘동의 안 함’ 버튼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동의 여부를 표시하였는데, 해당 화면에서도 임금피크제의 주요내용과 변경되는 취업규칙, 인사규정 등 조항의 신구대조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점, ④ 위와 같은 사내시스템을 통한 동의 절차를 거친 결과 전체 직원 1,791명 중 1,636명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한 점, ⑤ 피고 직원들은 위 사내시스템의 동일한 화면 내에서 ‘동의’ 또는 ‘동의 안 함’ 버튼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클릭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동의’ 버튼을 클릭하지 않으면 사내시스템을 이용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달리 위 동의 과정에서 피고가 근로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찬성하도록 회유하거나 찬성의 의사를 강권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등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등을 개정함에 있어 설명회 참석 기회 부여, 상급자를 통한 전달, 안내·교육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개정안의 내용을 주지시키고 그에 기반하여 그 수용 여부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거쳐 찬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 다음 사내시스템에서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의사를 취합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연령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4,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①

위와 같이 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②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1> 참조), 정년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③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④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임금체계 개편 조치로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나)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기본연봉은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에는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기본연봉의 90%, 2년차부터 5년차까지는 각 전년도 기본연봉의 90%로 보수의 삭감 정도가 크지 않고, 연봉인상률<3>을 반영하여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기본연봉을 산정하여 실제로는 전년도 기본연봉 대비 삭감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며, 학자금, 차량구입, 의료비, 주택자금대출 지원 등 복리후생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①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피고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 대하여 ‘필요 시 비교적 쉬운 업무로 전환배치’할 수 있음을 공지하기도 하였다(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9조).

라)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피고는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여 절감한 재원으로 2018년까지 146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였는바(2015년 신규 채용된 직원은 8명에 불과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 달성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