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타워크레인 부품제조업, 장비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건설노동자 등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약 75,000명의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피고의 설립과 조직 현황
피고는 전신인 C노동조합의 조직전환으로 설립되어 2007.3.2.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피고는 산하 10개 지역본부와 직종별 4개 분과위원회(타워크레인분과, 건설기계분과, 토목건축분과, 전기분과)를 두고 있고, 각 지역본부 산하에 직종별 지부인 타워크레인지부, 건설기계지부, 건설지부, 전기지부를 두고 있다. 피고 소속 조합원 중에는 건설기계 등 사업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원고의 단체교섭 거부와 피고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피고는 2023.4.1. 원고에게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상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2023.5.9. 상견례를 포함하여 2023.9.22. 제13차 교섭까지 총 14차례의 단체교섭 요구(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라 한다)를 모두 거부하였다.
피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거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9.18. D로 피고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피고와 교섭에 응하지 않는 원고의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가 금지하는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고는 즉시 피고와 단체교섭에 임하라는 구제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2.14. E로 피고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라는 사실과 원고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면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2024.4.1.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2025.6.13. 2024구합61841호로 위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피고가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당시 원고의 사업장에는 총 14명의 피고 소속 조합원이 존재하였으나, 이들은 2024.4.20. 이전에 모두 퇴직하여 현재는 원고의 사업장에 피고 소속 조합원이 남아있지 아니하다.
원고의 대표이사 F의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 진행
원고의 대표이사 F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였다는 노동조합법위반죄로 약식명령을 발령 받았으나,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인천지방법원 2024고정1865호로 현재 형사재판 계속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18호증, 을 제1 내지 8, 10, 1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레미콘·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사업자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이는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가목 또는 라목에서 규정한 노동조합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도 없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건설기계 사업자 등의 의결로 선출된 피고의 대표자는 적법한 선출절차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라고 볼 수 없고, 이들이 참여하여 이루어진 단체교섭 결의 등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현행법상 피고가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행정적인 절차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설립신고증이 교부된 노동조합의 법률상 지위를 박탈하는 법률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소를 통하여만 피고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원고가 피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항변의 요지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규정이라 할 수 없고, 설령 사용자가 위 규정에 의하여 무자격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지 않을 이익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이 위 규정에 의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의 노동조합법상 지위와 원고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였어야 하는지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을 통하여 밝혀질 것인 점, ③ 2024.4.20. 이후 원고의 사업장에 재직하고 있는 피고 소속 조합원은 없고, 피고도 원고에게 더 이상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는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거나 확인소송의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관련 법리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허용되므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정할 이익이 없어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과거의 법률관계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다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6.16. 선고 2022다207967 판결 등 참조).
판단
기초 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확인의 소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둘러싼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원고는 2023.4.1.부터 2023.9.22.까지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단체교섭요구에 원고가 응할 의무가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확인을 구하는 법률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 소속 조합원이 현재는 원고의 사업장에 재직하고 있지 않고, 피고가 원고에게 계속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위와 같은 과거의 법률관계가 당사자 사이의 현재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피고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원고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였고, 이는 원고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쟁점이 되고 있으며, 원고의 대표이사 F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대하여 현존하는 불안·위험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안·위험은 위 행정사건 및 형사사건의 소송절차에서 피고의 법률상 지위 및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으로 해소될 수 있을 뿐이고, 이 사건에서 그에 관하여 확인판결을 받더라도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유효·적절하게 해결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기판력이 위 행정사건 및 형사사건에는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원고는 이 사건 확인소송 외에 피고가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노동조합인지 여부를 확정할 수 있는 절차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의 노동조합법상 법적 지위에 대하여 판단을 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대세적으로 미치는 것이 아니고, 원고에 대한 법률관계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이다.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만으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원
판사 이현지
판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