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변경 전 상호 G 주식회사, 2014. 12. 31. H 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상호로 변경하였다. 이하 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피고’라고 한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위 흡수합병 이전부터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는 2012. 11. 14.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피고 노동조합과 2013. 1. 1.부터 당초 만 55세였던 정년을 만 58세로 연장하되, 만 55세에 도달하는 달의 익월부터 임금피크제(임금 지급률은 1차 년도에 기본 연봉의 70%, 2차 년도에 기본 연봉의 60%, 3차 년도에 기본 연봉의 40%)를 도입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를 거쳐 그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19조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것으로만 규정하던 것이 의무적으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개정됨에 따라(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 피고는 그 시행일인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 근로자의 정년인 58세에서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피고는 2015. 11.경부터 피고 노동조합과 수차례 협상을 거쳐 2016. 4. 11. 일반직 직원의 정년을 고령자고용법상 정년인 만 60세로 연장하되 기존 임금피크제를 변경하여 만 56세에 도달하는 달의 익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준칙’을 마련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9, 10, 11,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이미 근로자들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된 이후 시행된 것이고,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단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대폭 삭감되었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여 무효이다. 또한 원고들이 만 56세 미만의 근로자들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였는데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만 56세 미만의 근로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받았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과소 지급한 임금 상당액 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판단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연령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1, 12, 13, 16, 20, 23, 24, 26 내지 29, 3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인바, 위와 같이 60세의 정년을 강제한 법률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 자체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한 임금체계 개편 사유가 될 수 있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1> 참조), 정년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의 개정과 이에 따른 취업규칙 개정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났고, 그로부터 약 4개월 정도 지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는데, 그 짧은 시간적 간격에 비추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서로 연계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에 만 58세였던 법정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대응하여 인건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고자 시행된 것으로서 정년 연장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임금체계 개편 조치에 해당하므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여부 및 그 정도
원고들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기 이전부터 피고에 고용되어 있었고,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던 2013. 5. 22. 무렵에 나이가 만 51세 내지 52세로서 그 당시에는 만 58세에 정년퇴직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60세로 연장된 정년을 보장받게 되면서 정년 연장 조치와의 유기적 연관 하에 그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 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013. 1. 1. 도입된 기존 임금피크제의 경우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고, 기본 연봉 대비 지급률은 적용 1차 년도 70%, 2차 년도 60%, 3차 년도 40%였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그 적용시기가 만 55세에서 만 56세로 늦춰졌고 지급률도 적용 1차 년도 80%, 2차 년도 70%, 3차 년도 60%, 4차 년도 40%로 조정되면서, 원고들은 기존 정년인 만 58세까지 지급받게 되는 근로소득이 오히려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3> 만 58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 피크제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 대하여 기본급 외에도 중식비, 교통비 등 일부 급여 항목이 감액되기는 하였으나, 경영성과급, 조직성과급, 특별상여 등의 상여금은 위 적용 대상자에 대하여도 감액률이 적용되지 않고 지급되었으며, 학자금, 의료비, 문화활동비, 장기근속 포상금 등 복리후생 항목도 그대로 유지되었다(임금피크제 운영준칙 제7조).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업무 난이도,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에게 종전에 담당하던 대면투자상담, 금융상품 판매 등 업무보다 강도가 낮은 전화상담, 문서 수발신 업무 등 별도 직무를 부여하였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가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원고들이 만 56세 미만의 근로자들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였는데도 피고가 오직 연령만을 이유로 원고들에게 만 56세 미만의 근로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이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서 파생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대상조치에 따라 전화상담 업무 등 별도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들과 만 56세 미만의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도입 목적, 경위, 절차의 적법성, 내용의 상당성 등의 측면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고,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임금 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는 만 56세 미만의 근로자도 향후 적용 연령에 도달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되므로, 이들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이미 그 적용연령에 도달한 근로자가 더 불이익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각주1) 제28조(임금피크제 지원금)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법 제23조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이하 이 조에서 "임금피크제"라 한다)에는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급한다. 다만,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주에게도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급한다. 1. 사업주가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정년을 56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연장하면서 55세 이후부터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각주2) 제28조의2(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임금 감액에 따른 지원금)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법 제23조에 따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임금이 감소한 해당 근로자에게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가 적용되는 날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지원금을 지급한다. 다만, 해당 근로자의 고용기간이 2018년 12월 31일 전에 종료되는 경우는 그 고용기간 동안 지급한다.
각주3) 피고는 기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던 직원들에 대하여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지급률에 따른 임금과의 차액을 소급정산하여 지급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