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노318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공소사실 중 근로자 F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기각 판결을,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벌금 250만 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하였으므로, 항소심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E이 이 사건 회사의 어려운 자금상황을 알고 있었고 임금을 수개월간 지급받지 못하였음에도 계속 근무한 점, 이 사건 회사에 돈을 빌려주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 E과 사이에 임금 및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인이 E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변제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으로 기울이거나 장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등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던 것일 뿐이므로 이는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

3)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 받아들이지 않음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묵시적 합의를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① E은 이 법정에서 ‘퇴사한 이후 피고인과 사이에 미지급 임금, 퇴직금 지급기일을 연장해 주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피고인도 경찰 조사시 ‘E과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E과 사이에 임금 및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36조가 임금이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를 정하고 위 법 제112조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까지 삼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그러한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확실히 강제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위와 같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E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임금 및 퇴직금 체불에 대한 책임조각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정인 E과 지급기일 연장에 대해 합의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아니요. 없습니다. 다만, 회사 형편이 어려워 언제 지급하겠다는 정확한 지급날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사 형편이 풀리면 지급하겠다고 한 바는 있습니다’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60면), 피고인은 원심 및 당심 재판 과정에서도 막연히 ‘E과 지급기일 연장에 대해 합의하였다’고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연장하여 정해진 지급기일이 언제인지도 특정하고 있지 않은 점, E은 퇴직일 직후인 2022. 6. 2.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 체불과 관련하여 피고인에 대한 진정서(증거기록 15면)를 접수하였고, 2022. 7. 11. 근로감독관의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지불계획서(2022. 7. 31. 5,000,000원, 2022. 8. 31. 10,000,000원, 2022. 9. 30. 10,000,000원, 2022. 10. 10. 2,972,098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 증거기록 65면)를 작성하여 주자 피고인이 이를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진정을 철회하였다가 그 내용대로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자 곧바로 2022. 8. 1. 다시 진정서(증거기록 3면)를 제출하였는바 E이 이 사건 회사의 지급능력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해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고 기다릴 의사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는 달리 피고인과 E 사이에 임금 및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해 온 E이 위 회사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도 금원을 대여하여 주었다는 등의 재직 중에 사측에 호의를 베푼 사정을 두고 E이 퇴직 후에도 임금 및 퇴직금의 변제기일을 유예하여 준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거래처의 선급금 미지급 등의 사정은 단순히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사정에 불과하여 이를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E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이후인 2022. 7. 11.에 이르러서야 E의 진정으로 진행된 근로감독관의 조사 과정에서 위 ①항 기재 지불계획서를 작성하였을 뿐, 피고인이 E의 퇴직 이전에 구체적인 변제계획을 제시하고 E과 이를 협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은 위 지불계획서를 작성하고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아 E이 다시 진정서를 제출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사회통념에 비추어 임금 및 퇴직금 체불에 대한 책임을 면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 받아들임

피고인이 4년이 넘게 근무하고 퇴사한 근로자의 합계 약 1,500만 원에 이르는 임금 및 퇴직금 체불하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E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1,000만 원을 지급받았고(E 법정진술, 공판기록 55면), 당심 재판 진행 중 이 사건 회사 재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약 900만 원을 배당받은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인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