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구로구 B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C복지재단 D복지관(이하 '이 사건 복지관'이라고 한다) 대표로서 상시 3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복지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8. 3. 19.부터 2022. 3. 21.까지 근로 하다 퇴직한 E의 2020. 10. 연장근로수당 163,78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내역과 같이 연장근로수당 총 6,562,144원<1>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사회복지법인 C복지재단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복지관의 관장으로 채용된 근로자일 뿐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아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사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E의 추가 근로시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피고인의 지위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제2조 제1항 제2호). 근로기준법상"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고, '사업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
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도10873 판결,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은 2017. 1. 16.경부터 사회복지법인 C복지재단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복지관의 관장으로 취임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상 업무의 내용으로 '기관 운영전반관리(인사관리, 재무회계관리, 사업관리 등 위임받은 제반관리 사항), 기관 운영의 중요한 정책과 현안에 대해 법인과 긴밀히 협력하여 의사결정, 기관을 대표하여 제반사회적 활동'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위 재단의 운영규정 중 시설운영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시설장을 '법인 대표이사의 시설 운영과 감독, 직원 관리 등 권한의 일부를 위임받은 자로, 시설에서 법인을 대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은 실제위 근로계약서 및 운영규정에 따라 이 사건 복지관 운영에 대한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대외적으로 위 복지관의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복지관의 직원들 역시 피고인의 지휘 · 감독을 받고 근무하였고, 직원들의 시간 외 연장근무와 관련한 최종 결재자 역시 피고인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적어도 사업경영담당자 내지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고의 존부에 관한 판단
판단의 전제
피고인은 근로자 E이 퇴직한 이후에도 연장근로수당 6,562,144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위 6,562,144원은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서 산정한 연장근로수당의 산정내역표(증거기록 352쪽) 및 이 법원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에 첨부된 산정내역표를 토대로 계산된 것이다(최초 공소사실에서는 체불임금 합계액이 6,596,346원으로 기재되었으나, 이후 위 사실조회회신 결과에 따라 6,562,144원으로 수정되었다. 이하 위 사실조회회신 결과에 첨부된 산정내역표를 '이 사건 산정내역표'라고 한다). 그런데 위 사실조회회신 결과에 의하면, 결국 이 사건 기소는 ① 2018. 4.경부터 2019. 5.경까지의 월요일 출근 이전 30분, 2018. 4.경부터 2021. 11.경까지의 화~금요일 출근 이전 10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이하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이라고 한다), ② 근로자 E이 사전에 신청하여 승인된 연장근로시간을 통상임금 기준으로 계산한 연장근로수당과 실제 지급된 연장근로수당과의 차액 부분(이하 '이 사건 연장근로수당 차액 부분'이라고 한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나누어 판단하기로 한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위 규정은 근로자들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말하는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누9766 판결 참조).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은 추가 근무시간에 속하지 않거나 설사 이를 추가 근무시간으로 보더라도 사후적인 민사상 지급책임의 인정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이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복지관의 근로시간은 09:00경부터 18:00경까지인데, 위 복지관의 직원들은 위 복지관이 개관한 이래 매주 월요일의 경우 출근시각보다 30분 이른 08:30경,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출근시각보다 10분 이른 08:50분에 출근할 것을 권유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 각 조기 출근의 성격에 관하여 고소인 E 및 이 사건 복지관의 총무과장인 F은, 월요일 조회의 경우 15분 정도는 G교회 부목사님의 참석 하에 예배와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머지 15분 정도는 주간 회의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공유회'라는 주제하에 체조를 한 후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등을 읽은 후 자신이 맡은 업무를 발표하는 등 개인의 업무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은 주로 이 사건 복지관의 업무를 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위 복지관을 위탁운영하는 C복지재단의 특성에 따른 종교 행사 내지 아침 체조 등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실제 업무와 관련된 시간은 월요일의 경우 약 10~15분 정도, 화요일에서 금요일의 경우 1~2분 정도였던 것을 보인다.
또한 위 복지관 직원들은 해당 조회를 의무적으로 참석할 필요는 없었으며, 조회에 지각하거나 불참한다고 하여 인사상 불이익 등 다른 제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 역시 고용노동청 조사과정에서, 조회로 인해 조기 출근하지 않더라도 공식적인 인사상 불이익은 없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복지관 직원들은 해당 조회시간보다 늦게 출근하는 일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19쪽 내지 122쪽 참조). 또한 위 조회로 인해 직원들이 고충을 토로하자 이 사건 복지관은 2019. 6. 17.부터 월요일의 근로시간을 08:30~17:30으로 변경하였고, 2021. 11. 29.부터 화~금의 아침체조 시각을 09:00경으로 변경하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이 사용자의 지휘 · 감독하에 있는 근로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사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을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와 같이 연장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 산정내역표에는 월요일의 경우 2018. 4.경부터 2019. 5.경까지 일괄적으로 한 달 2시간, 화요일부터 금요일의 경우 2018. 4.경부터 2021. 11.경까지 일괄적으로 한 달 3시간으로 각각 계산하여 연장근로시간이 산정되었다. 그런데 이 법원에 제출된 E의 실제 출퇴근 기록을 보면 E은 해당 조기 출근 시각보다 늦게 출근하기도 한 것으로, 위와 같이 산정된 연장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과도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E에 대한 실제 출퇴근 기록은 일부기간에 관한 자료만 제출되어 있어 해당 기간 동안 E의 실근로시간을 산정할 근거 자료도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은 예배 및 체조 등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고 그 중 실제 업무와 관련되는 소요시간은 매우 적으므로, 추가 근로시간인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을 수 있는 점, E 등 이 사건 복지관 직원들은 이 사건 조기 출근이 시행되는 동안 이를 추가 근로시간으로 보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이 추가 근로시간에 해당하여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연장근로수당 차액 부분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산정내역표상 '지급되어야 할 연장근로수당'은 이 사건 조기 출근 부분을 제외하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 근로감독관이 E의 월별 급여명세서를 근거로 통상임금을 정하고 여기에 E이 피고인에게 사전에 신청하여 승인된 연장근로시간 및 가산율을 곱하여 산정된 점, ② 그런데 이 사건 복지관은 복지관 내부의 보수규정의 기준에 따라 통상임금을 정하여 그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따라서 설사 근로감독관이 계산한 연장근로수당이 계산상 적절한 금액이라고 보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실제 지급한 연장근로수당액이 잘못 계산된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특히 이 사건 산정내역표를 보면, 이 사건 연장근로수당 월별 차액 부분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기간의 경우 근로감독관이 계산한 '지급되어야 할 연장근로수당'보다 실제 지급된 연장근로수당이 더 많기도 했던 점, ⑤ 또한 이 사건 복지관은 이 달에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 해당 연장근로수당을 다음 달에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 사건 산정내역표는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지 않고 해당 달의 연장근로시간을 토대로 연장근로수당을 산정하였고, 일부 산정내역표 자체의 오류도 있어(예를 들어 E은 2022년 3월의 경우 연장근로수당으로 127,320원을 지급받았음에도 위 산정내역표상에는 해당 월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않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위 산정내역표상 산정내역을 그대로 믿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E의 연장근로수당을 체불한 것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피고인에게 이 사건 연장근로수당 차액 부분에 관한 사후적인 민사책임이 있다고 보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고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