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에서 15년간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자로서, 하도급계약 당시 C의 대표자인 L가 사망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C를 대리하여 위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고 C의 대표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전기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노동을 제공한 인부로서, 정식 고용절차를 거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사 이 사건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C는 하도급인인 주식회사 M(이하 'M'이라 한다)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2023년 3월분부터 5월분까지의 임금을 지급하였다가, 그 이후로는 M로부터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추가공사에 따른 임금체불의 결과를 발생시킬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임금체불의 고의가 없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M이 현재까지도 건축주와 법적 분쟁을 벌이면서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개인 자금으로 E에게 200만 원, G에게 400만 원, H에게 240만 원, I에게 76만 원을 지급한 점, 피고인이 2023. 8. 21.에 지급 각서를 작성해주면서 장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임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책임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사용자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데,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 급여 · 후생 ·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 · 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C는 2023. 2. 23. M로부터 서울 금천구 D 신축공사 중 전기공사를 2억 5,000만 원에 하도급받았다. 위 하도급계약서에는 C의 대표자로 L가 기재되어 있고, C의 사업자등록증에는 대표자가 N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을 C의 이사라고 하면서 대표자 L가 2023. 3.경 사망한 이후에는 자신이 C를 대리하여 공사계약을 체결해오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74쪽). 피해자들이 작성한 진정서에는 주식회사 C의 대표자 성명란에 'A(실제)', 'L(명의)'라고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들이 작성한 '체불임금 산정내역표'에도 사업장명에 '(주)C', 대표자명에 'A'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제54쪽).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직접 채용하였고, 이에 따라 H, E는 2023. 3.경부터 2023. 9.경까지, G, I는 2023. 4.경부터 2023. 8.경까지 위 신축공사현장에서 전기공사 일을 하였다. 피고인은 E, H, G, I에게 각각 일당 20만 원, 23만 원, 22만 원, 21만 원을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하고, 근로일수에 일당을 곱하는 방식으로 금액을 산정하여 2023년 3월분부터 2023년 5월분까지의 보수를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23년 6월분부터 2023년 9월분까지의 보수를 지급하지 못하였는데, 이에 피고인은 개인 돈으로 2023. 8. 24. E에게 200만 원, 2023. 7. 26. G에게 200만 원,2023. 8. 24. H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23. 8. 21. '상기 본인은 D 근생 상가건물 전기공사 업자로서 저희 반장님들 노임 2개월씩을 지불 못한 것을 8월 25일까지 1개월분을 지급하고, 나머지 1개월은 8월 31일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제7쪽).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은 적어도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해자들은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해자들은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큰 부분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임금체불의 고의의 존부 및 책임 조각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체불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등으로 책임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M은 건축주와의 법적 분쟁 등으로 피고인에게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용자가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사정에 불과하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금의 지급을 미를 수 있는 사유는 되지 못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책임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바이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2조 각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그런데 피고인이 M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위 공사대금 이외의 다른 지급수단을 모색하였다는 등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2023. 8. 31.까지 2개월분의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준 바 있으나, 피고인이 개인 돈으로 지급하였다는 금액도 1개월분의 보수에 미치지 않고, 피해자들은 "구두로 언제 준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피고인과 체불임금에 대한 지급기일 연장 합의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수사기록 제48쪽), 피고인이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하게 협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피고인에게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임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미지급한 임금이 총 5,000만 원을 초과할 정도로 다액인 점,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데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자료를 종합하여 형을 정하였다. 당심에서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피해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체당금으로 일부 금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피고인이 체당금을 변제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이를 피고인이 직접 피해를 회복한 것에 준하여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원심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유환우 임재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