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조합활동이자 쟁의행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에 불과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은 피고인들의 표현행위의 정당성과 그 전제가 된 집회의 정당성을 별개로 본 나머지 이 사건 집회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각 벌금 50만 원의 형에 대한 선고유예)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는,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려는 목적(같은 법 제1조)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형법 제20조가 적용된다는 것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즉 위와 같은 행위는 형법 제20조가 말하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벌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① 주체의 면에서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이고, ② 목적의 면에서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정하는 데 있으며, ③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④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구비하였다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위의 기준은 쟁의행위의 목적을 알리는 등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9도10516 판결 등).
피고인들을 포함한 H 주식회사(이하 '회사'라 한다) 소속 안전점검원들은 2021년 말경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2022. 2.경부터 회사 건물 앞과 주변의 보도 등에서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여 왔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가 이루어진 2022. 5. 10. 및 2022. 8. 11. 역시 위와 같은 집회 및 시위의 연장선상(특히 원심이 밝힌 바와 같이 2022. 8. 11.자 범행 당일은 사용자가 2022. 8. 1. 피고인들에게 부당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처분을 한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위와 같은 집회나 시위 자체가 위법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F의 실명을 사용하여 'F 양아치', 'F 쓰레기', 'F 개양아치', 'F 쓰레기 양아치'라고 종이에 기재하여 회사 건물 중앙현관 출입문 유리창이나 우측 외벽에 게시한 행위가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같은 법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20조를 적용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 업무방해 등 외견상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라 할지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체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절차적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게 개시된 쟁의행위의 목적을 공지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부수적 행위 혹은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실시하던 방식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행위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을 벗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근로자의 헌법상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유명무실하게 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실명과 함께 '양아치, 쓰레기, 개양아치, 쓰레기 양아치' 등으로 피해자를 표현하여 기재한 종이를 회사의 유리창이나 외벽 등에 게시한 행위는, 쟁의 행위의 목적을 공지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부수적 행위에 해당하지도 않고, 근로자들의 단결을 호소하고 부당노동행위 등을 행한 사용자를 비판하기 위한 내용도 아니며, 전체적으로 보아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을 벗어나지 않은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의 판시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이 사건 범행의 정도가 경미한 점, 피고인들이 회사의 부당한 인건비 착복이나 부당징계 등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것으로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점, 피고인들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들이 재범하지 않은 것을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였고, 검사가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이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며, 그 밖에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기록과 변론 과정에 드러난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양형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선지(재판장) 조규설 유환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