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3. 21.부터 2021. 6. 10.까지 연 5%의,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의 1/8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05. 2.부터 서울 강동구 C에 있는 'D병원'(이하 'D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병원장이다. D병원은 대장항문 등 소화기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외과전문의 7명과 내과전문의 6명이 근무하고 있다. 피고는 소화기 내과전문의이다.
D병원의 소화기 내과전문의로 근무하던 E이 2020. 1. 초순경 원고에게 2020. 2.말까지 근무하고 사직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원고는 새로운 내과전문의로 피고를 채용하기로 하고 2020. 1. 30.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의사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20. 2. 28. 오전 원고에게 당직근무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이유로 D병원에 출근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다. 이후 피고는 D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가 2020. 4. 20.부터 세후 약 1,300만 원의 월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다른 병원의 내과 전문의로 취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D병원에 근무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계약기간 시작일로부터 2일 전에야 근로제공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D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 31,750,000원(3월 한달 동안의 진료수익 48,509,000원-피고의 세전 임금 16,758,330원)과 위자료 10,000,000원을 합한 41,750,000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2020. 3. 1.부터 D병원에 근무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고 출근하지 아니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요지
당직근무 시간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됨에도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당직에 관한 내용을 전혀 명시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피고에게 당직을 요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정한 근로조건과 다름을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하였고, 피고의 근로제공거부 또는 계약해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설령 해지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근로조건의 중요한 내용인 당직의 포함여부에 대한 원고의 묵시적 기망이 있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2020. 4. 17.자 준비서면의 송달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한다.
계약해지 사유 및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하는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하는 근로시간(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이다. 당직근무가 피고 주장과 같이 통상 근무의 연장으로 볼 수 있더라도 이는 소정근로시간에 이외에 초과로 근무한 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과는 다르고, 앞서 본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 제5조에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갑 제5, 11, 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D병원 취업규칙 제13조는 당직근무와 당직비 등 당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그 세부사항에 관한 당직규정을 따로 두고 있는 사실, 이 사건 근로계약 제4조는 '피고는 D병원의 규정을 충실히 준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근로계약에서 당직과 같은 통일적인 근로조건에 관하여 'D병원 규정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두고 취업규칙에 당직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된 이상 원고가 당직근무에 관한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당직에 관한 근로조건 불명시를 이유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의 기망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당직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였다고 인정하는 이상 원고가 묵시적으로 당직근무 여부에 관하여 피고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손해배상의 범위
재산적 손해
채무불이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의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의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갑 제5, 7, 9, 10, 14,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갑자기 출근하지 않아 원고가 피고의 대체의사를 찾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약 1개월의 기간 동안 D병원은 예약된 진료에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D병원의 매출과 수익이 감소되는 손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피고가 출근을 거부한 2020. 3.은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이동이나 활동의 제약이 있었던 시기인 점, D병원에는 피고 이외에도 내과전문의 5명이 더 있어 피고의 갑작스러운 공백을 상당 부분 채울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의사의 개인적 역량이나 의료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병원의 수익이나 매출액수가 달라질 수 있어 원고 주장과 같이 E이 1년간 얻은 평균수익을 기초로 손해를 산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이 사건은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밝혀진 간접사실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액을 5,000,000원으로 인정한다.
위자료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산상의 손해로 인하여 받는 정신적 고통은 그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전보될 수 없을 정도의 심대한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배상으로써 위자된다고 할 것인데, 피고의 갑작스런 출근거부만으로는 재산상 손해 이외에 원고가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0. 3. 2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21. 6. 10.까지 민법이 정하는 연 5%의,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는 연 12%의 각 비율로 정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020. 3.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청구한 다음날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인정범위를 넘는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문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