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5~47, 51, 53, 54호증, 을 제1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Q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 및 제1심 증인 T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 관계
충남 홍성군 E신도시 소재 'F' 공동주택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시공사인 G 주식회사(이하 'G'이라고 한다)는 피고로부터 타워크레인 3대를 임차하고, 피고에게 위 타워크레인 3대와 J 주식회사로부터 임차한 타워크레인 1대(이하 '이 사건 타워크레인'이라고 한다) 총 4대의 설치 및 해체 등 관리업무를 도급하였다. 피고와 G이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타워크레인 설치 등 업무에 관하여 규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편 피고는 'H'에 타워크레인의 설치 및 해체 작업을 하도급 주었다.
'H'의 명의상 사업주는 T인데 그의 남편인 원고 C이 실질적 사업주이고, 원고 A, B는 H 소속 근로자들이다.
사고의 발생 등
원고들은 2014. 1. 21. 13:58경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설치작업을 하던 중, 타워크레인 운전실 내부 강봉의 부식으로 인한 크랙에 하중이 실림에 따라 강봉이 파단되어 이 사건 타워크레인이 전도되는 바람에 18미터 아래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G, 피고 및 피고의 현장소장 I 등은 2016. 1. 13.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5고단685,889(병합) 사건에서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작업에 관하여 타워크레인 조립순서를 포함한 작업계획을 세워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작업계획서에 그 순서를 누락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각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 중 G, 피고 및 I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의 국내근재보험 가입 및 원고들의 보험금 수령
피고는 2013. 9. 13. Q 주식회사(이하 'Q'라고 한다)와 피보험자를 피고 및 관련 원, 하도급업체, 보험기간을 1년으로 하는 국내근재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보험계약에 따라 Q로부터 2016. 6. 9. 원고 A은 93,633,950원, 원고 B는 33,793,110원, 원고 C은 72,572,940원을 각 수령하였다.
원고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 수령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① 원고 A에게 요양기간을 2014. 1. 21.부터 2014. 12. 26.까지로 정하여 휴업급여 32,673,860원, 요양급여 19,092,580원, 장해급여 17,910,980원 합계 69,677,420원을, ② 원고 B에게 요양기간을 2014. 1. 21.부터 2015. 5. 30.까지로 정하여 휴업급여 63,072,160원, 요양급여 44,323,950원, 장해급여 28,688,040원 합계 136,084,150원을, ③ 원고 C에게 요양기간을 2014. 1. 21.부터 2015. 2. 28.까지로 정하여 휴업급여 51,205,760원, 요양급여 41,448,090원, 장해급여 71,720,110원 합계 164,373,960원을 각 지급하였다.
주장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과 체결한 근로계약 내지 노무도급계약에 따라 원고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던 자로서, 위험한 작업현장을 관리·감독하여 피용자가 생명·신체 등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안전한 환경을 정비하는 등 원고들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를 입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민법 제750조, 758조)에 따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H와 타워크레인 설치 및 해체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H의 실질적 사업주인 원고 C과 그 소속 근로자인 원고 A, B는 타워크레인 설치 전문가로서 원고 C의 지휘 하에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과 관련한 작업지시권 및 안전관리책임은 전적으로 G 측에 있었고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법령상 산재보험 적용 사업주는 피고가 아닌 G이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G으로부터 압박을 받아 사후적으로 원고들과 가장(假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산재보험 처리를 해준 것에 불과하다. 즉, 피고는 원고들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실질적인 지휘·종속 관계에 있지도 않으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현장소장 I이 타워크레인의 조립 순서를 누락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J 주식회사 소유의 이 사건 타워크레인 자체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의 직원들은 육안검사를 통하여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상태를 확인하였고 육안으로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하자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피고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운전실 내부 강봉에 크랙이 있다는 것을 점검해야할 법령상 의무는 없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하여 아무런 과실이 없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는바,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4. 1. 21. 그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7. 11. 24.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 법리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의하여 사업주의 안전상 조치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용자일지라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만일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노무수급인의 생명·신체 건강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그 노무도급인은 노무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이 사건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관련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 위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한편,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사업주는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별표 2<1>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여야 하고 별표 3<2>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도록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 제1, 2항).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 및 제1심 증인 I의 증언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G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일부분을 도급받고서 H에 타워크레인의 설치 및 해체 업무에 대하여 하도급한 도급사업주인 피고는 수급인과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인 원고들이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설치작업을 하는 경우 그 특성상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작업 전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기능과 상태를 철저히 점검하여 작업과정에서 원고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들과 피고의 실질적 사용·종속관계
피고는 G과 체결한 임대차계약조건 제7조 제4항, 제8조 제2항에 따라 G으로부터 타워크레인 설치 및 해체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사항에 관하여 관리·감독을 받으면서도, 구체적인 작업을 할 때의 제반 안전교육은 피고의 책임 하에 진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던 점(피고는 위 타워크레인 설치 등 관리업무와 관련한 임대차계약조건의 내용은 피고 소유의 타워크레인 3대에 관하여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부수하여 규정된 것이므로 이 사건 타워크레인에 대하여는 위 계약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가 G으로부터 이 사건 타워크레인을 포함한 4대의 타워크레인 설치 및 해체 업무에 대하여 도급받은 이상 타워크레인 설치 및 해체와 관련한 계약내용의 경우 이 사건 타워크레인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피고의 현장소장 I은 그의 주된 업무가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설치·해체 작업을 관리하는 것이었고 본인이 공사현장에 가지 못할 때에는 피고의 다른 직원이 현장에 가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고 진술한 점, ③ 이 사건 사고 당일 원고들은 I과 함께 피고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서 G이 실시하는 안전교육을 받은 점, ④ 원고들은 피고의 작업일정에 종속되어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설치 업무를 관리·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있었고 실제로 위 업무에 대한 감리를 넘어 관리·감독을 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는바, 원고들은 피고와 사용·종속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 당시 현장의 안전관리책임과 원고들에 대한 작업지시권은 전적으로 원도급인이자 시공사인 G에 있었고, 피고가 타워크레인 설치 전문가인 원고들에게 타워크레인의 설치 순서 등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종속적 사용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는 단계적인 도급관계로 인하여 G이 일괄적으로 포괄적인 안전교육 및 작업지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가 직접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안전교육 및 구체적 작업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와의 계약에 따라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 업무를 담당하게 된 원고들에게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거나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는 피고가 아닌 G이므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건설업의 경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등 법령에 의하여 원도급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 사업주가 되는 것일 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인지 여부와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의 여부는 무관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국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된다.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피고의 과실 유무
피고 측이 조립 순서를 누락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다는 것이 이 사건 사고와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도급사업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시 적용되던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 제1항, 2항에 따라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결함 등에 관하여 점검하고 유해·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바, 피고가 육안으로 이 사건 타워크레인을 점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가 위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에 계속적으로 종사하여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던 원고들로서도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작업을 함에 있어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결함에 대하여 사전에 점검하고 안전한 작업 순서에 대하여 숙지하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원고들의 이러한 잘못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여 피고의 책임을 90%로 제한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금액은 원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따른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