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7. 6. 선고 2022노783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였고, 근로자 E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만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검사는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E에게 근로계약서에 따른 급여 180만 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E이 F과 월급을 300만 원으로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F은 주식회사 D(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대내적 업무를 담당할 뿐이므로 E과 임의로 임금계약을 할 수 없고, 피고인은 E이 F과 월급을 300만 원으로 약정한 것을 알지 못하였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위반죄를 범한 사실이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에서 피고인은, E의 실제 고용주는 피고인이 아니라 F이고, 설령 피고인이 고용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E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상 급여는 180만 원으로, 해당 급여는 모두 지급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 E의 사용자로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그 임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

피고인은 F과 피고인 회사를 실질적으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업자로서, 피고인은 외부 영업을 담당하고, F은 공장 운영 및 직원 관리를 담당하였던바,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명목상 대표로서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

○

F은 피고인과 협의하여 E을 고용하고 그 임금을 300만 원으로 정하되,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하여 근로계약서에는 급여를 180만 원으로 기재하도록 하였다.

○

근로기준법 제109조의 주체는 ‘사용자’이고,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를 말하는바, 피고인이 피고인 회사의 대표자 사내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고 할 것이고, 설령 피고인이 직원 관리 등에 관한 대표권을 F에게 위임하여 피고인 회사 내부에서는 실질적인 업무를 행한 바 없다 하더라도 피고인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임금 등의 지급에 관한 권한이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금품청산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4904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등 참조).

○

피고인 회사가 E의 급여 중 180만 원을 부담하고, ‘L’라는 다른 회사가 나머지 120만 원을 부담하기로 한 것은 피고인 회사의 내부적인 사정에 불과하다.

나.

당심의 판단

1)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15조 소정의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도2910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 E의 임금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인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증거기록 제29면), 근로자들로부터 ‘회장님’이라고 불렸고(증거기록 제102면), B에게도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해 왔으며(증거기록 제102면), 회사를 대내외적으로 대표하고 회사 운영의 전반적인 결정권을 갖는 자이다(증거기록 제146면). 그뿐만 아니라 그 직무 범위에는 ‘인사 및 조직, 급여에 관한 사항’이 있다(증거기록 제146면). 이처럼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피고인 회사의 업무를 총괄한 이상, 피고인은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F은 피고인 회사의 동업자로서(증거기록 제68면 이하), 내부적인 일을 담당하였고, 명함에도 피고인의 허락을 얻어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사용하였으며(원심 증인 F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6/7면), 근로자들로부터 ‘대표님’이라 불렸고,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해 왔으며(증거기록 제89면),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 이체를 담당해왔다(증거기록 제178면). 그렇다면 F은 피고인 회사의 동업자로서 최소한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③

근로자 E은 2019. 9. 24. 피고인 회사 전무 G과 경북 성주군 K 소재 농업회사 법인 주식회사 L(이하 ‘L’라 한다)의 사무실에서 월급을 180만 원으로 정한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증거기록 제14, 49면), 2019. 12. 14.경 퇴사하였다(증거기록 제13면).

④

E은 피고인 회사로부터 9월 임금으로 2019. 10. 15. 379,729원, 2019. 10. 17. 379,728원을 각 지급받고(증거기록 제52면), 2019. 11. 15. 10월 임금으로 2,000,500원을 지급받고(증거기록 제55, 159면), 2019. 12. 18. 11월 임금으로 2,000,500원을 지급받았다(증거기록 제57면).

⑤

G은 2019. 10. 15. 18:34경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인 B에게 “L(M공장)와의 정산이 안 되어서 부득이 50%만 먼저 입금처리 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증거기록 제167면).

⑥

E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이전에 F과 월급을 300만 원으로 지급하기로 구두 합의하였다(증거기록 제155면, 원심 증인 F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5/10면). F은 피고인에게 E의 월급을 300만 원으로 정한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증언하고 있다(공판기록 제68면).

⑦

G은 ‘F이 E에게 근로계약서는 180만 원이지만 실제 월급은 300만 원으로 하기로 하였다’고 들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52, 254면, 원심 증인 N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3/5면).

⑧

G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월급을 300만 원으로 합의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

E에게 10월 임금으로 2,000,500원이 입금되었는데 만약 피해자 E의 월급을 180만 원으로 정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금액이 입금될 이유가 없다.

㉯

피고인이나 G은 당시 E에게 위 2,000,500원이 입금된 것에 대하여 별다른 반환 요청도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

E은 2019. 10. 15.과 2019. 10. 17. 피고인 회사로부터 2019. 9. 23.부터 2019. 9. 30.까지 총 8일간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을 각 지급받은 것인데, 월 300만 원을 기준으로 8일간의 임금을 일할 계산할 경우(보험료 공제 등 제외) 그 임금은 80만 원, 그 반액은 40만 원이 되고, 월 180만 원을 기준으로 일할 계산할 경우(보험료 공제 등 제외) 그 임금은 48만 원, 그 반액은 24만 원이 된다. 그런데 E은 2019. 10. 15.과 2019. 10. 17. 각 379,728원을 입금 받았다. 위 G의 문자메시지의 기재 등에 의하면, 위 379,728원은 월급의 반액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고인의 주장처럼 월급을 180만 원으로 정한 것이라면 E에게 9월 중 8일 일한 임금으로 위 48만 원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인 총 759,457원(379,729원 + 379,728원)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한편 근로감독관도 월급을 300만 원으로 일할 계산하여 50%를 지급할 경우 위 지급액과 일치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증거기록 제1면)

㉱

피고인이나 G은 당시 E 등에게 위 9월 임금으로 지급한 돈의 반환 요청도 하지 아니하였다.

㉲

F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피고인 회사와 L가 나누어서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원심 증인 F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5/10면), L의 대표자인 O도 ‘F이 피고인 회사는 굴껍질을 이용한 칼슘 비료를 만들고, L는 굴껍질을 이용한 식품용 칼슘을 만들자, 자신이 생산과 영업을 담당할 테니 월급으로 300만 원을 달라’고 제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당심 증인 O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3/7면) 피고인 회사와 L는 당시 합작하여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B와 E은 L에서 3일간 일하기도 하였다(당심 증인 O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7/7면).

㉳

E 등이 F에게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F은 2020. 12.경 P에서 비료대금이 나오면 지급하겠다고 답변하였다. 2020. 12. 15. P에서 19,698,515원이 입금되자(증거기록 제210면), F이 피고인에게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우선 지급하자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자신이 대표이사이니 알아서 하겠다고 한 후 이를 인출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제18, 202면).

⑨

게다가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가사 피고인이 E에게 약정한 월급이 300만 원임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회사의 대표자이자 임금계약을 체결할 권한 있는 F과 위와 같이 월급을 300만 원으로 합의하여 그 임금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사업경영담당자로서 E 등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의 청산의무가 있는 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4.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미지급 부분의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경영상 어려움으로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당심에 이르기까지 원심에서 합의된 근로자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에 따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의 불리한 정상과 이 법원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는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죄전력,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을 뿐,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현(재판장) 소병석 장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