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6. 27. 선고 2023가단11444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6. 2.경부터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C 그룹(이하 ‘본사’라고 한다)의 대한민국 연락사무소에 고용되어 근무하던 중 2006. 6. 8. 피고가 설립되어 2006. 8. 1.부터 피고에 고용되어 근무해왔다(이하 본사의 대한민국 연락사무소와 피고를 구별하지 않고 ‘피고’라 한다).

나.

피고는 본사의 국내 자회사로서 플라스틱 가공, 기계, 공구 등의 수입, 판매, 설치 등의 업의 영위하는 유한회사이다. 피고의 사원은 피고의 본사(C) 1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다.

원고는 2015. 4. 1.부터 피고의 사내이사로 취임, 등기되었다가 2020. 11. 4.부터 2021. 2. 18.까지는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2022. 6. 10. 피고에서 퇴직하였다. 라. 피고는 2022. 9.경 원고에게 2009. 7. 1.부터 2015. 3. 31.까지 근속일수 2100일, 산정급여 25,882,500원, 산정상여금 3,187,932원으로 계산한 퇴직금 55,751,375원을 지급하였다.

마.

원고가 2006. 2.경 피고에 고용될 당시 작성된 원, 피고 사이의 고용계약서 제10조 제4항에는 “If Mr. A leaves the Company after having worked for at least one (1) full year, he shall be paid a severance payment acc. to korean labour law.”와 같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만약 원고가 최소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경우, 한국노동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번역된다(이하 퇴직금 규정을 포함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고용계약을 ‘이 사건 고용계약’이라 하고, 위 퇴직금 규정을 ‘이 사건 퇴직금 규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4, 5호증, 을 제3호증의 3,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다가 퇴직하였지만, 원고는 피고에 고용되어 근무한 기간 내내 실질적 지위는 본사 혹은 본사와의 연락책인 컨트롤러(회계업무 담당자, D 등)을 통해 피고의 지시를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지위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제4항에 의해 원고에게 보장되었으나 원고가 사용하지 못한 47일(2019.부터 2021.까지 원고에 보장되어야 할 64일의 휴가 중 사용한 17일을 제외한 것)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23,708,68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 원고는 2015. 3. 31.이 아닌 2022. 6. 10.까지 피고에 근무하였으므로 2015. 4. 1.부터 2022. 6. 10.까지 기간에 대한 미지급 퇴직금 138,401,160원(미사용 수당과 미지급 퇴직금의 상세 계산내역은 별지 기재와 같다)도 지급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제4항에 따른 미지급 연, 월차 수당에 대한 청구와, 원고가 피고의 이사로 취임한 2015. 4. 1. 이후 기간의 퇴직금 청구로서, 모두 원고가 형식적으로는 피고의 이사로 등재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구하는 청구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피고에 고용되어 근무하기 시작할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피고의 지사장으로 근무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한편 위 기초사실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퇴직금 규정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고용계약 당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한국 노동법에 따르기로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퇴직금 지급규정의 작성 시점은 피고가 성립하기도 전으로 그 작성주체가 본사의 대한민국연락사무소로서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아닌 피고의 본사로 보인다. 여기에 이 사건 퇴직금 규정, 즉 “만약 원고가 최소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경우, 한국 노동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문언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퇴직금 규정의 취지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발생은 원고가 최소한 피고에 1년 이상 근무한 발생한다는 조건을 부과한 것과, 원, 피고 사이의 퇴직금 산정 등의 문제는 한국의 노동관계법에 따른다는 의미일 뿐, 피고가 원고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아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피고의 이사로 취임한 2015. 4. 1.부터 퇴직할 때까지, 그 실질적 지위를 대한민국의 노동관계법령, 즉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원고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다292418 판결).

그리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2006다54644(병합) 판결 등 참조).

또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다국적기업은 국적이 다르고 법적으로 분리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기업집단으로서의 다국적기업은 구성기업들의 대등한 연합체가 아니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이 기업집단의 정점에 위치하여 다국적 기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해서 결정하고, 종속기업은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어 지배기업인 모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에 지배종속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도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감독관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기업 내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종속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기업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종속관계라는 점에서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비록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과 모기업 임원들 사이에 일정한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속기업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을 종속기업의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3다2368 판결 및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 12. 21. 선고 2012나52795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기초사실 및 갑 제2, 7 내지 13, 16 내지 23, 3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 내지 5, 7 내지 10, 12, 15, 23 내지 30, 33, 3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비록 본사와의 관계에서는 일정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다국적기업의 본사와 자회사 간의 지배종속관계가 일부 투영되었을 뿐, 피고와의 관계에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사내이사로 등기되기 전과 후의 연봉 차이가 나지 않았다거나 근로소득세가 원천칭수되었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이 적용되었으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고용계약에는 원고의 근로시간 준수의무 등이 규정되어있었다는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가 피고에 재직할 당시 피고에는 대표이사 E, 이사 F, 이사 G 등 독일국인들이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갑 제2호증), 원고의 주장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며 본사의 임원(H)에게 보고하거나 그의 지시를 받았을 뿐이고, 본사와 독립하여 설립등기를 마친 별도의 법인인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나 기타 임원으로부터는 구체적인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1>

②

원고는 피고 사내이사로 등기되기 이전부터 ‘지사장’으로 호칭되었다(을 제1, 36호증, 갑 제7 내지 13호증). 원고는 피고로부터 1억 5,800만여 원의 기본연봉과 3개의 법인카드, 월 178만 원 상당의 차량지원 등 고액의 연봉과 복리후생 지원을 받았다(다툼 없는 사실, 갑 제22호증, 을 제7, 8호증). 피고 회사에서 원고보다 높은 급여를 받던 사람은 원고와 마찬가지로 피고 사내이사로 등기되었던 I 외에는 없고(갑 제23호증), 피고 회사에서 ‘지사장’이라는 직급보다 더 상위의 직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원고에 대한 처우의 수준이나 내용은 원고의 포괄적인 업무권한과 책임 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③

피고 회사의 등기된 이사 중 한국인은 원고와 I 2명이고, I이 2021. 2. 18. 해임된 후에는 유일한 한국인 등기이사였다(갑 제2호증). 그런데 원고와 같이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었던 I이 2021. 5. 12. 피고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사건에서 미사용 연차수당, 성과상여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지급을 요구하였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은 I의 근로자성이 부인된다는 이유로 내사종결처리 하였다. 원고 역시 2022. 8. 19. 피고 대표이사를 상대로 한 진정사건에서 ‘원고를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단정할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행정종결 처리하였다.

④

원고의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 있기는 하였으나(을 제3호증의 3, 36호증), 원고는 업무시간, 업무장소 등 업무일정을 정할 재량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자신의 출퇴근 시간은 사무실에 설치된 출퇴근기록에 의하여 확인되므로 이를 통하여 피고의 근태관리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 시간에 대하여 따로 통제하였다거나 실질적인 근태관리를 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⑤

원고가 2015. 4. 1. 피고의 이사로 취임하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피고 이사로 등기되기 전과 후의 기본급이 동일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갑 제6, 30-1, 2호증).

그러나 이 사건 고용계약 당시, 즉 2006. 2. 8. 작성된 원고와 본사 한국 연락사무소 사이에 작성된 고용계약서(을 제3조의3) 제2조 제2항에는 원고가 회사를 대표하고 사업을 경영할 권한이 있다고 정하고 있고(Mr. A shall represent the Company and faithfully and diligently manage the business of the Company), 이는 피고 직원들의 고용계약서 같은 조 같은 항에서는 행정적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 것과 차이가 있다(을 제3호증의 1, 2).

또한, 위 계약서 제2조 제3항에서는 부사장급의 직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하는 결정을 하는 데(The decision to employ or dismiss any company’s employee at VicePresident Level)에는 본사 General Manager, the General Sales Manager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부사장급 이하의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고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위 고용계약서가 작성되었을 때 원고가 본사 한국 연락사무소의 대표(Representative) 지위에 있었던 사정까지 고려하면, 2006. 2. 8.부터 본사 한국 연락사무소는 원고가 근로자가 아닌 임원임을 전제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원고가 2015. 4. 1. 피고의 등기이사로 취임하며 새로운 고용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임원이 아닌 근로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⑤

원고는 본사에 피고가 고용하려는 직원 후보를 제안하거나 직원 고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였고, 본사는 원고의 의견을 고려하여 해당 직원의 고용 여부를 결정하였다(갑 제18, 19호증). 또한 원고는 피고 직원 J, K의 고용계약서에 회사를 대신하여 직접 서명하였고, 이때 원고의 직급은 상무이사(Managing Director)로 표기되어있었다(을 제3호증의 1, 2). 이에 더하여 원고는 각 직원의 핵심성과지표인 KPI<2>를 기준으로 직원 성과를 평가하였고 직원들이 작성한 주간업무보고서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직원들에 대한 인사 평가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을 제4, 30-2호증). 따라서 원고는 앞서 본 고용계약서에 기재된 원고의 폭넓은 인사권한을 활용하여 피고 직원 고용, 평가 등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⑥

피고 직원들은 원고의 승인이나 지시 없이는 송별회, 회사 부품 구매 등에 비용을 지출할 수 없었고, 원고의 결정에 따라 이미 구입한 부품을 환불하는 경우도 있었다(을 제28, 29호증). 또한 원고는 피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외근직 사원의 주유비 및 주차비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의 업무용 차량 운행기록부 등을 점검하기도 하였다(을 제33호증). 원고는 피고의 2019년도 재무제표에 I과 함께 상무이사(Managing Director)로서 서명하였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단독으로 재무제표에 서명하였다(을 제12호증).. 피고 회사의 컨트롤러로서 회계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 L는 재무제표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보고하고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처리하였다고 진술하였다(을 제15호증). 즉, 원고는 피고 회사 재무에 관하여도 책임자로서 감독·지시권을 행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피고가 L 등 컨트롤러를 통해 원고를 감독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본사가 L를 통해 본사의 의사를 원고에 전달한 것에서 나아가, L가 직접 원고 감독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⑦

원고는 당시 피고 부사장이었던 M와 앞출부문 CEO였던 N의 결재를 거쳐 승인을 받은 후 O 과장을 채용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0, 21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위 결재는 원고가 아닌 I 이사에 의하여 요청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갑 제20, 2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원고가 피고 회사의 인사에 대한 권한이 없었고 모두 본사의 승인을 받아서만 권한 행사가 가능하였던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⑧

원고는 피고 직원들의 연차휴가를 승인해달라는 메일을 받았고(을 제5호증), 견적서 및 통관비 등 각종 결재 승인 및 지시, 견적 제출 승인 등 피고 회사의 중요 사업 운영 및 지출에 관한 지시, 감독권을 행사하였다(을 제23 내지 27호증). 또한 원고는 피고 직원들에게 취업규칙을 지킬 것을 지시하고 주간회의를 소집하였으며 주간 업무보고서 제출을 지시하기도 하였다(을 제30호증). 원고는 본사의 방침과 본사 임원으로부터 받은 지시의 범위 내에서 피고의 최고 책임자로서 피고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하여 업무집행권을 가지고 피고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

⑨

원고는 피고 회사가 설립된 이후 사원총회가 열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을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20년, 2021년의 피고 회사 정기 사원총회에 의장 겸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참석하였고, 의사록을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사원총회가 열린 적이 없음에도 의사록만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⑩

원고는 외근을 할 경우 업무용 승용차 운행기록부에 원고가 영업을 위하여 방문하는 장소를 기록하고,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 따라 매월 경비를 정산하였으므로 피고의 임원이 아닌 근로자라는 취지로 주장한다(갑 제16, 17호증). 그러나 회사의 업무를 위하여 사용한 승용차 운행기록이나 비용을 기록하고 이를 정리해두는 것은 회사의 회계처리 및 운영을 위하여 일반적으로 하는 일이고, 이를 기록한 것이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 따라 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따로 없다. 갑 제17호증의 기재만으로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태관리를 받았다거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으로 전제로 한 원고의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청구와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피고의 상법상 퇴직금지급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보수에는 연봉, 수당, 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모든 대가가 포함된다.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6다241515, 241522 판결 등 참조). 상법 제567조는 위 규정을 유한회사의 이사에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 또는 퇴직금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되어있는 경우에 그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이사는 보수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5123 판결 등 참조). 이때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에 대한 증명책임은 보수청구권을 주장하는 이사가 부담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08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을 제11호증 기재에 의하면, 피고 정관 제27조는 ‘이사 및 기타 임원의 퇴직금은 사원총회의 결의로 채택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의거하여 지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닌 이사에 해당하는 경우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이를 정하여야 하며, 위 상법 제388조, 제567조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의 경우, 사원총회결의로 채택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상법의 규정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이사로 근무한 기간에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사원총회결의가 열린 적이 없다거나, 피고의 재무제표에 퇴직급여 충당부채에 원고의 퇴직금이 포함되어 계상되어 있으므로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을 제2호증, 을 제1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2020년도와 2021년에 사원총회를 개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재무제표에 원고의 퇴직금이 계상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피고의 퇴직금지급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 또한 받아 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2020년도와 2021년에 사원총회를 개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재무제표에 원고의 퇴직금이 계상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피고의 퇴직금지급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이진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