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노89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근로자 B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및 이 법원의 심판범위

가.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각 공소사실 중 근로자 G, H, I에 대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이하 ‘유죄 부분’이라 한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그 밖에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 C, D에 대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공소기각을, 근로자 B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이하 ‘무죄 부분’이라 한다)은 무죄를 각 선고하였다.

2)

환송 전 당심판결

검사는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무죄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와 전체 부분에 관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환송판결

검사는 무죄 부분에 대하여 법리오해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

나.

이 법원의 심판범위

결국 환송 전 당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함으로써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위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환송 전 당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1>(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무죄 부분)

피고인과 근로자 B 사이에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연장된 지급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E에 있는 F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세탁업을 영위한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5. 10. 4.부터 2021. 5. 28.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B의 퇴직금 29,271,49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B이 위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날 피고인과 사이에 퇴직금에 대한 지급기일을 2021. 6. 16.까지 연장하는 합의를 한 점, ②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21. 4. 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퇴직급여법 제44조 제1호는 위 조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바, 구 퇴직급여법 제9조에 규정된 의무규정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뿐이므로, 구 퇴직급여법 제44조 제1호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한정되고, 단서 규정에 의해 기일연장에 대한 합의가 있은 후 그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위반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③ 위 법률조항의 취지는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퇴직금에 대한 조기청산을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사유발생일로부터 14일의 기간 안에 ‘퇴직금의 지급’ 또는 ‘지급기일연장의 합의’ 중 적어도 하나를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되, 적어도 사용자가 근로자와 협의하여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라도 하는 경우 사후에 그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민사적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묻도록 하는 것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해석인 점, ④ 만일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고 사용자가 퇴직 등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의 연장에 대한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구 퇴직급여법을 적용하여 사용자를 형사 처벌한다면, 지급사유 발생 후 장기간이 지난 후에 퇴직금을 지급받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받기로 합의한 경우, 위 범죄의 성립시기 및 공소시효의 기산점이 불명확해지는 등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 및 법적 안정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점, ⑤ 더욱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 없이 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B 사이에는 퇴직일로부터 14일이경과하기 전에 이미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공소사실은 실체적 사실관계와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구 퇴직급여법 제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44조 제1호는 “제9조를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품청산의무에 대한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본문은 근로자가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받지 못한다면 금품을 받기 위하여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또한, 근로자 및 근로자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형식,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도18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되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B의 퇴직일인 2021. 5. 28. B과 퇴직금 중 일부는 2021. 6. 16.까지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사실, 피고인은 2021. 6. 16.까지 B에게 퇴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B에게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퇴직급여법 제9조의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