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주식회사 경동나비엔 성동대리점으로부터 보일러 연도 마감링 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을 도급받았으나, 사정상 이 사건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어, 피해자 망 F에게 이 사건 공사의 시공 대행을 의뢰하였을 뿐이므로, 피해자를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고, 피해자도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인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님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의 이행주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업주'이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주식회사 경동나비엔(성동대리점)이 주식회사 신영그린시스로부터 도급받은 서울 동대문구 D건물 신축공사현장에 보일러를 납품·설치하는 공사 중 보일러 181대의 연도 마감링을 설치하는 이 사건 공사를 마감링 1개당 1,500원씩에 하도급받아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려고 하였으나, 위 신축공사현장에서 진행되는 다른 공사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의 시작을 미루고 있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당일에는 피고인이 다른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 관계로, 피고인이 2012. 3.경부터 일당 20만 원을 주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불러서 일을 시키던 피해자에게 일당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는 데 필요한 자재인 실리콘 1박스를 제공하면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맡긴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이 사건 공사를 마무리하고, 주식회사 경동나비엔으로부터 공사대금 27만 원을 지급받았으며, 그 중 약정한 일당 20만 원을 피해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송금한 점, ③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의 시공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감독한 바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는 달비계를 타고 건물 외벽을 따라 내려오면서, 보일러 연도 마감링을 건물 외벽에 끼우고, 실리콘을 사용하여 마무리하는 작업으로서, 이와 같은 작업내용 및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의 위치와 사용자재인 연도 마감링의 보관 장소를 알려준 것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2012. 9. 6. 피해자에게 전화를 통하여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의뢰할 당시 작업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소급하여 작성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이 주식회사 경동나비엔(성동대리점)으로부터 하도급 받아 피해자를 일용 근로자로 사용하여 이를 시공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해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근로자에 관한 여러 징표 중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은 일을 하는 달비계공이라는 사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은 사업주로서, 피해자가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함에 있어서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江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직권 판단
항소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이므로(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피고인이 사실오인만을 이유로 항소한 경우에 항소심이 직권으로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의 양형보다 가벼운 형을 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0. 9. 11. 선고 90도1021 판결 등 참조).
직권으로 살피건대, 피고인은 북한이탈주민으로서, 2003. 6.경 입국한 이후 자동차정비일 등을 하다가, 2009년부터는 달비계공으로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 처자를 부양하고 있는 점, 피해자의 유족과 시공사인 주식회사 신영그린시스 사이에 2012. 9. 20.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피해자의 유족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시공사 및 시공사의 기타관계 회사 임직원들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합의서가 작성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과 다른 종류의 범행으로 2회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이외에는 범죄전력이 없고,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통하여 얻은 이익도 사실상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직업, 가족관계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