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 8. 20. 선고 2024가단162836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4,831,78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9. 26.부터 2025. 8. 2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인력공급, 헤드헌팅, 근로자파견, 채용 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농수축산물 유통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20. 4. 9. C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 2020. 4. 9.부터 2020. 12. 31.까지, 근로 장소는 피고 이천공장, 담당업무는 생산직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의 인력공급 요청에 따라 2020. 4. 9.경부터 C를 이천시 D에 있는 피고의 사업장에 보내어 근무하게 하였는데, C는 2020. 11. 7. 피고의 사업장에서 작업중 고기가 기계에 걸리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오른손으로 고기를 기계 입구로 밀어 넣는 과정에서 우측 손가락이 절단되는 상해를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입었다.

라.

C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가단100568 사건(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에서 2023. 9. 1. '원고는 C에게 8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1. 17.부터 2023. 9. 21.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하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라 한다)이 발령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는 2023. 9. 25.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C에게 91,491,219원을 지급하였는데, 그중 원금 및 이에 대한 2023. 9. 21.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 합계는91,386,301원이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되어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서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계약'이라 함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간에 근로자파견을 약정하는 계약을 뜻한다(제2조 제6호).

위와 같은 파견법의 목적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를 고용하여 타인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이 적용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을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에 특정성,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여부, 계약당사자가 기업으로서 실체가 있는지와 사업경영상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계약 이행에서 사용사업주가 지휘·명령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 10호증, 을 제2, 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인력공급, 헤드헌팅, 근로자파견, 채용 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20. 4. 9.부터 C를 고용하여 육류 기타 가공 및 저장처리업체인 피고의 작업장에 근로를 제공하게 한 사실, ② 이에 따라 C는 피고의 작업장에 출근하여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그가 제공하는 설비와 재료 등으로 육류 포장작업을 함으로써 피고의 육류 기타 가공 업무에 종사한 사실, ③ C는 2020. 11. 7. 피고의 작업장에서 육류 포장기계로 작업하던 중 기계 안에 손을 집어넣어 기계에 걸린 고기를 제거하려다가 우측 손가락이 절단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 ④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는 C에게 고기가 기계에 걸리는 경우의 제거 방법 등에 관하여 별다른 안전교육을 하지 아니한 사실, ⑤ 원고는 피고로부터 육류 가공 업무의 정도에 따라 도급금액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시급과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1개월 단위로 대가를 지급받은 사실, ⑥ 원고는 육류 가공 업무에 관한 전문성과 기술력이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물적 시설과 고정자산을 갖추지 않은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자 공급 형태, C와 피고 사이의 근로 제공의내용과 방식, 지휘·명령 관계 등에 관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C와 원고,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파견법이 적용되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근로관계를 도급계약이라고 지칭하며 관련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나.

피고의 공동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그리고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

한편 근로자파견관계에서 파견사업주는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여 근로자를 파견하고,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되므로, 파견근로자가 파견근로 중에 직면하는 생명, 신체, 건강에 대한 위험은 대부분 사용사업주가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파견법 제35조 제1항 본문에서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하여는 사용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의 사업주로 보아 같은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파견관계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 및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유지·증진 등에 관한 의무를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에게 부과함으로써,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파견근로자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할 경우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정한 형사적 또는 행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취지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근로자파견에서의 근로 및 지휘·명령 관계의 성격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 파견사업주는 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파견근로자 역시 사용사업주가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근로자파견관계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 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의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위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와의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원고가 고용한 C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사용사업주로서 지휘·감독하며 육류 기타 가공 업무에 종사하게 하던 중 안전교육 시행 등 C의 생명, 신체의 보호와 안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C가 손해를 입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와의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그 작업장에 C를 파견받아 사용사업주로서 지휘·감독하며 자신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고 C가 이를 받아들여 피고에 근로를 제공함에 따라, C와 피고 사이에는 C의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피고가 C에 대하여 직접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 약정이 맺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C의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위 약정상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의 위반으로 말미암아 C가 입은 손해를 원고와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구상권의 성립

공동불법행위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연대책임(부진정연대채무)을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고,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며,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6971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C에게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원금 및 이에 대한 2023. 9. 21.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 합계 91,386,301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로 인해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가 공동의 면책을 얻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와 피고가 각 부담하는 보호 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의 내용 및 위반의 정도, 특히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피고의 작업장에 비치된 기계에 대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할 직접적, 구체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공동불법행위자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내부적 책임비율은 원고 40%, 피고 60%로 봄이 상당하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금으로 자신의 면책부분에 해당하는 54,831,780원(= 지급한 금액 91,386,301원 × 내부적 책임비율 60%,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지급일 다음 날인 2023. 9. 26.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8.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혁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