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E은 ㈜D(이하 'D'라 한다)의 임원이고,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사 E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E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B, C호 소재 D 대표자로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방송제작업 및 도소매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9. 12.부터 근로하다가 2017. 5. 31. 퇴직한 근로자 E E. 에게 지급사유 발생일인 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및 연말정산환급금 합계 43,631,090원을 지급하지 아니 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① 피고인은 E에게 수시로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통하여 업무보고를 받고 매출목표, 영업방법 등의 사항을 지시하여, E이 그 지시사항을 실행하게 한 점, ② D에 입사하여 패딩 사업을 주도적으로 한 F도 근로자로서 일한 점, ③ E은 D의 사무실에 거의 매 근무일 출근하여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업무 등을 하였고, D의 근무시간은 평일 09:30부터 18:30까지로 정해져 있었는데 이는 E에게도 적용된 점, ④ E에 대한 보수는 500만 원의 기본급으로 정해졌고, E은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도 한 점, ⑤ E이 근로자로서 담당한 업무나 업무처리내역 등이 다소 불분명하나, D가 신설법인으로서 사업영역 등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직원들 사이의 업무분장도 다소 불분명하였으며 D에 명시적인 취업규칙, 복무규정도 없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E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점, ⑥ E이 법인카드를 교부받아 사용하였으며 법인이 제공한 리스 차량을 일정 기간 이용하기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정이 근로제공의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E은 피고인의 지휘,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종속적인 고용관계에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E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상법 제382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만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다(상법 제382조 제2항). 따라서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 그 담당하고 있는 전체 사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한다면, 그 이사는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등 참조).
한편,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고(상법 제409조 제1항), 주식회사의 기관으로서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사하고 이사회·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회사와 감사의 관계에는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상법 제415조, 제382조 제2항)되는 점에서 위와 같은 법리는 감사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12730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E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D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거나, 나아가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D는 방송프로그램 제작 등 방송업뿐만 아니라 의류, 식품 도소매업 등을 모두 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피고인은 D를 설립하기 전에는 영화 및 비디오물 제작업체인 주식회사 P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방송 관련한 일에 종사하였으므로 의류, 식품분야는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E은 D 설립 전 패딩 판매사업 및 식품 관련 사업과 관련된 일을 진행해왔다.
E은 피고인의 조카이다. 피고인과 E은 D를 설립하기 전에 회사를 두 개로 나눌지 하나로 합칠지를 논의하였고(증 제17호증의 2 - 피고인과 E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 피고인이 E에게 '너는 사업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사업 시작하고도 너 살자고 계속니 할일 해 왔다'고 질책하기도 한다(수사기록 65쪽). E은 처음에 피고인이 방송일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입사를 하게 되었으며, 경영지원 관리업무와 신규사업 아이템 발굴 업무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7쪽), E은 회사 설립 시부터 퇴직 시까지 D의 감사로 등기된 임원이었으며, 상무라는 직함을 썼다. F는 D에 입사하여 패딩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음에도 E보다 낮은 직급이었고, 증인 H이 당심에서 "E이 F를 부려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F보다 상무를 받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H 증인신문조서 8쪽).
E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의류판매사업을 인수하지 않아(공판기록 77쪽), 위 사업분야는 E의 독자적인 권한 범위로 남아있었고, 의류판매로 인한 수익은 D와 별개의 법인인 주식회사 Q으로 귀속되어, D 자체는 위 판매로 인한 법률적 효과를 귀속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패딩 사업에 투자하였으나, 의류판매가액, 제품명, 재고량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의류판매를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던 F가 R 계좌에서 주식회사 Q 계좌로 의류판매대금 명목으로 이체한 송금액만을 사후적으로 보고받을 뿐이었다.
업무지시 여부와 관련하여, D의 직원인 S은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E에게 업무관련하여 지시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라고 진술하였다가(S 증인신문조서 21쪽), 다시 "피고인이 E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E은 이에 따르는 관계에 있었던 것 같다"고 번복하였다(S 증인신문조서 25쪽). 그러나 S이 위와 같이 진술을 번복한 것은 단순히 피고인이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며 구체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S은 피고인과 E의 지휘·감독 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S은 "피고인은 패딩 쪽에서 일하던 분이 아니어서 이와 관련하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하는 등(S 증인신문조서 28쪽) 패딩 판매사업은 피고인이 아닌 E의 재량 영역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의류판매수행에 대하여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피고인과 E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수사기록 51쪽 이하)을 보면, 피고인이 E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과 E이 삼촌과 조카 및 대표이사와 상무의 관계에 있고 피고인이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E이 애초에 자신이 담당한 식품, 의류판매 사업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E은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하였고 법인 차량을 제공받아 일정 기간 사용하였으며 개인 집무실을 제공받았는데, 이는 E 외에 다른 직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F는 책정된 급여를 지급받았고, 지급받지 못한 급여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지급을 독촉하였으나, E은 D 설립시부터 퇴직 시까지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였음에도 E에게 급여를 달라고 독촉한 자료가 없다. E이 피고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에는 E이 피고인에게 대여한 금원의 반환을 구하거나 패딩 판매 관련 정산금 등을 요구한 내용이 있을 뿐이다(수사기록 66~67쪽, 증 제41호증의 2). 기본급은 E뿐 아니라 대표이사인 피고인에 대하여도 책정되었고, 4대 보험 가입을 위하여 형식적으로 책정될 수도 있는 것이며, 4대 보험은 피고인을 포함한 전 직원이 가입하고 있었다.
E은 N 노무사로부터 두 차례 근로계약서 관련 메일을 받았다(수사기록 179쪽, 180쪽), 2017. 4. 21.자 메일은 '임원의 경우에는 위임계약서를 작성하여 일반 근로자와 상이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E에 대한 계약서 형태에 대하여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2017. 4. 30.자 메일에는 E에 대하여 위임계약서만이 파일로 첨부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E이 작성할 계약서에 대한 의사결정이 있었고, E도 근로계약서와 위임계약서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E은 위임계약서를 작성한 후 직원인 G에게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반면, E은 수사기관에서 "근로계약서 1부, 위임계약서 1부를 주었는데 도장을 찍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가(수사기록 7쪽), "위임계약서에 사인했다가 바로 위임계약서를 찢었다"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138쪽), 원심 법정에서는 "근로계약서와 임원계약서 둘 다 사인했다가 돌려 받아서 찢었다"고 진술하여(공판기록 78쪽),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진술이 계속 번복되고 있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 자료는 없다.
E이 D에 정시에 출근하여 근무하지 않는 날도 상당수 있었으나, 피고인이 특별히 E의 근무시간이나 근무내용 등을 지적·지시하거나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한 바 없다. E은 'T'이라는 상호의 휴대폰 사업 및 'I'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등 다른 사업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회사에 전속되어 오로지 피고인 회사의 업무만을 수행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E은 경영총괄업무(E 증인신문조서 4쪽, S 증인신문조서 3쪽)를 담당하면서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의 초안을 검토하였으며, F의 영입 등 인사권에 대해 논의하는 등 회사의 경영판단에 참여하였다. E이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제출한 메일은 피고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다시 E에게 전달한 것이 대부분이고, D 홍보프로필은 산학협력센터 입주를 위하여 일회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사정만으로는 E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나아가 설령 E이 D의 근로자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 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 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정계선(재판장) 황순교 성지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