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2. 13. 원고에게 한 채용내정 취소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의료 진단 및 치료와 관련된 데이터 분석 시스템 및 기술 개발 등 업무를 영위하는 회사로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C(이하 '미국 본사'라 한다)의 자회사이다.
원고는 2024. 8. 30.경부터 2024. 9. 5.경까지 피고의 대표이사 등과 면접을 본후, 2024. 9. 11. 피고로부터 입사제안(Offer Letter)을 받았다.
원고는 2024. 9. 12.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이후 원고의 근무 개시일이 2025. 1. 2.으로 변경되었다.
<생략>
피고는 2024. 12. 13. 원고에게 미국 본사 이사회에서 피고의 법무팀장직 채용을 반대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채용내정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항변의 요지
원고가 종전 직장에서 단절 없이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있고, 원고가 채용되었던 법무팀장 직책이 폐지되어 원고의 복직이 불가능하며, 이 사건 근로계약상 시용기간 중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었고, 피고가 원고에게 정식 근로관계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에 따라 원고와 피고의 근로계약이 시용기간 중 또는 그 만료와 동시에 종료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또한 원고는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시용기간이 아직 경과하지 않았는데, 피고는 2025. 7. 30.자 준비서면을 통해 시용기간 중에 있는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명확히 밝혔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원고와의 근로관계는 이미 종료되어 원고가 채용취소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
판단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그것이 근로계약을 근거로 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무효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직장에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의 복직 의사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인력 계획표(을 제3호증)는 피고가 2025년 법무팀장을 고용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일 뿐이므로 이 사건 채용취소가 무효임이 확인될 경우 원고가 피고의 법무팀장 또는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은 피고가 시용기간 중 일정한 사유에 기하여 서면으로 고용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시용기간의 만료로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당연 종료된다고 정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이후 피고의 채용내정 취소 통지로 원고의 근무가 이루어지지 않아 원고의 시용기간이 개시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효력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당연히 종료되었다거나 피고의 2025. 7. 30.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시용기간 중에 있는 원고를 적법하게 해고하였다고 볼 여지도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 통지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미국 본사의 경영상 판단만을 해고사유로 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무효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의 채용내정 통지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면 계약 성립 시부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므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 채용내정 취소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4조, 제27조에 따라 해고 사유 및 절차의 제한을 받는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도 근로자에게 해고사유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취지 참조).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당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인원 감축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는 정리해고를 할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두7160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근로계약의 성격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원고가 근무개시일로부터 3개월간 시용기간에 있다는 점과 그 수습기간 중 원고의 업무성과 및 태도 등이나 경영상 이유로 원고가 피고에 근무를 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고용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작성으로써 ① 위 수습기간 동안 피고가 원고의 업무능력과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여 원고와의 본채용계약 체결을 거부할 권리(해약권)를 유보하는 내용의 시용계약과, ② 피고가 위 시용계약상의 해약권을 행사하지 아니함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는, 근로기간을 시용기간 종료일 이후로 정한 본채용계약을 함께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절차상 · 실체상 하자 존부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절차상 하자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근무가 개시되기 전인 2024. 12. 13. 원고에게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의사표시를 구두로 통지하였고, 이후 2024. 12. 17. 및 2025. 1. 3. 법무팀장이 아닌 사내변호사로서로도 채용이 어려운지 묻는 원고의 질의에 피고 사내에 법무팀을 꾸리지 않기로 결정되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만 보냈을 뿐이므로,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한 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의 실체상 하자에 관하여 보건대,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에 관한 해고가 보통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된다는 앞서 본 법리는 시용기간 중 근로자의 업무적격성을 관찰 · 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목적을 고려한 것인데, 위 법리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피고의 미국 본사 이사회에서 피고의 법무팀장직 채용을 반대하였다'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른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원고의 근무가 개시되지도 전에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 통지를 하였고, 이 사건 변론에서 나타난 사정들을 모아보더라도 원고의 근무능력 부족 등 사회통념상 상당성 있는 해고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채용내정 취소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4조를 위반한 실체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광현(재판장) 최지은 이승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