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근로자 E은 2021. 2.경 퇴직 후 2021. 2. 28.경 재입사하였으므로 피고인은 2021. 2.28.부터 2024. 3. 30.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하여만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는데, 근로자 E이 2015. 2. 1.부터 2024. 3. 30.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는 바람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미지급의 범의가 없거나 이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B건물, C호에 소재한 D(이하 '이 사건 세탁소'라고 한다)의 실경영주로서 상시 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세탁소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5. 2. 1.부터 2024. 3. 30.까지 근로 하고 퇴직한 E의 퇴직금 22,665,933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 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요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금품청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죄는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임금 등의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 거절 이유와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범의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근로자 E이 2021. 2.경 퇴직할 때 그때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근로자 E은 2021. 2. 28.경 재차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24. 3. 30. 퇴직하였으므로 2021. 2. 28.부터 2024. 3. 30.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하여만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피고인이 2021. 2.경 근로자 E에게 그때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였음을 증명할 만한 계좌이체내역이나 현금 수령 영수증 등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는 못하였지만, 아래의 사정을 고려하면 근로자 E의 근로관계가 2021. 2.경 중단되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이 사건 세탁소에서 근무하던 직원인 H 외 4명은 2025. 7. 31. '근로자 E은 2016년경에 입사하여 일시적으로 퇴사한 후 다시 입사한 배달직원이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피고인 제출 증 제20호증). 이처럼 여러 명의 직원이 위와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한 점, 위 직원들과 피고인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그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근로자 E이 세탁비를 횡령하였던 것이 2021. 2.경 퇴직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근로자 E이 '2022. 2. 8.경부터 2024. 3. 29.경 사이에 이 사건 세탁소에서 근무하면서 177회에 걸쳐 8,137,143원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다.
이 사건 세탁소 직원인 I는 2026. 3. 5. '이 사건 세탁소가 위치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021년 초에 이 사건 세탁소가 휴업하면서 근로자 E을 포함한 직원들이 한꺼번에 퇴직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피고인 제출 증 제19호증). 이 사건 세탁소가 위치한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금전공탁서(피고인 제출 증 제18호증)에 의하면 2020. 10.경 이 사건 세탁소가 위치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진술서의 내용과 같이 근로자 E을 비롯한 이 사건 세탁소 직원들이 2021년 초순경 한꺼번에 퇴직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근로자 E은 2015. 2. 1.부터 2024. 3. 30.까지 이 사건 세탁소에서 계속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예금거래내역, 업무일지, 고객들과의 문자메시지 내역, 영수증 등을 제출하였다(증거기록 23-84쪽). 그러나 위 자료에서 피고인이 2021. 2. 6.부터 2021. 2. 27. 사이에도 계속하여 이 사건 세탁소에서 근무하였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확인되지 아니한다.
근로자 E이 2021. 2.경 이 사건 세탁소에서 퇴직하였을 경우 피고인은 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그때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 E은 2024. 4. 15. 이 사건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한 진정을 제기할 때까지 위 일시에 발생한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피고인 등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2021. 2.경 퇴사한 다른 직원인 I, J은 당시에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 E이 2021. 2.경 발생한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을 여지가 적지 않다. 설령 그 당시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더라도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므로(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 이 사건 공소사실 일시에는 2021. 2.경 발생한 퇴직금 채권이 시효 경과로 소멸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근로자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2024. 3. 30. 근로자 E이 퇴직한 무렵 2021. 2. 28.부터 2024. 3. 30.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려고 하였다(증거순번 8번 근로자 E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진술조서 4쪽).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의 구체적 금액에 대하여 다툼이 있었고 근로자 E의 횡령에 따른 피해금 변제도 문제되어 위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급 거절 경위와 이유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근로자 E이 퇴직한 2024. 3. 30.로부터 14일 이내에 2021. 2. 28.부터 2024. 3. 30.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현실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항 기재와 같고,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반정우(재판장) 장용 강제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