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산하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일제위원회'라 한다)는 2004. 11. 10. 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2010. 3. 22. 법률 제1014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일제특별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 과거사 관련 위원회이고, 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이하 '태평양위원회'라 한다)는 2006. 6. 18. 구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10. 3. 22. 법률 제1014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태평양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 과거사 관련 위원회이며,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이하 '대일위원회'라 한다)는 2010. 3. 22.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일특별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 과거사 관련 위원회이다.
원고는 2005. 11. 24. 일제위원회와 사이에 기간을 2005. 12. 31.까지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조사관채용계약을 체결하고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의 진상조사 등 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관으로 근무하면서 1년 단위로 계약을 새로이 체결하여 오던 중(원고는 조사관 '다'등급으로 채용되었다가 2006. 8. 1.자로 등급이 '나'로 변경되었다), 2009. 12.경 기간을 2010. 1. 1.부터 2010. 3. 24.까지로 하되 조사관 등급을 '다'로 하향하여(이하 '이 사건 강등'이라 한다)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2009. 1. 1.자 근로계약에서는 종전과 달리 제4조, 제11조가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었다.
2010. 1. 1.자 근로계약에서는 제4조, 제10조가 종전과 달리 다음과 같이 규정되었다.
원고는 2010. 3. 22. 일제위원회로부터 2010. 3. 24.까지만 근무할 것을 통보받았다(이하 '이 사건 갱신거절'이라 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은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강등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일제특별법 제9조에 의하면, 일제위원회의 직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위원회의 규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퇴직·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 사건 강등은 일제특별법 제9조에서 정한 사유 없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져 무효이다.
구 「일제위원회 및 태평양위원회 조사관의 채용규정」(2009. 12. 22.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위원회 채용규정'이라 한다) 제3조 제2항 및 그 별지에는 조사관을 가, 나, 다등급으로 구분하여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일제위원회는 아무런 근거 없이 라, 마등급을 새로 만드는 한편, 2009. 12. 22. 구 위원회 채용규정 제2조, 제3조를 개정하면서 그 근거규정을 만든 후(이하 '신 위원회 채용규정'이라 한다) 이 사건 강등을 하였다. 이는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위원회 채용규정을 조사관들의 집단적인 동의 없이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반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강등은 원고에 대하여 징계처분의 일종인 감봉과 다를 바 없음에도 일제위원회는 징계절차에 있어서와 같은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원고의 월 임금의 10%를 초과 삭감하였으므로, 이 사건 강등은 무효이거나 근로기준법 제95조에 위배되는 범위 내에서 무효이다(이에 더하여 원고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이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한 정당한 이유 없는 감봉'이라는 주장을 추가한 바 있다).
일제위원회는 예산이 부족하거나, 이 사건 강등을 하여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님에도 마치 예산부족 등으로 강등처분이 불가피한 것처럼 속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강등을 수용토록 기망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강등을 수용한 것은 민법 제110조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원고는 기망행위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위 주장 및 그로 인한 법률효과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이후 '민법 제110조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내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에도 해당한다며 이 사건 강등의 효력을 부정한 바 있다).
판단
앞서 든 증거와 갑 제9 내지 15, 22, 23호증, 을 제1 내지 4, 6, 7, 9, 1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2010년도 예산 중 일제위원회 및 태평양위원회의 조사관 인건비로 50명분(가등급 17 명 + 나등급 22명 + 다등급 11명)인 1,324,268,000원이 배정되었는데, 이는 2009년도 예산 중 조사관 인건비 배정액인 1,824,275,000원보다 500,007,000원이 감축된 금액이었던 사실, ② 이에 따라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는 2009. 11. 23. 모든 조사관들을 1등급 하향하여 재계약하기로 결정하고, 2009. 11. 25. 업무연락을 통하여 원고를 비롯한 조사관들에게 이를 통보한 사실, ③ 원고를 비롯한 조사관들은 이에 반발하여 조사관 회의를 갖고 사무국장 등과 면담을 갖기도 하였으나, 결국 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한 사실, ④ 한편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는 위 결정에 따라 조사관들과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기 전인 2009. 12. 22. 구 위원회 채용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신 위원회 채용규정 제2조, 제3조에 라, 마등급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는 2010년도 조사관 인건비가 감축 배정되자 예산의 범위 내에서 모든 조사관들의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강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원고는, '비록 일제위원회 및 태평양위원회 조사관들의 2010년도 인건비가 전년도에 비해 일부 축소되긴 하였으나, 해당 예산은 일제위원회의 존속기간이자 원고를 포함한 일제위원회 소속 조사관들의 재계약기간 만료일인 2010. 3. 24.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조사관들의 인건비에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 책정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마치 2010년도 인건비가 50명분으로 감축된 것인양 기망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부득이 이 사건 강등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피해조사의 처리율이 약 52% 가량에 불과한 상황속에서, 일제위원회의 존속기간이 법률개정을 통해 과거 수차례 연장되어 온 점과 양 위원회의 향후 통합 문제에 관한 법률 개정이 논의되고 있던 점 등을 감안하여, 일제위원회의 법률상 존속기간과는 무관하게 1년분의 인건비를 요청하여 배정받은 것으로 보일 뿐(그리고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책정된 예산에 따라 2010. 3. 24. 이후 반드시 원고를 포함한 기존의 조사관들과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대신, 새로운 인원들과 조사관채용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010년도의 조사관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였다), 달리 피고가 조사관 인건비 예산의 요청·배정과 관련하여 원고를 기망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찾기 어렵다.
한편 갑 제14호증, 을 제11,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대일위원회는 대일특별법 시행 후 그 활동을 위하여 2010. 4. 9. 예비비를 신청하여 같은 해 5. 13. 예산을 배정받은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이러한 예산은 대일특별법에 따라 대일위원회가 신설되자 그 활동을 위하여 배정되거나 승인된 것임을 알 수 있을 뿐이어서, 신설된 조직이 아닌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가 감축 배정된 조사관 인건비의 보충을 위하여 예비비 등을 신청하였더라도 감 축된 금액에 상당하는 금원을 배정받았거나 승인받았으리라고 쉽사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제특별법 제9조는, 일제위원회의 직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위원회의 규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퇴직·휴직·강임을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제특별법 시행령 제14조는, 일제위원회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전문위원과 보조인력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위원회 채용규정 제2조 제1항이나 신 위원회 채용규정 제2조 제2항은, 일제위원회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조사관을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예산의 감축에 따른 이 사건 강등은 위 각 규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원고를 비롯한 조사관들이 일제 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강등 결정에 반발하기는 하였으나, 결국에는 이를 수용하고 일제위원회, 태평양위원회와 사이에 등급이 하향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강등이 종국적으로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기보다 원고가 당시의 상황에서는 이 사건 강등을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강등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채용규정이 원고에 대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또 구 위원회 채용규정 제2조 제3항에 조사관 라, 마등급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구 위원회 채용규정을 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조사관 등급을 세분화한 것일 뿐이므로 더 낮은 조사관 등급이 신설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 자체가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법령에 의하여 설치된 각종 위원회 상근직은 원래 가등급부터 자등급까지 9개의 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강등이 무효라거나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 등에 의해 이 사건 강등을 수용하였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이 사건 갱신거절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5년경부터 2010년경까지 장기간 반복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매년 특별한 절차나 논의 없이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방식으로 계속하여 근무하여 왔다. 그리고 그동안 일제위원회 조사관들 중 계약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계약기간의 만료시마다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받은 사실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형식에 불과하므로, 일제위원회 또는 대일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기간이 형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의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사업이나 업무가 종료할 때까지는 근로계약이 유지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는 대일위원회 등에서의 조사업무가 종료될 때까지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다. 그런데 대일위원회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으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이 무효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원고는 대일특별법이 2010. 3. 22. 시행됨으로써 그 부칙 제4조에 따라 대일위원회의 직원이 되었는데, 대일특별법 제21조가, 위원회의 직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위원회의 규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퇴직·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일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갱신거절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은 위 규정에 반하여 무효이다.
인정사실
일제위원회는 2004. 11. 10. 설치되어 2005. 3. 25. 1차 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일제특별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최초의 진상조사개시결정일인 2005. 3. 25. 이후 2년 이내인 2007. 3. 24.까지 조사를 완료하여야 함에도 조사를 완료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2007. 3. 23. 일제특별법 제16조 제1항이 개정되어 조사기간이 4년으로 2009. 3. 24.까지 연장되었고, 그 후 일제특별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국무총리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고 조사기간을 6개월씩 2회 연장하여 최종적으로 조사기간이 2010. 3. 24.까지 연장되었다.
일제위원회의 조사기간이 만료될 무렵 행정안전위원장이 국회에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을 제출하여 위 대안이 2010. 2. 26.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2010. 3. 22. 대일특별법으로 제정, 공포 및 시행되었는데, 위 대안의 제안 이유와 대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일제위원회의 설치 이후 조사기간 만료일인 2010. 3. 24.까지 피해 신청 건수가 226,666건이었으나, 그 중 117,958건이 처리되어 피해조사 처리율은 52%로서 나머지 48%의 사건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였다.
일제위원회는 2009. 12. 원고에게 2010년도 조사관 재계약에 따른 계약기간은 2010. 1. 1.부터 조사기간 종료시점인 2010. 3. 24.까지이고, 다만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통합 등으로 정부조직개편이 될 때에는 위 계약기간에 불구하고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고 통보하였다.
일제위원회는 2009. 12. 원고에게 "2010년도 재계약 대상자인 원고의 계약기간이 2010. 3. 24. 만료될 예정이므로 그 시점까지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계획을 세워 달라."라고 요청하였다.
일제위원회는 2010. 3. 22. 원고를 포함한 일제위원회 조사관 59명에게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폐지 및 대일위원회의 설치를 이유로 계약기간 만료일인 2010. 3. 24.까지 근무할 것을 통보하는 한편, 태평양위원회 조사관 14명에게는 계약기간 만료일인 2010. 12. 31.까지 근무할 것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① 2005. 11. 24.부터 2008. 11. 23.까지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6,736,050원, ② 2008. 11. 24.부터 2009. 12. 31.까지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2,481,630원, ③ 2010. 1. 1.부터 2010. 3. 24.까지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467,622원을 각 수령하였다.
대일위원회는 태평양위원회 조사관 14명 외에도 예비비 등으로 2010. 5. 10. 49명의 조사관을 신규로 채용하였는데 그 중 24명은 일제위원회에서 근무하던 조사관이었다. 그리고 대일위원회는 그 후 추가로 49명의 조사관을 신규로 채용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 10, 15, 24, 25호증, 을 제5, 6, 8, 9, 11,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정한 것이 형식에 불과한지에 대한 판단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컨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된다. 그러나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위와 같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일제위원회는 2004. 11. 10. 설치 당시 일제특별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최초의 진상조사개시결정일 이후 2년 이내에 조사업무를 완료하도록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 기간 내에 조사업무를 완료하지 못하여 조사기간이 최종적으로 2010. 3. 24. 까지 연장됨으로써 2010. 3. 24. 그 업무를 종료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점, ② 위와 같이 조사업무 완료에 필요한 기간이 예정되어 있었던 관계로 일제위원회 채용규정 제5조도,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회계연도 단위로 하되 위원회 활동기간 또는 업무특성 등을 감안하여 계약기간을 결정 또는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던 점, ③ 그리고 일제위원회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제4조에서 계약기간을 정하면서도 제8조 제6호 또는 제11조 제6호에서 계약기간 중 일제위원회가 청산되거나 존속기간이 도래하여 폐지되었을 경우에는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원고와의 협의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던 점, ④ 또한 일제위원회는 2009. 12.경 원고에게 조사업무가 2010. 3. 24. 종료됨을 통보하였고,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제4조에서 종전과 같이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지 않고 일제 위원회의 조사기간 만료 예정일인 2010. 3. 24.까지로 명시하는 한편, 계약기간 중 정부방침에 따라 위원회 통합 등 새로운 조직 정비 또는 조직 개편 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는 내용을 추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원고가 일제위원회와 사이에 2005년경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래 2010년까지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른바 한시적 사업 내지 업무를 위하여 체결한 근로계약의 존속 기간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일제위원회와 그 조사업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완료에 필요한 기간이 정해져 있었고, 그 조사업무를 완료하지 못하여 그 기간이 연장되기는 하였으나, 연장된 기간 또한 정해져 있었으며, 그로 인하여 기간제근로자 제도가 악용될 여지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의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①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본문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고, 다만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면서 그 예외 중 하나로 제1호에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점, ② 기간제법 제2조 제1호는 '기간제근로자라 함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특례규정은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에 비추어 보면 한시적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용자는 기간을 정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그 근로의 기간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계약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인 점, ③ 한시적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로서도 업무가 한시적인 성격인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 기간제근로자 사용이 악용될 소지가 적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시적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사전에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실제로 사업이 완료되거나 특정한 업무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하여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 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의하면, ① 대일위원회는 일제위원회의 조사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일제위원회의 미처리 업무를 계속하여 추진하고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통합하여 정부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설치된 조직인 점, ② 대일특별법 부칙 제3조, 제4조는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소관 사무는 대일위원회가 승계하고, 일제위원회, 태평양위원회의 행위와 일제위원회, 태평양위원회에 행한 행위는 대일위원회가 행하거나 대일위원회에게 행한 것으로 보며, 일제위원회, 태평양위원회에 제출된 신고와 신청 등은 대일위원회에 제출된 신고와 신청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법 시행 당시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직원은 대일위원회의 직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③ 실제로 일제위원회의 조사기간 만료일인 2010. 3. 24.까지 총 피해 신청 건수 중 48%에 달하는 사건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었던 점, ④ 태평양위원회 설치 무렵부터 태평양위원회와 일제위원회의 사무국은 통합되어 운영되었는데, 대일위원회의 설치 당시 원고들을 비롯한 일제위원회 조사관 59명은 모두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갱신이 거절된 반면, 태평양위원회 조사관 14명은 근로계약 만료일이 도래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계속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다가 신규채용의 방식으로 모두 대일위원회의 직원이 된 점, ⑤ 대일위원회는 2010년에 예비비 등으로, 승계한 태평양위원회 조사관 14명, 신규로 채용하거나 추가로 채용한 조사관 98명 등 합계 112명의 조사관으로 조사업무를 진행한 점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 또한 알 수 있다.
일제위원회는 설치 당시부터 그 존속기간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러한 사실은 원고와 일제위원회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근로계약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을 뿐만아니라, 원고도 자신의 계약기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일제위원회는 2009. 12. 원고에게 2010. 3. 24.까지의 연차 유급휴가 계획을 세워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그 계획을 제출한 후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일제위원회로부터 3회로 나누어 2010. 3. 24.까지의 퇴직금을 모두 수령하였다.
태평양위원회는 일제위원회와 달리 태평양법에서 그 존속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따라서 태평양위원회가 조사관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에도 계약기간은 2010. 1. 1.부터 2010. 12. 31.까지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의 사무국이 통합되어 운영되기는 하였으나 이와 같은 존속기간의 차이로 양 위원회가 활동할 당시에도 일제위원회 조사관들이 태평양위원회로 전직하기도 하였다.
대일위원회는 2010년에 신설된 조직인 관계로 예비비 등의 배정을 받은 것이고, 당시 예산 상황, 효율성 등을 감안하여 조사관의 등급을 일제위원회나 태평양위원회보다 1등급 낮추어 채용함으로써 112명의 조사관으로 조사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제위원회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이 사건 근로계약 제4조에서 계약기간을 정하면서도 제8조 제6호 또는 제11조 제6호에서 계약기간 중 일제위원회가 청산되거나 존속기간이 도래하여 폐지되었을 경우에는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원고와의 협의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2009. 12.경 원고에게 조사업무가 2010. 3. 24. 종료됨을 통보하였고,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제4조에서 종전과 같이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지 않고 일제위원회의 조사기간 만료 예정일인 2010. 3. 24.까지로 명시하는 한편, 계약기간 중 정부방침에 따라 위원회 통합 등 새로운 조직 정비 또는 조직 개편 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계약기간은 일제위원회와 태평양위원회를 대일위원회로 통합하는 대일특별법이 시행된 2010. 3. 22. 자동으로 종료되었거나 적어도 일제위원회의 조사기간 만료 예정일인 2010. 3. 24.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대일특별법 부칙 제4조가 법 시행 당시 양 위원회의 직원은 대일위원회의 직원으로 본다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그 취지가 이미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계약기간의 종료가 예정된 일제위원회 직원들까지도 그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기간의 약정이 없는 상태로 대일위원회의 직원이 된다거나, 대일위원회가 그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갱신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태평양위원회 소속 조사관들의 근로계약은 2010. 12. 31.까지 갱신되었다'거나 '당시 미처리 조사건수가 48%에 이르렀다'는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원고에게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대일특별법 부칙 제4조를 위와 같이 해석하는 이상 이 사건 갱신거절이 대일특별법 제21조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임금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강등과 갱신거절이 모두 유효한 이상, 그 무효를 전제로 이 사건 강등에 따라 감소된 임금 및 이 사건 갱신거절 다음날부터의 임금의 각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김나나 성준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