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중구 C에 있는 사단법인 D의 실경영자로서 상시 근로자 3명을 사용하여 사단법인 부설 E을 운영하는 사용자인바, 2010. 8. 1.부터 2013. 6. 9.까지 위사 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망 F의 임금 5,200,000원 및 퇴직금 5,805,240원 합계 11,005,24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 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누6924 판결,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사단법인의 실경영자로서 사업주에 해당한다거나 또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결국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인 사용자라는 점에 관하여 입증이 부족하다.
이 사건 사단법인은 5명 정도의 이사들, 이사 중 대표권을 가진 회장 1명, 사무국장(피고인) 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 이사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출근도 거의 하지 않아 사실상 회장과 사무국장만 근무하는 매우 간소한 조직이다.
망 F은 사단법인 부설의 치과병원 원장으로 근무하였는데, 치과병원 역시 의사인 원장 1명과 간호사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단법인의 등기사항증명서에는 망 F의 사망 당시 회장 G가 유일하게 대표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등기 내용과 위와 같이 간소하면서도 이원화된 조직구성에 비추어, 사무국장이 사단법인의 실질적인 대표자에 해당한다거나 사무국장에게 일반적인 행정업무의 범위를 넘어 '부설병원 원장'에 대한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에 관한 권한과 책임까지도 위임되어 있다고 보이지 않고, 그렇게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부설병원 간호사로서 병원과 사단법인 전반의 경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증인 H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아닌 전임 회장 G가 급여의 결정 및 지급에 관하여 최종적 결재권을 행사하고 실질적으로 업무 처리를 지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H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망 F이 근무하다가 사망할 무렵에 회장 G가 사무실에 자주 출근하지는 않았지만 급여 등의 지급에 관하여는 자신에게 직접 그 내용을 적은 쪽지를 작성해 주거나 구두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고, 자금인출에 필요한 도장도 회장이 직접 관리하며 필요할 때마다 만나서 날인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한편, 피고인으로부터는 이에 관한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사단법인의 현 대표자인 I도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사무국장인 피고인이 일반적인 행정업무를 담당하기는 하나, 의사의 채용이나 급여의 지급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은 실질적으로 회장이 결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사단법인은 2012. 7. 10.경 피고인을 이사에서 해임하는 결의를 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다투어 2013. 9. 위 해임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25. 선고 2013가합27843 판결), 위와 같은 분쟁 과정에서 회장 G가 피고인의 출입 보안카드를 삭제한 사실도 있어 보인다. 회장 G와 피고인의 이러한 관계를 고려할 때, 회장 G가 피고인에게 일정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신종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