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학교 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업무재구조화계획'에 항의하기 위하여 서울시교육청 9층 접견실(이하 '이 사건 접견실'이라고 한다)에서 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예산안 통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그 다음 날 오전으로 예정된 관련 부서의 회의 결과를 직접 듣기 위하여 이 사건 접견실에서 퇴거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행위는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조합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4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런데, 제1심은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근로자의 쟁위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전제로 판단을 하였는바, 이러한 제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제1심의 각 형(피고인 A, B, C : 각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 피고인 D, E : 각 벌금 70만 원)이 모두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제1심의 위 각 형이 모두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도739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사업장 내의 조합 활동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접견실을 점거하여 담당공무원으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았음에도 그 요구에 불응한 것은 퇴거불응죄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 제4조의 정당한 조합활동 내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다만, 제1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1>의 '쟁의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판단하였으나, 피고인들이 위 행위에 대하여 쟁의행위가 아닌 조합의 활동으로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서울시교육청에 면담을 요청하였다가 우발적으로 이 사건 접견실을 점거하게 된 행위가 노동조합법 제37조 이하의 엄격한 요건 및 절차를 갖추어야 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1심이 피고인들의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므로, 제1심의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아니하여 이를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지는 아니한다).
피고인들은 H노동조합 I본부 서울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등에 소속된 노동조합의 간부들로서, 2015. 12. 2. 16:00경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하여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업무재구조화계획'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였다. 위 면담 요구에 따라 피고인들은 이 사건 접견실에서 X와 Y를 만나 약 두 시간 동안 면담을 진행하면서 '학교업무재구조화계획'에 대한 노동조합의 건의사항을 전달하였고, Y는 피고인들에게 '건의사항을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다음 날인 2015. 12. 3. 오전으로 예정된 관계 부서 회의에서 위 내용을 논의한 후 오후까지 그 결과를 알려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면담을 종료한 후에도 관계 부서 회의의 결과를 듣고 가겠다고 주장하면서 계속 이 사건 접견실에 남아 있다가 2015. 12. 2. 19:00경 청사방호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청 공무원 L로부터 업무시간이 종료되었으니 퇴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였다(당시 L는 피고인들에게 본관 앞 다른 건물 회의실에 대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은 다음날인 2015. 12. 3. 00:30경, 03:30경 및 05:30경 총 3회에 걸쳐 다시 L로부터 서면으로 퇴거요구를 받고서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같은 날 7:20경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 전까지 약 12시간 동안 위 접견실을 점거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들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업무재구조화계획'에 항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하여 면담을 한 후 이 사건 접견실을 점거하기에 이른 것인바, 이는 그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 수권 혹은 승인을 받은 '조합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다. 또한, 당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접견실 내 탁자에 둘러 앉아 있었을 뿐, 피켓, 현수막 등 도구를 사용하거나, 기물파손, 고성 등의 소란행위를 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는, 심야 시간에 약 12시간 동안 서울시교육청 청사 내에 있는 이 사건 접견실을 점거한 것으로서, 이로써 교육청의 시설관리권이 침해되고 청사 방호업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었을 것으로 보여 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이전에도 수회에 걸쳐 피고인들과 '학교업무재구조화계획'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당일 갑자기 방문한 피고인들과의 면담도 진행하였는바, 피고인들로서는 점거 이외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서울시교육청에 대하여 노동조합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당시 서울시는 '학교업무재구조화계획'과 관련하여 내부회의를 하고 예산안을 심사하는 단계에 있었을 뿐, 서울시의회에서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처리하는 단계가 아니었는바, 피고인들이 당시 이 사건 접견실을 점거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함께 본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하여 집단적으로 이 사건 접견실을 약 12시간 동안 점거하면서 적법한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으로서 그 범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사안이 경미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어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당시 소란이나 폭력 행위가 발생되지는 아니한 점, 서울시 교육감과 L가 수사 기관에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죄전력,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제1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일혁(재판장) 조형우 이미선
각주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각주2) 6.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