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7. 선고 2016노531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고소인 E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거나, 적어도 2015. 1. 21.경에는 적법하게 근로관계가 종료된 자이므로, 피고인은 E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피고인은 2015. 1. 21.경 F에게 D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 한다)의 대표자 지위를 양도하였다. 그러므로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사용자 지위에 있지않았거나, 적어도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관악구 C빌딩에 있는 D센터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30여명을 사용하여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4. 11. 10.부터 2015. 5. 6.까지 위 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한 E의 2015년 1월부터 4월까지 각 월급 390만원 합계 1,560만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피고인과 F 사이의 이 사건 센터 대표자 지위 이전 및 피고인의 대표자 사임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고, 피고인도 당시 이를 알았다고 할 것이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 사건 근무 기간 동안 센터 대표자로서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판단에 기초한 근무 해태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E가 근로자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6537 판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E는 2014. 11. 10.경부터 2015. 5. 6.경까지 임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 센터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E는 2014. 11. 10.경 피고인에 의하여 이 사건 센터의 사무국장(위 센터의 정식편제상의 지위는 '전담관리인력'이다)으로 채용되어, 2015. 5. 6.경 퇴사하기 전까지 위 센터의 소재지로 등록된 서울시 관악구 C건물에 출근하면서 전자바우처시스템 등록·관리 업무 등 근로를 제공하여 왔다.

②

E는 피고인으로부터 2014. 11.과 2014. 12.분 급여로 월 390만 원씩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이 F에게 이 사건 센터 대표자 지위를 넘긴 2015. 1. 21. 이후 E의 급여가 지급되지 아니하였으나, 위 시점 이후에도 E는 2015. 5. 6.경까지 그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여 왔다.

③

피고인이 2015. 1. 21.자로 E를 적법하게 해고하였다거나 E와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센터의 지위를 F에게 양도하였다고 하여 E와의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④

피고인도 수사 초기에는 E가 2014. 11. 10.부터 2015. 5. 6.까지 D센터에서 근무한 근로자라는 점 자체는 인정하였다.

⑤

한편 E가 관계법령에서 요구하는 이 사건 센터의 전담관리인력으로서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이기는 하다(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자만이 전담관리인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E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센터에 채용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실질적인 노무를 제공하였던 이상 전담관리인력으로서의 자격 유무가 근로자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2)

피고인에게 임금체불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E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데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2015. 1. 21. F와 사이에 피고인이 이 사건 센터의 공동대표 및 소장직에서 즉시 사임하고 위 센터의 운영권 및 대표자 지위를 F에게 모두 이전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같은 날 금천세무서에 법인 대표자 변경신고를 하여 위 센터의 대표자를 F로 하는 고유번호증을 부여받았다. 한편 같은 날 개최된 이 사건 센터 1월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공동대표 A은 일신상의 사유로 공동대표에서 사임하고 F가 대표로서의 직위를 갖는다'는 내용의 안건이 통과되었다.

②

피고인은 2015. 1. 20.경을 전후로 위 센터와 관련된 업무용 통장, 체크카드, 인터넷뱅킹보안카드 등 금융자료(이하 '이 사건 금융자료'라 한다)를 E로부터 회수하여 F에게 넘겨주었다. 그 후 피고인은 2015. 3. 3.경부터 2015. 6. 23.까지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있었다.

③

이 사건 센터는 100%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된다. 즉, 센터의 직원이 전자바우처시스템을 통해 정산한 금액을 입력하면, 관악구청의 승인 하에 국고보조금이 이 사건 센터의 계좌로 지급된다. 이 사건 센터에서는 이렇게 지급받은 국고보조금으로 활동보조인 및 전담인력의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당시 이 사건 센터의 계좌 현황상 E의 급여를 지급할 만한 보조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든 F든 대표자가 개인의 자금으로 급여를 지급할 필요는 없었고, 이 사건 센터의 계좌에 입금된 국고보조금을 지출하기 위한 절차만 진행하게 되면 E에게 임금지급이 충분히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센터로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지출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금융자료가 필요하다. 이 사건 금융자료를 가지고 있던 F는 위 대표권을 양도받았다고 주장하는 2015. 1. 21. 이후 같은 해 6.경까지 정상적으로 활동보조인들의 급여를 제 때에 지급하여 왔고, E 역시 F가 위와 같은 급여 이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가 자신의 근무기간 동안 관악구청이나 F 외에 피고인에게 밀린 임금의 지급을 요청한 바도 없다(E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은 위법행위를 자행한 자로서 센터 업무를 보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⑤

결국 피고인이 F에게 대표자 지위와 함께 이 사건 센터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지출할 수 있는 이 사건 금융자료를 넘겨준 이후에는, E에 대한 급여를 포함하여 센터에서 하여야 할 모든 지출이 F에 의하여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였을 여지가 크다. F가 E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과정에 피고인이 관여하였다거나, F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별다른 증거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장일혁(재판장) 임영철 황성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