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 D노동조합(이하 '원고 조합'이라 한다)은 금속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산하에 E지부 F지회(지회장 G, 이하 '원고 지회'라 한다)를 두고 있다. 원고 지회는 2001. 2. 8. 설립되었고,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 소속 근로자들로서 원고 지회 소속 조합원들이다.
피고 A노동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여 2011. 7. 1.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고, 피고 B은 피고 조합의 위원장이다.
소외 H노동조합(이하 '소외 조합'이라 한다)은 2016. 10. 11.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고 피고 소속 근로자 14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고 회사의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의 체결 경위
원고 지회는 2018. 5. 21. 피고 조합에 기존 임금체계인 '등급별 호봉제'에 임금차별 및 임금 역전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단일 호봉제'를 제시하면서 단체협약 교섭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안 논의를 제안하였다.
피고 조합은 2018. 5. 23. 피고 회사에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교섭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 지회와 소외 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으며, 그 결과 피고 조합이 2018. 7. 10.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피고 조합은 2018. 8. 29.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2019. 1. 14.까지 17차에 걸쳐 피고 회사와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교섭을 진행하였고, 2019. 1. 14. 기본급 5만 원 인상, 생산성 향상 격려금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하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라 한다)을 도출하였다.
이 사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각 노동조합별로 2019. 1. 17. 실시되었는데, 전체 노동조합의 소속 조합원 재적 인원 370명 중 353명(95.40%, 소수점 둘째자리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 투표에 참여하였고, 그 결과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찬성 총 138표(39.09%), 반대 총 212표(60.05%), 무효 총 3표(0.84%)가 되어 이 사건 잠정합의 안은 부결되었다.
피고 조합은 2019. 1. 23. 피고 회사와 부결된 이 사건 잠정합의안대로 임금 교섭을 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관련규정
관련 법령과 피고 조합의 규약 중 이 사건에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청구취지
피고 A노동조합과 피고 주식회사 C가 2019. 1. 23. 체결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D노동조합에 5,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9. 1. 2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10호증, 올가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무효확인청구
이 사건 단체협약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행규정인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제29조의4 및 대표권 제한에 관한 내부 절차를 위반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권의 재량을 일탈하여 체결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노동조합의 의사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행위는 불법행위, 대표권 제한 위반 행위,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행위, 또는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고, 그 결과 이 사건 단체협약은 무효이다.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및 규약상 대표권 제한 절차의 위반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사항에 해당하고(제16조 제1항 제3호), 이 사건 규약 제39조는 조합원의 총회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은 조합원의 수권적 동의와 조합민주주의에 기초하는데, 복수 노동조합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 노동조합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 사이에 조합원의 수권적 동의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소수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그들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인 피고 조합은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 결과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경우에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개선안을 도모하여야 하고, 잠정합의안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한다면 조합원들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것인데, 피고 조합은 전체 노동조합 간의 협의 내지 재교섭의 시도조차 없이 부결된 잠정합의안대로 단체협약 체결을 강행함으로써 강행법규인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및 이 사건 규약 제39조를 위반하였다.
비록 이 사건 규약 제39조가 노동조합 대표자의 대표권 제한에 관한 내부적인 봉제 절차이기는 하나, 단체협약 체결의 상대방인 피고 회사도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어 그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내부적 통제 절차에 반한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대하여도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가한 모든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에게 그대로 미치고, 소수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노동조합법 제33조, 제29조의4).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의 과정에서 소수 노동조합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단체교섭의 경과나 내용 등을 소수 노동조합에 제대로 설명하여야 하며, 단체협약의 체결 과정에서도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 결과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경우에는 전체 노동조합 간의 협의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소수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동등하게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소수 노동조합원들의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박탈한 것과 같다.
그런데 피고 조합은, ① 단체교섭의 진행경과나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사실을 소수 노동조합과 전혀 공유하지 아니하였고, ② 소수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이 사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시행하고자 하였으며, ③ 이에 소수 노동조합이 반발하자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는 하였으나 애초부터 소수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총의를 찬반투표의 개표결과에 반영할 의사가 없었고(피고 조합은 단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요식행위로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것에 불과하다), ④ 찬반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오자 피고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제40조에서 정한 공고기한을 넘겨 투표 결과를 공고하였으며, ⑤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어 소수 노동조합이 그 후속 조치를 요청하였음에도 재교섭 논의나 조합원들을 설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아니하였고, ⑥ 원고 지회가 법원에 단체협약체결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위 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이 예정된 날짜에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을 강행하였다.
결국 피고 조합은 이 사건 단체협약의 교섭과정 및 그 체결과정에서 소수 노동조합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에서 정한 절차적 공정 대표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였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 B이 전체 노동조합의 찬반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공정 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 조합은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피고 B이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인 원고들에게 가한 손해를 피고 B과 공동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회사도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이 노동조합법의 강행규정에 반하고 대표권 제한 위반 내지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민법 제760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원고 지회에 500만 원, 원고 지회의 조합원들인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1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단체협약 무효확인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전체 조합원 총의에 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나(제29조 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참조).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게 되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 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결국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전체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을 대표하여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에 따른 공정 대표의무를 부담하되 단일 노동조합 체제 하에서의 노동조합과 동일한 성질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규약 제39조에서도 단체협약 체결 시 조합원의 총회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부결되었음에도 위 합의안대로 피고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는 점(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② 노동조합의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반하므로(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36504 판결 등 참조),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 점, ③ 이 사건 규약 제39조에서도 '단체협약 체결 시에는 조합원의 총회를 거쳐 위원장의 승인을 얻은 후 교섭위원이 연명으로 서명한다'고 하여 피고 조합의 대표자가 총회의 결과에 기속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한 점, ④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단체교섭은 각자 의도하는 목적을 쟁취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여 공방을 거듭하면서 진행되는 속성을 지니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교섭요구안 의제를 선택함에 있어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전략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대표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에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 점, 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전체 조합원의 총의를 확인하였으므로(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찬반투표가 요식행위로서만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 조합이 대표권 제한의 내부적 통제 절차인 이 사건 규약 제3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⑥ 설령 원고들의 주장대로 피고 조합이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내부 규약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규약상의 대표권의 제한은 조합장이 조합을 대표하여 체결한 위 단체협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⑦ 이 사건 단체협약의 임금 교섭은 전체 조합원들의 기본급 5만 원 인상,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만 원 지급 등 대체로 유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피고 조합이 소수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지위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목적에 반하여 오로지 다수 노동조합 내지 사용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 조합이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 사건 잠정합의안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이를 불법행위 내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거나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위반 여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 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 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 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 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협의하여야 할 뿐 아니라 교섭요구안 결정이유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 또한 교섭요구안 의제 선택에 있어서도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안 의제를 배제하면 이를 공정 대표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할 권한을 부여하고 소수 노동조합에게도 교섭의 결과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한 노동조합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교섭요구안 의제를 선택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함에 있어서 각 의제의 중요성 판단, 교섭력 집중과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 선택 등에 관하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5, 6, 17 내지 20, 23, 24, 27, 28, 32, 33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음성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지회 등 소수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교섭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고 조합에 충분히 피력하지 못하였다거나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 피고 조합으로부터 단체협약의 교섭 경과 및 그 내용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고 지회는 2018. 5. 21. 피고 조합에 '단일 호봉제'라는 임금체계 개편안을 제시하면서 전체 노동조합 임원 간담회 개최를 제안하였으나, 피고 조합은 2018. 5. 28. 현 시점에서 단일호봉제 논의는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회신하면서 원고 지회의 임원 간담회 개최를 거부하였다.
피고 조합은 2018. 6.경 소수 노동조합 측의 자율적 교섭창구 단일화 요구에 소극적으로만 대응하였고, 2018. 7. 10.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3항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피고 조합은 2018. 8. 29.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2019. 1. 14.까지 17차에 걸쳐 피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2018. 11. 22. 15차 교섭에 이르러서야 원고 지회가 요구한 단일호봉제 임금체계 개편안을 교섭내용에 포함하였다.
피고 조합은 교섭이 진행될 때마다 그 경과와 내용을 일일이 소수 노동조합과 공유하지는 아니하였고, 피고 조합이 원고 지회의 요청에 따라 공유한 내용을 보더라도 대부분 교섭 차수별 안건 논의 조항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소수 노동조합들로서는 이 사건 잠정합의안을 제공받기 전까지 구체적인 교섭 내용을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 제4, 6, 10호증, 을가 제3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 조합은 원고 지회가 요청한 교섭요구안을 검토하여 그 중 일부를 이 사건 단체협약의 노사제시안에 반영하였고, 2차 교섭일인 2018. 9. 4. 소수 노동조합에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피고 회사의 제시안과 피고 조합의 수정요구안을 모두 공유하였다.
피고 조합은 원고 지회 및 소외 조합에 2019. 1. 14. 이 사건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사실을 즉시 통지하였고, 그 다음날인 1. 15. 잠정합의안의 항목별 내용과 교섭 타결의 경위 등을 설명하였으며 향후 찬반투표 일정 및 절차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피고 조합은 2019. 1. 16. 이 사건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 조합원 설명회를 개최하고 소수 노동조합별로 시간을 할애하여 전 조합원에게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조치하였고, 같은 날 사무장 회의를 개최하여 각 노동조합별로 투표를 진행하되 개표 절차는 상호 참관하며 투표 결과는 합산하여 집계하기로 합의하였으며, 2019. 1. 17. 소수 노동조합과 합의한 대로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다.
피고 조합은 2019. 1. 18.부터 1. 23.까지 간부회의를 4차례 개최하여 재교섭 추진 여부 및 그 실익과 가능성, 원고 지회 요구안의 수용가능성 등을 논의하면서 전면적인 임금체계 개편 요구안의 타결 가능성을 검토하였고, 2019. 1. 21. 이 사건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었음을 전제로 전체 노동조합 사무장단 회의를 개최하여 원고 지회와 소외 조합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및 을가 제17,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3. 가. 2) 나)항에서 인정된 사정들만으로 피고 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에 따른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기 전에 원고 지회의 교섭요구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거나 자율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절차적 공정 대표의무 위반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 조합이 15차 교섭에 이르러 원고 지회의 교섭요구안을 의제로 선정하였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교섭요구안의 의제를 선정함에 있어서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고, 피고 조합이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 지회의 교섭요구안만을 차별하여 이를 뒤늦게 교섭내용에 포함시켰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모든 조합원들이 통상 예측하기 어렵거나 불리한 내용으로 교섭이 진행될 경우 이를 공개하고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야 할 것이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교섭요구안이 결정되기 전까지 모든 교섭과정의 내용을 소수 노동조합에 일일이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찬반투표의 진행 경과 및 피고 조합의 후속 대응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찬반투표가 요식행위로서 사실상 소수 노동조합의 절차적 참여권을 박탈한 것에 다름없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고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제40조는 선거가 끝난 익일 12:00 전까지 선거결과를 확정 공고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실시된 2019. 1. 17. 다음날인 1. 18. 12:22경 사내 인트라넷에 위 투표결과를 공고한 것으로 보이고, 이미 위 찬반투표일에 다른 노동조합의 참관 하에 개표가 진행되었으므로 피고 조합이 다른 의도나 목적 아래 투표결과 공고를 늦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 조합이 부결된 이 사건 잠정합의안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는 하였으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권한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 조합도 수차례 간부회의를 개최하여 재교섭의 실익, 소수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단체협약의 장기화 우려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이 사건 잠정합의안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제29조의4 또는 이 사건 규약 제39조에 반하여 또는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권의 재량 범위를 일탈하여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 조합이 부결된 이 사건 잠정합의안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이를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피고 B 또는 피고 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교섭 및 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에 따른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김근홍 송현정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가합505895
판결선고
2019. 12. 5.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