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4. 선고 2020가단5131984 판결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4.자 2020가소1216481 이행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2.

이 법원이 2020카정30401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2020. 6. 3.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인가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처인 C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서 ‘D사우나’를 운영하던 중, 2017. 3. 2.경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후 피고는 ‘D사우나’에서 근무하다가 2017. 6. 4.경 그만두었다.

다.

피고는 2018. 7.경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였다. 근로감독관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연차수당, 휴게시간에 대한 임금이 합계 15,778,713원이라고 산정하였는데, 원고와 피고는 위 진정사건과 관련하여 2018. 8. 29.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1)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 및 연장근로수당 등의 합의 명목으로 2018. 8. 29.까지 500만 원, 2018. 9. 29.까지 200만 원, 2018. 10. 29.까지 200만 원을 각 지급한다.

2)

위 1회분 금액 지급 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진정사건을 취하하고, 이후 원고가 위 1)항을 전부 이행한 경우 피고는 향후 퇴직금 및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한 근로관계로 인해 발생한 일체의 금품 등에 대해 민·형사상,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부제소 특약).

라.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는 2018. 8. 29. 원고로부터 500만 원을 지급받고서 위 진정사건에 관하여 진정취하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나머지 금액(400만 원)도 모두 지급받았다.

마.

그런데 피고는 원고로부터 여전히 임금 등 6,278,714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2. 10. 원고를 상대로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소1216481). 위 법원은 2020. 2. 14. ‘원고는 피고에게 6,278,7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행권고결정을 하였고, 이는 원고가 2020. 2. 19. 송달받고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2020. 3. 5.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증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제7호증의 1 내지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합의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등 채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는 피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불공정한 내용의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피고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2)

설령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후 원고가 이 사건 합의금 외에 추가로 50만 원을 송금해주는 한편 이 사건 결정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으로 이 사건 합의는 묵시적으로 합의해제 되었다.

3)

이 사건 합의는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에 의하여 무효이다.

4)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에 대한 기숙사비 채권액 340만 원을 피고의 임금 등 채권액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였고, 이 사건 합의금액은 이를 전제로 정해졌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일방적인 공제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원고는 여전히 피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불공정 법률행위 해당 여부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 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합의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근로감독관이 산정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만을 받기로 하는 내용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정도의 금액 차이만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가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합의의 합의해제 여부

원고가 이 사건 합의 후에 피고에게 추가로 50만 원을 더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가 이 사건 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결정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가 묵시적으로나마 합의해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인바, 이와 달리 그에 관한 근로자의 사적 처분이 금지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이 사건 합의의 경위 및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공제에 대하여 피고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이를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할 것인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현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