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15. 선고 2020고단154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B빌딩 3층에 있는 주식회사 C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5명을 고용하여 광고 및 광고대행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가.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1. 4.경부터 2019. 6. 30.까지 근무한 D의 2019. 3. 임금 2,500,000원, 같은해 5. 임금 2,500,000원, 같은 해 6. 임금 2,500,000원 등 합계 7,500,000원을 비롯하여 별지 체불금품내역서 기재와 같이 근로자 7명의 임금 합계 70,226,08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 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1. 4.부터 2019. 6. 30.까지 근무한 D의 퇴직금 잔액 2,756,034원을 비롯하여 별지 체불금품내역서 기재와 같이 근로자 4명의 퇴직금 합계 12,724,981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 사유 발생인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법 제389조 제1, 3항, 제209조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는 대표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다만,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대표이사는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주를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사업경영 담당자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도2910 판결 참조).

3.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사용자라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피고인이 사용자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기 어렵고, 따라서 전체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첫째, 피고인이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주장하는 증인 E은 이 사건 회사를 2018. 1. 1.부로 피고인에게 양도했다고 법정진술한다. 실제로 피고인은 2018. 1.경부터는 이 사건 회사의 직원 급여 지급, 직원휴가, 지출결의, 자금이체결의 등을 결재하였고, 결재란을 보면 대표이사란에 피고인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별도로 E의 결재란이 있지는 않다. 2018. 1.경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피고인은 대외적으로도 대표라고 호칭되고 있고, 공소사실상 근로자들도 이 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회사의 통상적인 내부 업무는 피고인으로부터 결재를 받았고, 다만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F 사건은 E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일부 증인은 E이 반대하는 것을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였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둘째, E이나 피고인이 어떠한 내심의 의사를 가졌을지는 모르나, 이 사건 회사의 법률상 대표이사는 E이고, 지배주주도 E이다. E은 2013. 3. 19. 이 사건 회사에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19. 8. 16. 시점까지 법인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고 있었고(증거기록 199면), 그 이후로도 계속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 11. 28. 기준으로 이 사건 회사의 사업자등록도 E 명의로 되어 있다. 2019. 1. 24. 기준으로 법인인감증명서상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는 E으로 되어 있다. 이 사건 회사의 2018. 2019. 주주명부에 따르면 E이 93.8%의 지배주주이다(증거기록 282면).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가 된다는 취지의 C의 재도약을 위한 협의안(증거기록 77면)은 2017. 일자불상경 작성된 문서로 보이지만 그 문서대로 이행되지 않은 내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예컨대 지분이전 등은 이행되지 않았다), 피고인이나 E이 날인하는 등으로 최종적인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자 한 문서도 아니다. E은 피고인과 영업양도계약서나 주식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피고인에게 이 사건 회사의 주식을 양도하지도 않았다. 양도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넷째, E은 2018. 1.이후로도 이 사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거나, 이 사건 회사의 자금 사용에 관여하였다(다만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임금 미지급이 시작된 2019. 1.경 이후로는 E이 이 사건 회사의 경영 등에 관여하였음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 회사는 2018. 3. 26. F주식회사와 계약기간을 2018. 4. 30., 약정금액 10억 원으로 하여 행사진행 관련 계약을 맺었는데 그 계약서상 대표이사도 E이었고, 그 계약의 이행도 E이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을 지휘, 감독하면서 업무를 진행하였다. 2018. 2.부터 6. 사이에 이 사건 회사에서 E에게 가수금 반환 명목으로 약 1억 8,600만 원이 지급되었는바(증거기록 279면), 그 과정에 피고인이 결재하였거나 개입한 바는 없다.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실 내에 있는 금고에 이 사건 회사 명의통장의 도장 등이 보관되어 있는데, E만 그 금고를 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피고인은 2018. 1.부터 2019. 1.까지 이 사건 회사로부터 월 약 316만 원 정도의 임금만 받았고, 그 이상의 배당수익 등의 자본수익을 받지는 않았다. 피고인은 고용보험 관련해서 2018. 1. 1.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되었다가 2019. 7. 11. 그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신고되어 있다(증거기록 201면).

여섯째,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 근로자는 민사상으로는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므로 민사소송에서의 피고는 법인이 된다. 그러나 법인이 자금력이 없을 경우에 대비하여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사용자 개인을 형사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형사소송에의 피고인은 사용자 개인이 된다. 이러한 형사처벌을 하는 이유는 사용자 개인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의 변제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해 보면 어떤 개인이 사용자인지 여부는, 그 사람이 임금을 지급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 해당 영업을 통한 수익을 어느 정도로 향유하는지, 사업주의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바, 비록 이 사건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는 피고인이 처리하였지만, 피고인은 월급만 받은 반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인 E이 여전히 이 사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였고 언제든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있으며, 이 사건 회사의 영업으로 인한 이익도 E이 향유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의 사용자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오히려 E이 그러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김성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