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 ‘C’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2016. 2. 1.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9. 11. 30.까지 ‘C’에서 야간영업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근무한 사람이다.
C의 직원은 주간근무 직원과 야간근무 직원으로 구성되는데, 피고와 D, E(D의 아들)을 포함한 야간근무 직원 9명은 2018. 10. F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의 설립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D와 E은 2018. 10. 31. 퇴사하였고,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 11. 2.경 D와 E을 제외한 나머지 야간근무 직원 7명을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 신고가 이루어졌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원고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요구를 하였으며, 노무사를 통해 최근 5년(2014~2018년)간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 사용수당을 계산하여 정리한 자료를 원고에게 제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노무사의 조력을 받아 2018. 12. 14. 원고와 사이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2019. 1. 17.까지 임금 문제에 관하여 총 5회의 협의를 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협의 끝에 2019. 1. 21.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하고, 이 사건 합의 제6조 중 합의 내용에 관한 누설을 금지하고 위 반시 합의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부분을 이하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 제4조에 따라 피고에게 총 16,300,000원(이하 ‘이 사건 합의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10, 11호증,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피고는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을 원고의 야간근무 직원이었던 D와 E에게 누설하여 이 사건 비밀유지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금 16,3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원고가 근로계약을 통해 피고에게 부여한 ‘야간휴게시간(식사시간)’은 실질적으로도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이었으나, 피고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무사를 통해 식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무리하게 주장하며 과다한 수당을 요구함으로 인해 원고는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자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는바 이 사건 합의금은 단순히 공로보상 차원의 격려금 성격만을 가지므로, 피고로 하여금 합의내용의 누설시 이 사건 합의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은 유효하다.
피고
근로자로 하여금 연장근로수당 외에는 체불임금을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는 임금의 전액지급원칙(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에 포함된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 또한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금의 실질은 임금인바, 원고가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을 합의 내용에 포함한 동기의 반사회질서적인 측면과 피고가 합의금을 반환할 경우 침해되는 피고의 이익이 큰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판단
피고가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위에서 든 증거 및 갑 제4, 9호증의 영상 및 기재에 의하면, ① ‘C’에서 퇴직한 D가 체불임금 요구에 대한 협의 결과를 묻기 위해 2019. 2. 24. 피고에게 전화를 걸어 ‘받았어요?’라고 물었고, 이에 피고가 ‘뭐 그냥 그렇게 해결됐지.’라고 대답하여 원고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았다는 취지의 대답을 한 사실, ② 이틀 뒤 D가 피고에게 ‘그러면 받은 거네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하며 자신과 E도 원고로부터 합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자 피고가 이에 응하여 노무사를 소개하여 주고 협의 요령을 알려주는 등 도움을 준 사실, ③ 그런데 원고와 D의 협의가 결렬되자 D는 ‘동료 근로자들이 휴게시간 미부여를 이유로 합의금을 지급받았다.’, ‘원고는 D와 E에게 연장․야간근로의 수당 차액, 휴게시간 미부여에 의한 미지급 임금 차액,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진정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행위는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 결과, 합의금 지급 사실 등 합의 내용에 관한 사항을 D에게 누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의 효력
이 사건 합의의 유효성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이미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고(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다82354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더라도 근로자가 그 스스로의 의사에 의하여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으므로, 근로자는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먼저 갑 제2, 7, 10, 1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이 사건 합의 제3조에 근로자인 피고가 2016. 1. 1.부터 2018. 12. 31.까지의 휴게시간을 연장근로 시간으로 인정받는 대신 휴일근무수당 및 연차수당에 관한 권리는 포기하기로 하고 이에 대하여 이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된 사실, ② 당초 이 사건 노동조합은 원고와 미지급 임금에 관한 단체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려고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단체협약 대신 원고와 각 야간근무 직원 사이의 개별 합의가 체결된 사실, ③ 피고는 이 사건 합의 체결 전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노무사의 조력을 받아 2018. 12. 14. 단체교섭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된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다가 이 사건 합의 제1조 제5호에 의하면 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이미 그 지급청구권이 구체적으로 발생한 2014. 1. 1.부터 2018. 12. 31.까지의 휴일근무수당과 연차수당인 점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는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에 대한 피고의 유효한 처분행위로서 유효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합의가 근로기준법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을 전제로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의 효력을 부인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의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
이 사건 합의금의 성질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제5호).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금품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금품이 지급의무 없이 은혜적으로 지급되거나 지급의무가 있더라도 근로제공과 관련 없이 근로자가 특수한 조건이나 환경에서 직무를 수행함으로 말미암아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변상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실비변상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 등과 같이 개별 근로자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좌우되는 때에는 그러한 금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10650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든 증거, 갑 제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금의 성질은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직원들이 교대로 식사를 함으로써 식사시간을 자유로운 휴게시간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근로계약서에 식사시간을 포함하여 휴게시간을 규정하고 휴게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실도 구비하여 두었으나, 야간근무 직원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식사 도중 손님이 방문할 경우 그중 일부가 응대를 함으로써 식사시간에도 일부 근로를 제공하였다. 이로 인해 식사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원고와 야간근무 직원들 사이에 이견이 생겼다.
이에 이 사건 노동조합은 원고에게 2018. 12. 14.자 단체교섭을 요청하면서 안건을 ‘18년 12월 현재까지 지급된 임금과 관련한 것’이라고 명시하였고, 단체교섭 당시 원고 측의 G과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위임을 받은 노무사 H는 야간근무 직원들이 식사시간에 손님을 받은 것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 여부, 원고가 법률상 지급할 의무가 있는 임금의 범위 등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이 사건 합의는 위와 같이 식사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원고의 추가적인 임금지급의무의 존재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한 협의 끝에 체결된 것인데, 이 사건 합의 제3조는 ‘휴게시간은 실질적으로 대기시간의 성격이 강하여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이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에 해당되나, 연장근로만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합의 제5조는 ‘본 합의는 원고가 피고에게 개인별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여, 이 사건 합의금의 성질이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임을 명시하였다.
원고는 식사시간의 실질은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이었으며, 이 사건 합의금은 단순히 격려금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합의서에는 식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바, 이 사건 합의의 체결 경위 및 이 사건 합의의 문언을 비롯하여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한 이상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합의의 내용대로 인정함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합의금을 근로제공과 관련 없이 은혜적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의 효력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은 선량한 풍속 또는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금의 실질은 임금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고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는 대신 2018년까지의 나머지 미지급임금채권을 포기하기로 하였는바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연장근로수당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면 피고는 2018년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에 이른다.
원고는 주간근무 직원들이 이 사건 합의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미지급 임금을 청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을 둔 것으로 보이는바, 위 조항에 의하여 보호받고자 하는 원고의 이익은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추어 정당한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원고는 피고에게 지급한 합의금은 체불임금이 아니라 공로보상차원의 격려금인데, 야간근무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원고에게 추가수당을 요구하여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는 식으로 합의의 본질이 왜곡되어 전달될 경우 주간근무 직원들도 정당한 근거 없이 추가수당을 요구하여 사업장의 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여 합의 내용에 관한 누설을 금지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금의 성질을 단순한 격려금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간근무 직원들이 이 사건 합의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경영에 큰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합의내용의 외부 누설로 인해 경영 차질이 발생한다는 점에 관한 원고의 납득할만한 설명이 부족한바, 피고가 이 사건 합의 내용을 타인에게 누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합의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피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소결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이 무효인 이상,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비밀유지약정에 근거하여 합의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정민(재판장) 윤웅기 신재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