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노282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사용자라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 등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임금 등을 미지급한 것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점에 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인지 여부

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하여 온 자는 임금 지불에 관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소정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3889 판결 등 참조). 어떤 근로자에게 누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의무 등을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할 때에는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결문 증거의 요지 다음에 위 주장에 관한 판단을 설시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라고 보아 원심 판시 각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추가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공동대표이사는 E과 W이고, 피고인의 ‘부회장’이라는 명칭 역시 투자자에 대한 예우 차원의 호칭이었을 뿐이며, 투자자로서 재무와 관련된 사항만을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결재 시스템상 피고인이 ‘대표이사2’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피고인이 임원의 선임과 사임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가지고 이를 구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회사의 소속 근로자가 제기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서울2018부해1790호 사건의 판정서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2018. 2. 경 마케팅 업무 담당 직원채용에 있어서 면접과 근로조건의 결정 등을 담당하였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917쪽, 921쪽), ④ 이 사건 회사의 직원 F도 수사기관에서 ‘D에 대한 문제나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 등에 대한 처리, 퇴사자나 무단결근 등 건에 대한 연차나 임금 등을 계산할 때 피고인과 상의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 점(증거기록 939쪽) 등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등기부상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이 사건 회사의 인사나 급여, 노무관리 등의 근로조건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

임금 등의 미지급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가)

관련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1273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바,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임금 등을 미지급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인의 변호인은 D의 무단퇴사와 인수인계 미비로 인하여 D의 급여 및 퇴직금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었고, 따라서 피고인은 부득이하게 근로관계 종료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이 사건 회사의 재무팀 직원인 F은 당심법정에서 D이 퇴사하고 난 이후인 2018. 9. 경 이 사건 회사의 D에 대한 미지급 임금 등을 산정하였다고 진술한 점, F은 세무법인 등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서 조사 당시 자신이 이 사건 회사에서 급여, 4대보험 신고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D은 대외 신고 법인세, 부가세 등의 업무를 했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940쪽) 등을 종합하여볼 때, 이 사건 회사가 D이 퇴직한 14일 이내에 급여 및 퇴직금 산정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그보다, 이 사건 회사는 D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나 부당이득반환채권 또는 초과 지급 임금(D이 2018. 7. 20. 이 사건 회사로부터 수령한 10,877,150원 중 인센티브 10,000,000원 부분)이 존재함을 이유로 급여 등의 지급을 거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산의 착오 등으로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에 한하여 상계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바(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14200 판결 등 참조),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피고인이 임금 등을 미지급 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①

D이 제출한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서에 따를 경우, 제5조 임금 항목에 금액 10,000,000, 1년 만근 시 연 1회 지급이라고 기재된 인센티브 항목이 별도로 존재하고, 계약서 말미에 이 사건 회사의 인감과 D의 자필 서명이 날인되어 있으므로(증거기록 28쪽, 129쪽),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근로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바, 이 사건 회사와 D 사이에 인센티브 약정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회사의 지급권한은 공동대표이사인 W만이 가지고 있어 그의 동의 없이 재무팀장이었던 D이 자의적으로 급여를 집행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를 종합하여 볼 때 D이 2018. 7. 20. 지급받은 10,877,150원은 기본급 4,900,000원에 위 근로계약서상 약정에 따른 인센티브 10,000,000원, 식대 100,000원을 합친 15,000,000원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보인다(증거기록 836쪽).

②

피고인의 변호사는 2020. 10. 13.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위 인센티브는 이 사건 회사의 내부정책상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자에게만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부합하는 별도의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된 바 없다.

③

이 사건 회사가 2019. 4. 2. D에게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5074481호 손해배상(기) 사건은 현재 1심에서 계류 중이므로, 이 사건 회사가 D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

나아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은 2018. 12. 26. 이 사건 회사에 시정지시를 명하면서, D에게 지급해야할 금원을 산정하여 지급기한과 함께 명시해 두었던 바,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바탕으로 시정지시 기한 내에 충분히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고용노동청의 산정금액과 이 사건 회사가 산정한 금액사이의 편차로 인하여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고, 이는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상당한 이유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고의나 위법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이 법률전문가의 도움이나 자문을 구하였다는 사정이 전혀 제출된 바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회사가 근로기준법 등에 무지하여 연차나 퇴직금 산정에 착오를 일으켰다는 것을 상당한 이유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② F은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인 E의 지시에 따라 시정기간 내에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이 사건 시정지시상 기재금원 산출 근거에 대하여 산출 근거를 질의하였으나, 담당 근로감독관은 이는 개인정보이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 회사로서는 시정기한 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위 고용노동청이 산정한 금액의 산출근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점, ③ 이 사건 회사의 대표 E은 시정기한 내 미지급으로 인하여 2019. 2. 15.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되었고, 이 사건 시정지시 금액의 산출 근거를 구두로 전달받았음에도 그로부터 10일 이상이 도과한 2019. 2. 27.에서야 퇴직금을 지급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거나, 임금 등의 미지급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나,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은 이후 근로감독관이 산정한 임금 등을 피해 근로자에게 모두 지급한 점, 피고인이 임금 지급을 지체한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