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F는 2000. 4. 1. D세무회계사무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세무대리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 E는 피고 D(세무사)의 아들 겸 세무사로서 2015. 1. 1.경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피고 D을 도와 직원관리와 업무 총괄을 하고 직원들의 업무 외인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세무조사 등 세무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맡아서 하다가, 2020. 1. 1.부터 E․D세무회계사무소의 공동사업자(지분 80%)가 되었다.
F는 2016. 9. 28. 실시한 위내시경 건강검진에서 만성 표재성 위염 진단을 받았고, 2018. 3. 10.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으며, 2018. 3. 15. 실시한 복 부 CT 검사 결과 위암 4기 판정을 받았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18. 8. 13. 사망하였는데(이하 F를 ‘망인’이라 한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이 ‘위암’으로 기재되어 있다.
망인을 중심으로 원고 A는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딸이다.
원고 A는 2020. 7. 22.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0. 11. 4. ‘망인이 약 18년 동안 세무신고 대리 업무 수행으로 만성 과로 및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원고 A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2021. 1. 8.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50680호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법원에서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및 사실조회가 진행되었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5, 9, 10, 11, 27, 38호증, 을 제23, 46, 4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과중한 업무로 지속적으로 야근을 하였고, 직원이 갑자기 퇴사할 경우 인력 부족으로 업무가 더욱 가중되었으며, 세무신고 기간 동안 식사를 거르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가 많았고, 식사 후 충분한 휴식 없이 바로 업무를 계속하였으며, 2016년 건강검진에서 위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였음에도 피고들이 근로시간을 조율해 주거나 인력을 충원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017년부터 2018. 3. 15. 위암 4기 진단일 이전까지 폭발적으로 야근을 하게 하여 위염 치료의 기회를 상실하게 하는 등 피고들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망인에 대한 안전 및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고, 결국 망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사로 인하여 위암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주위적으로 사용자의 불법행위책임이나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므로, 망인의 손해인 일실수입 및 위자료를 상속한 원고들에게그 중 일부를 청구하는 상속금액과 원고들의 각 위자료, 원고 A가 지출한 장례비 및망인의 치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예비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망인이 업무상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유족에게 평균임금 1,000일분의 유족보상과 90일분의 장례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사업장은 다른 회사의 업무강도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과도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이 망인의 치료를 방해한 사실도 없으며, 망인의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위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 E는 2020. 1. 1.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공동사업자가 되었으므로 망인의 사용자가 아니었다.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주장은 모두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위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판단
이 사건의 쟁점 및 관련 법리
이 사건의 쟁점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주장은 모두 피고들이 망인에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주거나 불규칙한 식생활 등을 하도록 하였고, 그로 인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위암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바, 먼저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위암 발생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바,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지만, 이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 발생․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업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발생․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두1213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8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위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과로와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일반적으로 위염의 정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위암의 발생원인은 현대의학에서도 명확하게 규명되고 있지 않은 채 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식이 요인(짜고 탄 음식 등의 섭취), 유전 요인, 위 선종, 흡연, 음주, Epstein-Barr 바이러스 감염 등의 요인이 암세포 발생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될 뿐이고, 면역력 저하,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 같은 원인은 위암 발생 원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는데, 이는 스트레스와 위암의 연관 관계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이 위암으로 진행된다는 보고는 없다.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위암의 전구단계인 장상피화생, 이형성 등으로의 진행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러한 전구단계가 나타난다고 하여 모두 위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과로와 스트레스 또는 불규칙한 식생활 등의 요소가 곧바로 위암으로 발전하는 유인이 되는지의 여부는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아니하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만성 위염을 일으키고 만성 위염의 일부에서 장상피화생을 일 으킬 수 있으나, 장상피화생을 가진 환자의 대부분은 위암에 걸리지 않고 극소수만 위암으로 진행하므로, 만성 스트레스가 있으면 결국 위암에 걸린다고 추론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만성 표재성 위염이 있는 상황에서 8시간을 초과하는 지속적인 업무 스트레스가 위염에서 위암으로 진행되는 원인이 되기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식사가 만성 표재성 위염에서 급격하게 위암 4기로 악화되는 데에 대한 영향은 매우 낮다.
망인은 2016. 9. 28. 만성 표재성 위염 진단을 받은 후 1년 6개월 만에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그 후 5개월 만에 사망하였다고 하지만, 망인의 2016. 9. 28. 위내시경 분석 결과에 의하면 망인은 그 당시 조기 위암 III형 또는 진행성 위암 보만 3형 위암으로 판단되고, 망인의 임상 경과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진행성 위암 보만 3형 위암으로 판단되므로, 망인은 2016. 9. 28. 당시 만성 표재성 위염이 아니라 진행성 위암 보만 3형 위암(또는 조기 위암 III형)이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일반적인 위암 발병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거나 진행되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의 위암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또는 불규칙한 식생활로 인하여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망인이 2017년에 위암 증상과 관련하여 별다른 진료를 받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망인의 근무시간내역 정리표상 근무시간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치료 기회를 상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망인은 2017년에 위암 증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2016. 9. 28. 실시한 위내시경 검사에서 만성 표재성 위염 진단을 받은 것을 믿고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따라서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위암 발생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종택
각주1) 원고들은 피고 E가 이 사건 사업장의 공동사업자가 된 2020. 1. 1. 이전에도 피고 D과 함께 이 사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고 주장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