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국민연금법에 의하여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원고는 1988. 3. 14. 피고에 입사하여 2급 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2020. 6. 30. 퇴직하였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과 및 시행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한편, 정부는 청년 고용 증진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고, 경영평가의 차등, 상생고용지원금 마련 등을 시행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을 장려하였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로,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은 58세로 하고 있었는데, 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피고의 일부 근로자의 정년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B노동조합 C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임금피크제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였다.
피고는 2015. 11. 2. 이 사건 노동조합과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소속 근로자는 1급 60명, 2급 240명, 3급 842명, 4급 2,100명, 5·6급 1,266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이 사건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은 전체 3,897명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합의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다. 2015. 11. 3. 위 찬반 투표에서, 투표자 3,263명 중 2,031명의 찬성(찬성률 62.2%)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결되었다.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는 2015. 12. 9. 임금피크제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임금피크제 운영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운영규칙‘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였다. 이 사건 운영규칙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1>.
이 사건 운영규칙에 따라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었고,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12개월간 받은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 및 2년차에 각 7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25% 삭감)을 지급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정년이 60세였던 1, 2급 근로자들은 정년 변동 없이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12개월간 받은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7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25% 삭감)을, 2년차에는 70%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30% 삭감)만을 지급받게 되었다.
피고의 보수규정 및 인사규정
피고의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 시행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의 인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9,214,793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감액된 임금 54,680,157원 및 위와 같이 임금을 바로잡아 이를 반영하여 재산정한 퇴직금과 원고가 실제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인 4,534,63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급 이하의 근로자로만 구성되어 있는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3급 이하의 근로자는 정년이 2년 연장되는 이익을 얻게 되었다. 반면, 1, 2급 근로자는 정년의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임금만 삭감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가입이 봉쇄되어 있는 피고의 2급 직원으로서 3급 이하 근로자로만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없었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근로기준법 제4조), 이에 위반한 부분은 무효인데(근로기준법 제15조),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이 사건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합리적 근거없는 차별적 불이익을 받아 근로조건이 변경된 것이므로 원고에게는 효력이 없다.
고령자고용법이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도록 규정한 것은 고령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것으로 임금피크제와는 전혀 무관하고,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3급 이하 근로자에게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장된 기간만큼 임금을 일부 삭감하지만 원고와 같은 2급 이상 근로자에게는 정년연장 없이 임금만 대폭 삭감하는 형태로서 통상의 임금피크제 취지에도 어긋나며, 원고에게만 극단적으로 불리하고 차별적인 것이어서 고령자고용법의 취지에 반하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이다(원고가 주장하는 무효 사유가 명확하지 않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에게만 극단적으로 불리하고 차별적이어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고령자고용법의 정년규정, 연령에 의한 차별 금지 규정 및 근로기준법의 차별 금지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원고는 퇴직 시까지 지사장으로서의 직무를 담당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의 지사장들과 동일한 직무와 책임의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임금이 삭감되었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
판 단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인바, 그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판결 등 참조).
또한,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 유무를 불문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고,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년퇴직 연령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의 기존 퇴직규정을 변경하고 이에 관하여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경우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적법·유효하여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등 참조).
판 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채택한 증거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따로 1, 2급 근로자들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과반수 동의만을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 원고에 대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이 원고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가 노동조합과 2015. 11. 2.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에 대해 정년의 변동 없이 임금에 관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12개월간 받은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7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25% 삭감)을, 2년차에는 70%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30% 삭감)만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가 위 합의의 내용을 반영한 이 사건 운영규칙을 제정하여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은 이 사건 운영규칙에 따라 정년이라는 면에서의 유리한 변경 없이 ‘임금지급률’만이 감축되었으므로 이는 1, 2급 근로자들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이 무효인지 여부 (1) 원고의 조합원 자격 유무
을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노동조합 운영규정 제5조에서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지부조합원은 공단 직원으로서 조합 소정의 가입절차를 필한 자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노동조합 운영규정 제6조에서 ‘입사 후 1년 이상 경과 후 가입하는 자, 탈퇴 후 재가입을 희망하는 자, 제명 후 사면되는 자는 그 가부를 묻는 해당 분회 총회에서 재적 과반수 투표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가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이 2급 이상 근로자의 조합원 가입 자체가 제한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합의 당시 적용되던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간의 단체협약 제6조 제1항에서 조합원의 자격과 가입에 관하여 ’조합가입 대상자는 공단직원으로서 조합의 규약이 정하는 자이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직원으로서 2급 이상인 자는 조합원 자격을 정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2급 이상의 근로자인 원고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더라도 조합원의 자격이 정지되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 사건 합의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원고를 포함한 전체 직원들의 동의 주체가 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과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는 근로자들로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동의주체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인사규정은 제2조에서 ‘이 규정은 국민연금공단의 전 직원에게 적용하며, 다른 규정에 특별히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규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별도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근로자를 구분하여 따로 마련한 인사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피고의 보수규정은 제3조 제1항에서 ‘임직원의 보수는 다른 규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별도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를 구분하여 따로 마련한 인사규정 등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과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동일한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의 적용을 받는 집단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보수규정은 원칙적으로 직원 신규 채용시 초임 호봉을 획정하여야 하고, 직원의 승급기간을 1년으로 하되, 최고 30호봉으로 하도록 규정하여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호봉제가 적용됨을 규정하고 있다(보수규정 제4조 및 제5조). 반면, 피고의 보수규정은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직원으로서 직제규정에서 정하는 부장 이상, 센터장(상담센터장 제외) 보직자를 연봉제 적용대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보수규정 제17조) 2급 이상 근로자에게는 연봉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3급 이하 근로자와 2급 이상 근로자가 임금 산정의 체계를 달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호봉제’와 ‘연봉제’는 급여지급방식에 불과하므로 양자가 임금 산정의 체계를 달리한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조건 체계를 달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근로조건 자체가 이원화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근로자는 동일 직군 내에서 근무평가에 따라 심사 절차를 거쳐 상위 직급으로 누구나 승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의 근로자는 그 직급의 차이만이 있을 뿐, 전환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이 1, 2급 근로자들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은 만 58세가 도래하는 연도의 출생자로서 1, 2급은 물론 3급 이하의 근로자도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실시 시점에 이미 1, 2급에 도달한 근로자 뿐만 아니라 당시 1, 2급은 아니었으나, 앞으로 1, 2급으로 승진하는 경우 2급 이상 근로자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되므로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근로자에 대한 부분은 3급 이하 근로자에 대하여도 간접적, 잠재적으로 관련되어 그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임금피크제 실시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것은 근로자 전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의 유효여부
피고 소속 근로자는 1급 60명, 2급 240명, 3급 842명, 4급 2,100명, 5·6급 1,266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전체 조합원은 3,897명인 사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5. 11. 3.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찬반투표를 하였고, 위 찬반 투표에서 투표자수 3,263명 중 2,031명의 찬성(찬성률 62.2%)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인 3,897명이 가입한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한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를 거친 것이므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노동조합의 가입이 봉쇄되어 있는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로서 3급 이하 근로자들로만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없었으므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4조 및 제15조에 따라 원고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과반수 조합’에게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또는 일정한 근로자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불이익 변경에 대해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지위를 창설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과반수 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에 관하여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위 규정에 따라 노조가입이 배제된 소수근로자들(통상 관리직 근로자들)의 동의권 또는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일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 집단에 대한 획일적·통일적 규율이라고 하는 취업규칙의 본질상 불가피한 것으로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사관계 법령상 근로자 집단을 대표하는 자주적 조직체로서의 노동조합이 가지는 기능 및 그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은 충분히 선택가능한 합리적인 방안 중에 하나로서 입법자의 자유로운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소수 근로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로서 그들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거나 근로의 권리 또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국민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할 당시 원고가 위 합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둔 규정이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에 비해 현실적으로 열악한 지위인 점 등을 고려하여 근로계약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에만 맡기지 않고 일정한 경우 ‘당사자의 합의’를 조건으로 하되, 그 합의 주체를 ‘노동조합’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4조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고 이를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 정한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과 모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 이외에 1, 2급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근로기준법 제4조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의한 차별 금지 규정 및 근로기준법의 차별 금지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3급 이하인 근로자는 정년이 연장되면서 연장된 기간 동안 임금이 삭감되는 반면, 2급 이상인 원고는 정년 연장 없이 임금조정기간인 2년 동안 임금만 삭감됨으로써 원고가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게 된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고, 그 내용도 현저하게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고령자고용법의 취지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기획재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피고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근로자의 퇴출이나 피고의 개별적 이익과 같은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목적에서 시행된 것이 아니다.
피고가 취업규칙의 변경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절차상 위법사항을 발견할 수 없다.
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9조의2 제1항은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당시 정년이 58세이던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여야 했고, 3급 이하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원고와 3급 이하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정년 보장·연장을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임금피크제 도입 후 2020년까지 피고가 별도 정원으로 신규 채용한 인원이 상당수에 이르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 사유인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서 만 58세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같은 직급의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삭감하였다 하더라도 고령자고용법이 정한 연령차별금지규정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2급 이상 근로자에게는 정년보장형에 해당하고, 3급 이하 근로자에게는 정년연장형에 해당하여, 3급 이하 근로자에 비하여 당시 이미 정년이 60세였던 2급 이상 근로자에게 더 불이익이 크다고 할 것이나, 이것은 기존에 2급 이상 근로자가 3급 이하 근로자에 비하여 유리한 정년규정을 적용받았기 때문인 점,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는 직급, 담당 업무 내용, 권한 등이 달라 정년 연장 여부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차별에 현저히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원고와 같은 2급 이상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뿐 아니라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직무, 직급, 근로시간 등을 전혀 조정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규정에 반하거나 현저히 부당한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으나, 앞서 본 임금피크제의 도입 경위, 목적,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원고의 업무 특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원고의 임금이 삭감되는 기간은 2년인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에도 원고는 이미 퇴직 전 1년 동안은 공로연수 명목으로 근로의무를 면제받았으므로 그 업무 조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공로연수기간에 공로연수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간 취업 및 창업 등 교육프로그램 수강비용으로 300만 원까지 지원하기도 하였던 점(을 제8호증의 1, 2),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는 마련하지 못하였지만 이후 2019년경 2급 이상 근로자 중 희망에 따라 임금감액률 범위에서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직무, 직급, 근로시간 등의 조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현저히 부당하거나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규정에 위반한 불합리한 차별로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가치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동일(가치)노동’의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나, 만약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원고와 동일 직급, 동일 직군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출생연도의 차이로 원고와 같은 시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지급 받은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한 주장이라면, 그들도 향후 적용 연령에 도달하였을 때 원고와 동일하게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원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원고의 주장을, 원고 자신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원고가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후의 임금은 시행 전보다 삭감되었다는 점에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로 본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원고의 주장대로라면, 근로 내용의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매년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나 회사의 경영 실적에 따라 임금이 변동되는 것도 모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어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경우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위한 정년 연장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제19조의2 제1항 등 관련 법령에서도 이를 예정하고 있는 점, ② 그 도입 경위에 있어서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와 함께 이루어져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두고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③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첫 적용 대상자인 관계로 그 이후 적용을 받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그 불이익 감소‧완화 조치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한 점이 있기는 하나, 다른 근로자들도 결국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대적 불이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부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 원고가 이전과 동일한 보직에서 동일한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거나 원고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은 적법하여 유효하므로, 그 무효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차액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연주
각주1) 다만, 이후 개정되거나 신설된 규정은 개별 규정상의 개정일 표시 기재와 같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가단5146020
판결선고
2022. 5. 17.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