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8. 선고 2021가합3637 판결

주문

1.

원고 50 A, 59 B, 332 C의 각 소를 각하한다.

2.

원고 50 A, 59 B, 332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사업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사업 등을 수행하는 비영리 특수 공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의 공로연수제도

1)

피고의 인사규정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면서<1>, 정년에 도달한 해의 1. 1.부터 6. 30.까지 사이에 만 60세에 이른 근로자(이하 '상반기 출생자'라고 한다)는 그 해 6. 30.에, 정년에 도달한 해의 7. 1.부터 12. 31.까지 사이에 만 60세에 이른 근로자(이하 '하반기 출생자'라고 한다)는 그 해 12. 31.에 각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2)

피고는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이하 '이 사건 운영지침'이라고 한다)을 마련하여, '조직의 원활한 인사운영 및 신진대사 촉진, 퇴직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기회 부여'를 목적으로 정년퇴직 예정일 전 6월 이상 1년 이하의 1급 이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로연수제도(이하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라고 한다)를 시행하여 왔다. 공로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근로자들은 공로연수 인사발령일부터 퇴직일까지의 공로연수기간 동안 직무급, 성과급을 제외한 보수 전액을 지급받으면서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고 창업 및 자격증 취득 관련 교육 등을 받으며 관련 교육 수강료, 교재비 등을 피고로부터 지원받는다.

3)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은 당연신청자, 3급 이하 근로자들은 희망신청자로서, 공로연수 인사발령일 30일 전까지 피고의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공적요약서(1, 2급 근로자들의 경우) 또는 공로연수신청서(3급 이하 근로자들 중 희망자의 경우)를 작성 · 제출하는 방식으로 공로연수를 신청하고,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는 위 신청자들에 대한 심의 · 의결을 거쳐 공로연수 대상자를 선정한 후 매년 1. 1. 또는 7. 1. 파견근무 명령의 형식으로 공로연수 대상자에 대한 인사발령을 하였다. 각 근로자들의 출생일에 따른 정년퇴직일, 공로연수 인사발령일, 공적요약서 또는 공로연수신청서 제출기한은 아래와 같다.

다.

원고들의 '연차휴가권 포기' 동의의 경위

1)

피고는 2013년경까지 위 표의 '공로연수 인사발령일'란 기재 각 해당 날짜에 공로연수 인사발령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로연수 대상자로 하여금 위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발생한 잔여 연차를 모두 소진하도록 한 후에 인사발령을 해 왔는데, 각 근로자별 미사용 연차일수가 상이하였기 때문에 실제 공로연수 인사발령도 같은 날 일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2)

그런데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은 2014. 5. 27. 노사 실무협의에서 피고측에 위와 같은 방식의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연차 소진기간 동안 시간외 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퇴직금 수령액이 감소(3급 근로자의 경우 약 35만~48만 원)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공로연수 대상자가 잔여 연차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인사발령을 할 것'을 제안하였고, 피고는 노동조합의 위 제안을 수용하면서 '다만 동 사안에 대하여 조합원이 미사용 연가의 연가보상을 주장할 경우 기존 운영방식(미사용 연가 소진 후 공로연수 발령)으로 환원하여 공로연수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3)

위 노사합의 결과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운영지침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였고(이하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이라 한다), 공로연수 신청자들이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하는 공적요약서 또는 공로연수신청서의 하단에 "본인은 공로연수 발령 전 미사용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동의하고,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청구권 포기 등 휴가 관련 일체의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위 문구 하단의 '동의'란에 체크를 하지 않으면 공적요약서 또는 공로연수신청서가 제출되지 않도록 하였다.

4)

원고들은 정년퇴직일을 1년여 앞둔 시점에 피고의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공로연수를 신청하면서 위 '동의'란에 체크를 하였고, 공로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어 1년간 공로연수를 마친 후 정년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15, 16, 19, 20, 21호증, 을 제38, 39,44, 4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미사용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이후에 공로연수를 발령받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성과급, 직무급, 월정직책급<2>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을 하면서 2014. 5. 27.경 이 사건 노동조합의 실무자인 총무실장, 복지후생국장이 참여한 노사실무협의(갑 제16호증)만을 거쳤을 뿐 이 사건 노동조합 대표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는바,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효력이 없다.

2)

피고는 '공로연수 발령일 기준 잔여 연가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을 하였는데, 위 운영지침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

3)

원고들은 근로기준법 제60조<3>에 따라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하여 그 다음 해 1. 1. 연차휴가권을 부여받게 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공로연수신청을 받으면서 이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연차휴가를 포함한 미사용 연차휴가를 모두 포기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였는바(이하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한 연차휴가권 포기 동의'를 '이 사건 포기 동의'라고 한다),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 연차휴가권 및 후불 임금의 성격을 갖는 연차휴가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한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60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4)

공로연수제도와 연차휴가는 목적과 운영 근거 등이 상이한 별개의 제도임에도, 피고는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연차휴가권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여야만 공로연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연차휴가권의 사전 포기를 강요하였는바, 이러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포기 동의는 근로기준법 제4조<4>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5)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라 원고들에게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한 연차휴가의 미사용으로 인한 연차휴가수당으로서 별지 2 미사용 연차휴가수당표의 '연월차미사용수당'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제안에 의하여 퇴직금 수령액 감소 등 근로자의 금전적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로연수 인사발령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 및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를 얻었으므로,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적법 · 유효하다.

2)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른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근로가 계속될 것을 전제로 하여 마련된 제도인데, 원고들과 같은 공로연수자들에게는 근로제공의무가 확정적으로 면제되어 근로제공을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근로제공을 전제로 하는 연차유급휴가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3)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에 따른 공로연수 기간 동안에는 공로연수자들에게 교육비가 지원되고, 출근의무,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며, 시간 외 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이 모두 지급되는바,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사실상 연차휴가와 동일하거나 연차휴가보다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더 유리한 제도이므로 공로연수자들은 연차휴가를 별도로 사용할 이유가 없었고,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한 연차휴가권 내지 이에 따른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유급휴가의 대체제도(근로기준법 제62조<5>)와 유사하게 운영되었는바, 원고들은 공로연수제도를 이용함으로써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원고들 중 상반기 출생자는 정년에 도달하기 직전 해의 5월경, 하반기 출생자는 정년에 도달하기 직전 해의 11월경 공로연수를 신청하면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하였는바, 위 신청 당시에는 장래에 해당 연차휴가권이 발생할 것이 확정적이었기 때문에 연차휴가권을 사전에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포기 동의는 '공로연수 인사발령'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의사표시로서, 그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에는 원고들의 연차휴가 관련 권리의 내용이 모두 구체적으로 확정된다. 원고들은 이와 같이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한 연차휴가권을 개별적 ·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인바,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적법 · 유효하다.

5)

설령 이 사건 포기 동의 및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이 모두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들은 공로연수제도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 위하여 연차휴가권의 포기에 개별적 · 자발적으로 동의하였던 점,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될 경우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제도를 변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측하지 못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되고 이는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 및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 금반언의 원칙 등에 반하여 위법하다.

6)

설령 피고가 원고들에게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한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원고들의 위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해당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사실이 확정된 공로연수 인사발령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므로, 공로연수 인사발령일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원고들의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

7)

만일 이 사건 포기 동의 및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이 모두 무효라면, 원고들에 대한 공로연수 인사발령 자체가 무효라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이 공로연수기간 동안 근로제공 없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 피고는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들의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다.

3.

원고 50 A, 59 B, 332 C의 각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살피건대, 원고로 표시된 사람이 소장이 법원에 접수되기 전에 사망한 경우 그 원고 명의의 제소는 부적법하고, 상속인들에 의한 소송수계신청도 허용될 수 없는데(대법원 1979. 7. 24.자 79마173 결정 등 참조), 원고 50 A가 2019. 3. 18., 원고 59 B이 2021. 1. 4., 원고 332 C이 2021. 11. 3. 각 사망한 사실, 그런데 원고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와이케이는 2021. 12.경 소송 위임을 받아 같은 달 30일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고, 법무법인 와이케이가 위 원고들의 사망 전 위 원고들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각 소는 사망한 자의 명의로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이와 같이 법무법인 와이케이가 위 원고들의 사망 전 위 원고들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어 위 원고들의 각 소는 사망한 자의 명의로 제기된 것으로서 처음부터 부적법한 이상 그 상속인들에 의한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이나 소송수계신청도 허용될 수 없는바(대법원 1979. 7. 24.자 79마173 결정,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4다210449 판결 참조), 이 법원은 위 원고들의 상속인들에 의한 각 소송수계신청을 불허하였다].

4.

원고 50 A, 59 B, 332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이 항에서는 '원고들'이라고 한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이 유효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리킨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301527 판결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특정한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함께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그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제반 상황을 종합 고려하여 그러한 취업규칙 개정이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밝혀서 유 · 불리를 함께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414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8072 판결 등 참조).

나)

취업규칙의 변경이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 232302 판결 참조).

2)

판단

가)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의 절차적 적법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①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조직의 원활한 인사운영 및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퇴직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기회를 부여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피고 소속 1급 이하 직원 중 정년퇴직 예정일 6월 이상 1년 이하의 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 대상자가 신청을 하면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 심의 · 의결을 거쳐 공로연수 적격자로 선정될 수 있고, 적격자는 공로연수 파견발령을 받게 된다.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퇴직을 앞둔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므로, 위 제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운영지침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의 내용을 변경한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신 공로연수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③

설령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노동조합은 기존 운영지침에 따를 경우 그 대상자들의 퇴직금 수령액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공로연수 대상자가 잔여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미리 공로연수 인사발령을 하여줄 것을 피고에 제안하였고, 피고는 이를 수용하여 위 운영지침 중 해당 부분을 변경하였는바,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먼저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요청함에 따른 것으로, 그 변경 및 공지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바,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위 변경에 동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2014. 5. 27.자 노사 실무협의에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의 실체적 적법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다가, 갑 제12,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이 연차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60조를 위배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①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 동안 출 · 퇴근 및 근로의무가 면제되면서도 보수를 지급받았고 희망하는 경우 추가로 월 50만 원 상당의 교육 · 훈련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비용 지원은 공로연수 기간의 종료 후 퇴직하는 공로연수 대상자 개인의 발전과 제2의 인생설계에 필요한 정보 · 지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지원되는 것으로서 원고들에게 공로연수 기간 동안의 일정한 교육 · 훈련 의무가 부과되는 것도 아니었고, 비용을 지원받고자 할 경우에만 교육 · 훈련을 받았음을 증명할 자료가 요구되었을 뿐이다. 반면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 동안 교육 · 훈련을 받더라도 피고를 위해 이러한 교육 · 훈련을 통하여 취득한 정보나 지식 등을 사용할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비용 지원으로 인하여 피고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은 사실상 없었다. ② 변경 후의 이 사건 운영지침에서는 '공로연수 발령일 기준 잔여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는데, 피고는 미사용 연차휴가만큼의 기간 동안 공로연수 대상자들의 공로연수 기간의 개시일을 앞당겨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 미사용 연차휴가에 상응하는 기간만큼 공로연수 총기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었고, 그에 따라 원고들은 연장된 공로연수 기간 동안 출근 및 근로의무를 면제받았을 뿐만 아니라 성과급, 직무급, 월정직책급을 제외한 당해 직급의 보수 전액을 지급받았다.

③

위와 같이 피고가 공로연수 기간을 연장하여 주고 그 기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 것은 원고들이 미사용 연차휴가를 사용 간주한 것에 대한 보상 또는 대가에 해당하는데, 원고들의 연장된 공로연수 기간에 대응하는 보수 금액은 원고들의 미사용 연차휴가수당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퇴직금 산정까지 원고들에게 더 유리하게 되었던 점,<6> 공로연수 기간 동안 출근 및 근로의무가 면제되므로 원고들이 공로연수를 누리는 것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보다 휴식 측면에서 더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먼저 요구하였던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을 통해 근로자들이 얻는 이득은 결코 적지 않다.

④

3급 이하인 원고들의 경우에는 희망신청 대상자에 해당하여 공로연수신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연차휴가를 그대로 부여받고 근무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공로연수를 신청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연장된 공로연수를 받는 것이 원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

이 사건 포기 동의가 유효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다가, 갑 제10, 11, 14, 21호증, 을 제1 내지 31, 4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원고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루어졌고, 충분한 대가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일방적인 권리의 상실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전포기라거나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4조 또는 제60조를 위반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들이 피고에게 공로연수를 신청하면서 "본인은 공로연수 발령 전 미사용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동의하고,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청구권 포기 등 휴가관련 일체의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 하단의 '동의'란에 체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할 연차휴가권의 포기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자유의사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4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가)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여를 한 근로자들에게 허용되는 시혜적인 측면이 강한 제도로, 피고는 신청자 중 근무기간 및 공헌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공로연수 적격자를 선정하게 된다.

나)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구에 의해 공로연수 대상자들은 연차휴가를 부여받는 대신 공로연수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공로연수 대상자들은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함으로써 새롭게 변경된 공로연수 제도에 따라 연차휴가 대신 공로연수 기간을 연장받았고, 근로제공 없이 그 연장된 기간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받았으며, 퇴직금이 더 많아지는 효과도 발생하였다.

다)

희망신청자인 피고의 3급 이하 근로자들의 경우, 이 사건 포기 동의는 희망신청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신청이 있어야만 적격자 평가 대상이 된다. 따라서 희망신청자인 근로자들의 경우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차휴가가 공로연수로 대체되는 것을 거부하고 공로연수를 신청하지 않을 수 있었고, 당연신청자인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의 경우,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변경된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상 '동의'란에 체크를 하여야만 공로연수가 신청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등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라)

피고가 그 목적과 운영 근거 등이 상이한 공로연수제도와 연차휴가를 연계하여 잔여 연차의 소진에 동의한 근로자만 공로연수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였더라도, 이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므로, 이 사건 포기 동의가 원고들의 자유의사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포기 동의를 강요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상반기 출생자의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1. 1.부터 6. 30.까지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하는 연차휴가권'과 하반기 출생자의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1. 1.부터 12. 31.까지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하는 연차휴가권'은 모두 그 다음 해 1. 1. 발생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 참조).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상반기 출생자의 경우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5월경, 하반기 출생자의 경우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11월경 이루어졌는바 원고들이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한 연차휴가권 발생 시점에 앞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7>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60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가)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전년도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일정 일수의 유급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다카12493 판결,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 232302 판결 참조). 따라서 근로자의 연차휴가나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무효가 된다고 할 것인데, 그러한 포기가 근로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는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나)

연차휴가제도는 근로자의 정신적, 육체적 휴양을 통하여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다카13465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 사용촉진 제도를 허용하여 연차휴가를 대신하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연차휴가의 실제 사용을 통한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양권 보장을 그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에 따라 연차휴가를 포기하는 데에 동의하면서 그 대가로 공로연수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비록 연차휴가제도와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가 명칭을 달리하고 서로 별개의 근거에 기하여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특별한 심사를 통해 그 대상자로 선정된 근로자에게 장기간 출근 및 근로의무를 면제하여 휴양을 취하도록 하면서, 공로연수 대상자에게 월 50만 원의 한도 내에서 오로지 그 희망에 따라 정신적 · 육체적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 · 연수 기회까지 추가로 부여하였으므로, 공로연수의 조기 실시가 같은 기간의 연차휴가에 비해 휴양의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더 유리하다.

다)

또한 공로연수 대상자의 경우 연장된 공로연수 기간에 상응하는 급여가 미사용 연차휴가수당과 그 액수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많고, 일부 원고의 경우 공로연수 이전보다 더 많은 보수를 지급받기도 하였으며, 피고는 공로연수 대상자들에게 월 50만 원의 한도의 교육 · 연수비까지 추가로 지원하기도 한 점, 이 사건 노동조합은 공로연수 대상자들의 퇴직금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을 먼저 제안한 점, 3급 이하인 원고들의 경우에는 희망신청 대상자에 해당하여 공로연수신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연차휴가를 그대로 부여받고 근무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공로연수를 신청한 점, 특히 월정직책급은 3급 직원으로서 일정직위(차장, 파트장, 부장 등)에 해당하는 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으로서 3급 이하의 모든 직원이 월정직책급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고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라)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에도 영리목적의 겸직행위가 금지되고 비밀유지의무, 품위유지의무, 부당한 선거운동 금지의무 등을 부담하였고(갑 제21, 22호증 등 참조), 이를 위반한 경우 공로연수가 취소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연차휴가와 달리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의무들은 피고와의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그 신분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원고들의 연차휴가 기간 동안에 위 의무들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마)

원고들은 또한 공로연수 기간 동안 교육훈련비 지원신청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 제출의무,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였으므로, 근로의무가 있었던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고서 등의 제출은 원고들이 자신의 희망에 따라 교육 · 연수를 마친 경우 그 비용을 지급받으려고 할 때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보고서 등 제출을 공로연수와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공로연수자가보고서 제출 등의 불이행한 경우에도 피고가 공로연수자에게 어떠한 불이익한 조치를 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갑 제17, 1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공로연수자 중 교육 · 연수를 신청하지 않은 자에게까지 공로연수교육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한편, 공로연수를 실시하는 기관에 따라서는 공로연수 기간 중 일정한 의무 교육이나 연수를 설정하고 그 대상자로 하여금 이를 수강 · 이수하도록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피고의 경우에는 공로연수대상자에게 어떠한 의무적인 교육이나 연수도 부과하지 않았고, 직무 관련 출장 또는 교육과 같은 업무에도 참여시키지 못하도록 하였을 뿐이다.

바)

원고들은 모두 공로연수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공로연수를 마치는 날 퇴직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고, 그 공로연수를 마치기 전에 퇴직할 특별한 사유는 없었다고 보이며, 실제로도 모두 공로연수를 마친 후에 퇴직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공로연수를 신청할 당시 공로연수기간의 시점부터 종기까지 근로제공 없이 재직할 것을 예정하고 그에 따라 내년도 연차휴가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할 것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면서 공로연수 신청과 동시에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은 출근 및 근로의무 면제 방식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한 연차휴가의 사전 포기는 총 1년간의 출근 및 근로의무 면제를 기존 운영지침에 따른 '연차휴가 + 공로연수' 방식 대신 '공로연수' 방식으로만 바꾸는 것에 동의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그러한 변경이 휴양의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5)

한편, 원고는 후불임금인 퇴직금의 사전 포기는 무효인데(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연차휴가수당의 사전 포기 또한 후불임금의 사전포기로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아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연차휴가수당은 근로자가 연차휴가 사용기간 동안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하여 수당을 지급받는 것으로, 재직기간 동안의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퇴직 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과 동일하게 볼 것은 아니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운영지침 변경 및 이 사건 포기 동의는 모두 유효하므로, 그 무효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사건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5.

결론

원고 50 A, 59 B, 332 C의 각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 50 A, 59 B, 332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각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안근홍 차현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