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C 주식회사(이하 ‘C’라고만 한다)는 상시 근로자 약 5,800명을 고용하여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C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2020. 2. 3.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다.
2021. 3. 22. 피고(당시 명칭 ‘D 노동조합’)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하 ‘서울지방노동청’이라고만 한다)에 C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다.
2021. 3. 25. 서울지방노동청은 피고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만 한다) 제12조 제2항에 따라 보완기한을 2021. 4. 14.로 정하여, ① “규약 제정·변경, 해산결의의 의결정족수, 사무직군 지부의 대의원 권한 부여 여부, 기존 ‘D’ 정회원 및 분회장의 조합원 및 분회장 지위 부여 여부, 조합원에서 제외되는 직원의 범위, 노동조합 해산 사유, 노사협의위원의 구성 등”의 사항에 관하여 규약을 보완하고, ② 최초 규약 제정 및 임원 선거에 관하여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실시 하고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창립총회 회의록 및 조합원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지역별 조합원 인원현황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2021. 3. 26. 피고는 서울지방노동청에 위 보완요구사항이 반영된 규약(갑 제13호증) 및 2021. 3. 21.자 설립총회 회의록(갑 제41호증)을 제출하였다. 위 갑 제13호증에는 규약 제정일이 ‘2020. 1. 4.’으로 기재되어 있고, 갑 제41호증에는 14명이 참석하여 설립 관련 안건에 모두 찬성하여 의결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2021. 3. 31. 피고는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2022. 4. 11. 피고는 명칭을 현재와 같이 ‘B 노동조합’으로 변경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7, 8, 10, 13, 41호증, 을 제2, 2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청구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설립은 무효이다.
피고의 전신(前身)인 ‘D’(이하 ‘D’라고 한다)는 1987. 12.경 설립된 이래 C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 등 C를 위해 활동해 왔다. 피고는 D와 그 실질이 동일한 이른바 ‘어용노조’ 또는 ‘친사노조(親社勞組)’로서 노동조합으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되어 그 설립 자체가 무효이다.
피고의 설립총회 당시, D 소속 근로자 중 피고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설립에 동의한 발기인은 3,076명에 이르렀고, 피고가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한 조합원 명부(갑 제12호증)에 의하더라도 2021. 3. 22. 기준 조합원 수는 135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피고의 설립을 추진한 E은 다른 발기인들이나 조합원들에 대한 공고․소집절차를 누락하였고, 이에 2021. 3. 21.자 설립총회에 참석한 근로자는 14명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피고 설립총회에는 다른 발기인 내지 조합원들에 대한 공고․소집절차를 누락하고 결의에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
한편 서울지방노동청은 2021. 3. 25. 피고에게 규약 개정을 요구하였다. 피고가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한 조합원 명부에 의하면 피고의 조합원 수는 2021. 3. 25. 기준 1,195명, 3. 26. 기준으로는 1,29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피고는 조합원들에 대한 공고․소집절차를 누락하고 총회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위 조합원 14명의 서명만으로 규약을 개정하고 2021. 3. 26. 이를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하였다. 피고가 제출한 규약(갑 제13호증)에는 제정일이 피고가 설립되기 1년여 전인 ‘2020. 1. 4.’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이처럼 피고의 규약 개정 절차에도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법」 제1조가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노동3권 중 단결권은 결사의 자유가 근로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으로서(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1헌바5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연혁적·개념적으로 자유권으로서의 본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에 의한 자유’가 아니라 ‘국가로부터의 자유’가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관계법령을 입법할 때에는 이러한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의 헌법적 의미와 직접적 규범력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렇게 입법된 법령의 집행과 해석에 있어서도 단결권의 본질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결권은 조직된 단체의 권리이기도 하므로, 위 규정은 근로자단체의 존속, 유지, 발전, 확장 등을 국가공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고(단체존속의 권리), 근로자단체의 조직과 의사형성절차에 관하여 규약의 형태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보장하며(단체자치의 권리), 근로조건의 유지와 향상을 위한 근로자단체의 활동, 즉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단체행동, 단체의 선전 및 단체가입의 권유 등을 보호한다(단체활동의 권리)고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1999. 11. 25. 선고 95헌마15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이 헌법은 결사의 자유의 특수한 형태인 자유권으로서의 단결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국가가 법률·시행령 등을 통하여 근로자단체인 노동조합의 결성뿐만 아니라 존속에 대하여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결성과 존속 등이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자주적인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설립무효 확인청구소송의 인용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인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지 아니한 채 남아 있음으로써 해당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아니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일 뿐 이러한 판결의 효력에 따라 노동조합의 지위가 비로소 박탈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인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지 아니한 채 존재하는지에 관한 증명은 판단의 기준 시점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할 수 있고, 법원은 해당 노동조합의 설립 시점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사이에 발생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조합이 설립 과정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한 하자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 이에 따라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인 그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51610 판결 참조).
피고가 D와 동일한 단체로서 주체성과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였는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특히 갑 제1, 2, 5, 6, 8, 9, 10, 14, 15, 16, 28 내지 37, 39, 40, 44, 45호증(가지번호 포함)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와 D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단체로서 노동조합으로서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는 D와는 실체와 목적이 다른, 「노동조합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새로이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 대표자 E은 2020년 12월경 제22기 D 임원단 선거에 회장 후보로 출마하여 “어떠한 상위단체 가입 없이 D의 정통성과 조직체계를 계승한 C만의 ‘진성노조’를 설립하여 D의 법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전직원을 아우르는 대표기구로서 사우분들을 위한 노력과 활동에 그 어떤 간섭과 지시도 받지 않도록 강력한 법의 보호와 협상력을갖추겠습니다. 하나, 누구도 우리 사우분들을 위한 혜택과 기회를 막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하나, 그동안 풀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숙제를 D조직의 한계를 깨고 풀어내겠습니다. 하나, 회사를 향한 강한 목소리, 강한 제재를 통해 그간의 부조리를 완전히 끊어내겠습니다. 하나, 진성노조로 거듭나 우리 사우분들을 법적으로 지켜내는 울타리가 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노동조합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2020. 12. 22.경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E은 당선 후인 2021. 2. 23. 근로자들에게 “1. 노조로 가면 D보다 좋나요? 법적 구속력 확보 … 8. 파업도 하나요? 가능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을 제12호증).
위와 같은 E의 공약, 그 밖에 피고의 설립 경위에 비추어 볼 때, E은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교섭력을 강화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피고 노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원고가 ‘사용자인 C가 피고의 설립에 개입하였다’는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F그룹 노사전략’(갑 제1호증)은 2012년 1월경 작성된 문서로 그로부터 9년 후인 2021년 설립된 피고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부족하고, 그 밖에 C가 피고의 설립에 개입하였다거나 E이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이른바 ‘어용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피고 설립을 추진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위 노동조합 설립 공약에 따라, E은 2021. 2. 22.경부터 2021. 3. 19.경까지 노동조합 가입 대상인 약 5,8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동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중 3,076명이 동의하자 서울지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으며, 그 후 피고에 가입신청을 한 근로자들이 피고 조합원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피고 조합원들은 기존 D 소속에서 자동으로 피고 소속이 된 것이 아니라, 각자의 판단에 따른 개별적인 가입 신청을 통해 피고의 조합원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E은 2021. 2. 22. 근로자들에게 “설립동의가 노조가입동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부담없이 설립동의를 통해 임금, 근로문화, 복리후생 등에 쌓였던 울분과 갈망을 우리의 숫자로 보여 주십시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을 제6호증), 그 무렵 배포한“노조설립 동의하기” 홍보물(을 제7호증)에도 “첫 번째 단계,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 ➠ 두 번째 단계, 과반 이상 설립 동의 시 D 노동조합 설립 신고 ➠ 세 번째 단계, 직원들의 D 노동조합 가입 신청/동의”라고 명시하였다. E은 서울지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제출한 다음 날인 2021. 3. 23. 근로자들에게 “기존 설립 동의 사우분들도 재차 가입신청을 해주셔야 하는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을 제9호증).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스스로 ‘D를 계승’한다고 하였으면서(갑 제28호증) 이제 와서 D와의 동일성을 부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D의 ‘역사’를 계승하였음을 강조한 표현에 불과해 보일 뿐 위 표현을 들어 피고가 D가 동일한 단체임을 자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D 노동조합 전환추진위원회 가입 약관」이 “본 위원회의 회원은 D 노동조합 설립 시 조합원의 자격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던 점(갑 제6호증), 피고가 2021. 3. 22. 설립신고 시 제출한 규약 제71조 제1항도 “이 규약 제정 당시의 조합원(D정회원)은 이 규약에 의한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던 점(갑 제8, 10호증)을 들어, D와 피고는 인적 구성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D 정회원은 노동조합 가입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피고 조합원이 된다고 본다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법」 제5조 제1항에 반할 수 있다. 이에 E 등은 위 가입 약관을 “본 위원회의 회원은 D 노동조합 설립 시 최우선적으로 조합가입에 대한 권유를 받는다”로 변경하고, 2021. 3. 26. 최종 제출된 규약(갑 제13호증)에서는 위 규약 제71조를 삭제하였는바, 위와 같이 변경된 약관 내지 삭제된 규약을 내세워 기존 D와 피고의 인적조직이 동일하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후 피고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2021. 4. 3. 기준 2,293명(을 제4, 5호증)에 이른다. 이렇듯 다수의 근로자가 개별적인 신청을 통해 피고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황이라면, 피고가 위 근로자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노동조합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가입한 각 조합원들의 단결의사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피고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피고 대표자나 C에 속아 피고에 가입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피고가 설립 후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의 도모라는 노동조합의 목적에 반하여 행동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 오히려 갑 제43호증, 을 제4, 5, 34, 35, 39 내지 42,4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는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정해진 후 2021. 6. 7.부터 12차례 이루어진 C와의 단체교섭에서, 근로자들의 요구사항 등을 반영하여 임금 인상 · 코로나-19 관련 재택근무 등 근로문화 개선· 기타 복리후생 등 근로자들을 위한 여러 안건을 제시하고, 피고가 노동조합으로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C에게 ‘조합비 체크오프’ 등 법률상 가능한 지원을 요청하며,임금협상안에 관하여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는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민주적으로 행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절차상 하자 주장에 관하여
2021. 3. 21.자 설립총회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갑 제41호증, 을 제11,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의 설립을 추진해 온 E 등 14명은 2021. 3. 21. 서울 서초구 C 사옥 부근 장소에 모여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설립 관련 안건에 모두 찬성하여 의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1. 3. 21. 당시 의결권 있는 발기인의 수는 설문조사에서 노동조합 설립에 동의한 근로자 3,076명이므로, 14명만이 모여 이루어진 설립총회는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 조합원들은 기존 D 소속에서 그대로 피고 소속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가입 신청을 통해 피고의 조합원이 되는 것인바, 위 3,076명이 설문조사에서 노동조합 설립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들이 피고의 발기인 내지 조합원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 조합원 명부(갑 제12호증)에 2021. 3. 22.까지 135명의 조합원이 가입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2021. 3. 21.자 설립총회 당시 의결권 있는 조합원의 수가 적어도 135명은 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2호증, 을 제16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들고 있는 135명은 모두 설립총회 다음 날인 2021. 3. 22. 피고에 가입을 신청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들이 2021. 3. 21.자 설립총회 당시 의결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따라서 2021. 3. 21.자 설립총회에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의결권 있는 발기인 내지 조합원들에 대한 공고․소집절차를 누락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규약 개정 절차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서울지방노동청이 2021. 3. 25. 피고에게 규약 개정을 요구하였는데, 피고는 다음 날인 2021. 3. 26. 보완 요구에 따라 개정된 규약을 피고에게 제출하였음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규약 개정을 위한 총회를 실제 개최하지 않은 채 설립총회에 참석한 14명의 서명만으로 규약을 개정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1호증의 1 내지 14, 을 제13,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위 14명은 메일 및 카카오톡 오픈대화방 등을 통해서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 사항을 공유하고 규약 개정에 모두 동의함으로써 규약 개정을 의결하였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총회 자체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설령 총회가 개최되었다 하더라도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2021. 3. 26.까지 1,290명이 가입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조합원 명부(갑 제12호증)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을 제16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1,290명은 2021. 3. 26.까지 피고에 가입을 신청̌ ̌ 하였을 뿐이고, 이들의 가입 신청에 대한 피고의 수리 내지 승낙은 2021. 3. 28.경부터 비로소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을 제19호증). 따라서 2021. 3. 26. 기준 의결권 있는 조합원의 수가 1,290명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의결정족수 미달을 주장하는 원고의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밖에 규약 제정일이 ‘2020. 1. 4.’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단순한 오기로 보일 뿐이다.
설령 규약 개정 절차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① 이는 규약을 새로이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정된 규약 중 미흡한 부분을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개정하는 절차에 불과하였던 점, ② 개정 내용이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에 관한 것도 아니고, 피고의 주체성 및 자주성을 침해하는 내용도 아닌 점, ③ 당시 의결권 있던 조합원 14명 전원이 규약 개정에 동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규약 개정 절차의 하자가 피고의 설립 자체를 무효로 돌릴 만한 하자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을 제23, 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는 2021. 7. 1. 규약 변경을 위한 온라인 총회를 다시 개최하였고 당시 조합원 2,007명 중 1,685명이 의결에 참여하여 그중 1,680명의 찬성으로 규약 개정안이 의결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위 2021. 7. 1.자 온라인 총회 결의를 통하여 이는 모두 치유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하자를 이유로 피고의 설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없다.
규약 개정 절차의 절차상 하자를 들어 피고의 설립이 무효라는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현재언 최윤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