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사업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사업 등을 수행하는 비영리 특수 공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의 공로연수제도
피고의 인사규정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면서<1>, 정년에 도달한 해의 1. 1.부터 6. 30.까지 사이에 만 60세에 이른 근로자(이하 '상반기 출생자'라고 한다)는 그 해 6. 30.에, 7. 1.부터 12. 31.까지 사이에 만 60세에 이른 근로자(이하 '하반기 출생자'라고 한다)는 그 해 12. 31.에 각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피고는 '조직의 원활한 인사운영 및 신진대사 촉진, 퇴직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기회 부여'를 목적으로 하여 정년퇴직 예정일 전 6월 이상 1년 이하의 1급 이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공로연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로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근로자들은 공로연수 인사발령일부터 퇴직일까지의 공로연수기간 동안 직무급, 성과급을 제외한 보수 전액을 지급받으면서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고 창업 및 자격증 취득 관련 교육 등을 받으며 관련 교육 수강료, 교재비 등을 피고로부터 지원받는다.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은 당연신청자, 3급 이하 근로자들은 희망신청자로서, 공로연수 인사발령일 30일 전까지 피고의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공적요약서(1, 2급 근로자들) 또는 공로연수신청서(3급 이하 근로자들 중 희망자)를 작성·제출하는 방식으로 공로연수를 신청한다.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는 위 신청자들에 대한 심의·의결을 거쳐 공로연수 대상자를 선정한 후 매년 1. 1. 또는 7. 1. 파견근무 명령의 형식으로 공로연수 대상자에 대한 인사발령을 한다. 각 근로자들의 출생일에 따른 정년퇴직일, 공로연수 인사발령일, 공적요약서 또는 공로연수신청서 제출기한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원고들의 연차휴가권 포기 동의 경위
피고는 2013년경까지 위 표의 '공로연수 인사발령일'란 기재 각 해당 날짜에 공로연수 인사발령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로연수 대상자로 하여금 위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발생한 잔여 연차를 모두 소진하도록 한 후에 인사발령을 해왔다(각 근로자별 미사용 연차일수가 상이하였기 때문에 결국 공로연수 인사발령도 같은 날 일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동조합은 2014. 5. 27. 노사 실무협의에서 피고 측에 위와 같은 방식의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연차 소진기간 동안 시간외 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퇴직금 수령액이 감소(3급 근로자의 경우 약 35만~48만 원)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공로연수 대상자가 잔여 연차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인사발령을 할 것'을 제안하였고, 피고는 노동조합의 위 제안을 수용하면서 '다만 동 사안에 대하여 조합원이 미사용 연가의 연가보상을 주장할 경우 기존 운영방식(미사용 연가 소진 후 공로연수 발령)으로 환원하여 공로연수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위 노사합의 결과에 따라 피고는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였고(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라 한다), 공로연수 신청자들이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하는 공적요약서(1, 2급 근로자들) 또는 공로연수신청서(3급 이하 근로자들 중 희망자)의 하단에 "본인은 공로연수 발령 전 미사용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동의하고,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청구권 포기 등 휴가관련 일체의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위 문구 하단의 '동의'란에 체크를 하지 않으면 공적요약서 또는 공로연수신청서가 제출되지 않도록 하였다.
원고들은 정년퇴직일을 1년여 앞둔 시점에 피고의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공로연수를 신청하면서 위 '동의'란에 체크를 하였고, 공로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어 1년간 공로연수를 마친 후 정년퇴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라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하여 그 다음 해 1. 1. 연차휴가권을 부여받게 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공로연수 신청을 받으면서 장래에 발생할 연차휴가를 포함한 미사용 연차휴가를 모두 포기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였는바(이하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한 연차휴가권 포기 동의'를 '이 사건 포기 동의'라고 한다), 아직 발생하지 아니한 연차휴가권에 대하여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공로연수제도와 연차휴가는 목적과 운영 근거 등이 상이한 별개의 제도임에도, 피고는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연차휴가권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여야만 공로연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연차휴가권의 사전 포기를 강요하였는바, 이러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포기 동의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설령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연차휴가권 포기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장래에 발생할 연차휴가권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한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60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피고는 '공로연수 발령일 기준 잔여 연가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을 변경하였으나, 위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한 연차휴가의 미사용으로 인한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중 일부를 구한다.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한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리킨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301527 판결 참조).
또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특정한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함께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그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제반 상황을 종합 고려하여 그러한 취업규칙 개정이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밝혀서 유·불리를 함께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414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8072 판결 등 참조).
한편, 취업규칙의 변경이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 232302 판결 참조).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적법성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가 운영하는 공로연수제도(이하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라 한다)는 조직의 원활한 인사운영 및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퇴직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기회를 부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피고 소속 1급 이하 직원 중 정년퇴직예정일 6월 이상 1년 이하의 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 대상자가 신청을 하면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로연수 적격자로 선정될 수 있고, 적격자는 공로연수파견발령을 받게 된다.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퇴직을 앞둔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므로, 위 제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피고의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의 내용을 변경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신 공로연수 기간을 늘리는 것인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기존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에 따를 경우 그 대상자들의 퇴직금 수령액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공로연수대상자가 잔여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미리 공로연수 인사발령을 하여줄 것을 피고에 제안하였고, 피고는 이를 수용하여 공로연수제 운영지침 중 해당 부분을 변경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합의가 이루어진 노사실무협의에 이 사건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참석하지 않았으므로 위 노동조합의 적법한 동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먼저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요청함에 따른 것으로, 그 변경 및 공지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취업규칙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위 변경에 동의하였다고 인정된다.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의 실체적 적법성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60조를 위배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이 부분 관련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 동안 출퇴근 및 근로의무가 면제되면서도 보수를 지급받았고 희망하는 경우 추가로 월 50만 원 상당의 교육·훈련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비용 지원은 공로연수 기간의 종료 후 퇴직하는 공로연수 대상자 개인의 발전과 제2의 인생설계에 필요한 정보·지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지원되는 것으로서 원고들에게 공로연수 기간 동안의 일정한 교육·훈련 의무가 부과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비용을 지원받고자 할 경우에만 교육·훈련을 받았음을 증명할 자료가 요구되었을 뿐이다.
반면 원고들이 공로연수 기간 동안 교육·훈련을 받더라도 피고를 위해 이러한 교육·훈련을 통하여 취득한 정보나 지식 등을 사용할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비용 지원으로 인하여 피고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은 사실상 없었다.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후 피고의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은 '공로연수 발령일 기준 잔여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피고는 공로연수 대상자들의 공로연수 기간의 개시일을 앞당겨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 미사용 연차휴가에 상응하는 기간만큼 공로연수 총기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었고, 그에 따라 원고들은 연장된 공로연수 기간 동안 출근 및 근로의무를 면제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연장기간에 해당하는 당해 직급의 보수 전액<2>을 지급받았다.
위와 같이 피고가 공로연수 기간을 연장하여 주고 그 기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 것은, 원고들이 미사용 연차휴가를 사용 간주한 것에 대한 보상 또는 대가에 해당하는데, 원고들의 연장된 공로연수 기간에 대응하는 보수 금액은 원고들의 연차휴가미사용수당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많다. 여기에 퇴직금 산정까지 원고들에게 더 유리하게 되었던 점, 공로연수 기간 동안 출근 및 근로의무가 면제되므로 원고들이 공로연수를 누리는 것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보다 휴식 측면에서 더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먼저 요구하였던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연차휴가포기로 얻는 공로연수 연장으로 인한 이득이 결코 적지 않다.
3급 이하인 원고들의 경우에는 희망신청 대상자에 해당하여 공로연수신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연차휴가를 그대로 부여받고 근무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공로연수를 신청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미사용 연차에 대한 사용 간주에도 불구하고 연장된 공로연수를 받는 것이 원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변경된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에 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였다거나 그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이 사건 포기 동의를 거부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포기 동의가 유효한지 여부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원고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충분한 대가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일방적인 권리의 상실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전포기라거나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4조 또는 제60조를 위반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공로연수를 신청하면서 "본인은 공로연수 발령 전 미사용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동의하고,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청구권 포기 등 휴가관련 일체의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 하단의 '동의'란에 체크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이로써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할 연차휴가권의 포기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설령 이 사건 포기 동의가 아직 발생하지 아니한 연차휴가권도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합의 자체가 불성립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위 연차휴가권 포기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자유의사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4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여를 한 근로자들에게 허용되는 시혜적인 측면이 강한 제도로, 피고는 신청자(1, 2급 이상자는 당연신청자) 중 근무기간 및 공헌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공로연수 적격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구에 의해 공로연수 대상자들은 연차휴가를 부여받는 대신 공로연수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함으로써 새롭게 변경된 공로연수 제도에 따라 연차휴가 대신 공로연수 기간을 연장받았고, 근로제공 없이 그 연장된 기간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받았다. 원고들의 퇴직금은 변경 전 취업규칙에 의할 때보다 더 많아지는 효과도 발생하였다.
희망신청자인 피고의 3급 이하 근로자들의 경우, 이 사건 포기 동의는 희망신청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신청이 있어야만 적격자평가 대상이 된다. 따라서 희망신청자인 근로자들의 경우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차휴가가 공로연수로 대체되는 것을 거부하고 공로연수를 신청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당연신청자인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변경된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상 '동의'란에 체크를 하여야만 공로연수가 신청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특별히 이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피고가 그 목적과 운영 근거 등이 상이한 공로연수제도와 연차휴가를 연계하여 잔여 연차의 소진에 동의한 근로자만 공로연수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였더라도, 이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므로, 이 사건 포기 동의가 원고들의 자유의사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포기 동의를 강요하였다고 볼 수 없다.
상반기 출생자의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1. 1.부터 6. 30.까지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하는 연차휴가권'과 하반기 출생자의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1. 1.부터 12. 31.까지의 근로에 대하여 발생하는 연차휴가권'은 모두 그 다음 해 1. 1. 발생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 참조). 이 사건 포기 동의는 상반기 출생자의 경우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5월경, 하반기 출생자의 경우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11월경 이루어졌다. 원고들이 공로연수를 신청한 해의 근로에 대한 연차휴가권 발생 시점에 앞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서 무효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전년도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일정 일수의 유급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다카12493 판결,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232302 판결 참조). 따라서 근로자의 연차휴가나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무효가 된다. 그러나 그러한 포기가 근로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는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먼저 휴양의 측면에 비추어 본다. 연차휴가제도는 근로자의 정신적, 육체적 휴양을 통하여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다카13465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 사용 촉진 제도를 허용하여 연차휴가를 대신하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연차휴가의 실제 사용을 통한 근로자의 실질적인휴양권 보장을 그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에 의해 연차휴가를 포기하는 데에 동의하면서 그 대가로 공로연수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비록 연차휴가 제도와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가 명칭을 달리하고 서로 별개의 근거에 기하여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로연수제도는 특별한 심사를 통해 그 대상자로 선정된 근로자에게 장기간 출근 및 근로의무를 면제하여 휴양을 취하도록 하면서도, 나아가 대상자에게 월 50만 원의 한도 내에서 오로지 그 희망에 따라 정신적·육체적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연수 기회까지 추가로 부여하였으므로, 공로연수의 조기 실시가 같은 기간의 연차휴가에 비해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휴양의 측면에서 '실질적으로'더 유리하다.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해에 이루어진 1년 미만의 근무에 대하여는 연차휴가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1982. 11. 23. 선고 81다카1275 판결, 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4826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상반기 퇴직자 중 7월에 공로연수 파견 발령을 받는 자에게는 당해 연도 상반기 근로일수의 80% 이상을 출근한 근로자에 대해 12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한다. 따라서 7월에 공로연수 파견 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다음 연도에 업무에 중도 복귀하는 경우에는 휴양의 기회를 상실하므로, 피고는 이러한 근로자에게는 위와 같이 전년도 근무개월 수에 비례한 연차휴가를 별도로 부여하도록 정하였다. 그러나 공로연수 기간 동안에는 출근 및 근로의무를 면제받는 대상자가 별도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도 없었으므로, 1년간 공로연수 파견 발령을 받을 수 있었던 근로자로서는 별도의 연차휴가를 추가로 부여받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휴양의 측면에서는 불리한 것이 없다.
다음으로 경제적 측면에 비추어 본다. 원고들은 공로연수 실시에 따라 직무급,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하나, 직무급 및 성과급은 원고들의 재직 사실만으로 당연히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원고들이 해당 임금산정 기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다.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 동안 근로제공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 중 직무급과 성과급을 받지 못한 것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입은 손해로 볼 수는 없다(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전에도 공로연수를 받기로 예정된 근로자의 경우 퇴직 전 1년간 기간에는 별도로 보직을 부여받지 않아 직무급 등의 지급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히려 다수의 원고는 증가한 공로연수 기간에 상응하는 급여가 연차휴가미사용수당보다 더 많고, 일부 원고의 경우 퇴직금이 증가하는 이득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포기 동의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고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에도 영리목적의 겸직행위가 금지되고 비밀유지의무, 품위유지의무, 부당한 선거운동 금지의무 등을 부담하였고, 이를 위반한 경우 공로연수가 취소될 수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공로연수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근로한 것과 같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의무들은 공로연수 기간에도 피고와의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그 신분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근로하기 때문에 준수해야 하는 의무들이 아니므로 원고들의 연차휴가 기간 동안에 위 의무들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원고들은 또한 공로연수 기간 동안 교육훈련비 지원신청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 제출의무,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였으므로, 근로의무가 있었던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고서 등의 제출은 원고들이 자신의 희망에 따라 교육·연수를 마친 경우 그 비용을 지급받으려고 할 때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보고서 등 제출을 공로연수와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가 보고서 제출 등의 불이행을 이유로 공로연수자에게 어떠한 불이익한 조치를 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한편, 공로연수를 실시하는 기관에 따라서는 공로연수 기간 중 일정한 의무교육이나 연수를 설정하고 그 대상자로 하여금 이를 수강·이수하도록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피고의 경우에는 공로연수 대상자에게 어떠한 의무적인 교육이나 연수도 부과하지 않았고, 직무 관련 출장 또는 교육과 같은 업무에도 참여시키지 못하도록 하였을 뿐이다.
원고들은 모두 공로연수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공로연수를 마치는 날 퇴직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고, 그 공로연수를 마치기 전에 퇴직할 특별한 사유는 없었다고 보이며, 실제로도 모두 공로연수를 마친 후에 퇴직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공로연수를 신청할 당시 공로연수기간의 시점부터 종기까지 근로제공 없이 재직할 것을 예정하고 그에 따라 내년도 연차휴가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할 것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면서 공로연수 신청과 동시에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포기 동의는 공로연수 인사발령이 이루어져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공로연수를 신청하면서 이 사건 포기 동의를 하더라도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의결과 부적격자로 의결되어 공로연수 인사발령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러한 포기 동의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지만, 반대로 적격자로 의결되어 공로연수 인사발령이 이루어짐으로써 연차휴가의 포기(또는 사용 간주)의 효력이 발생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그에 상응하거나 초과하는 대가 또는 보상이 주어진다.
원고들은 공로연수 전에 연차휴가를 소진하도록 하는 종전 제도 자체가 무효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종전 제도 하에서는 특별히 공로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근로자들의 경우 총 1년간 출근 및 근로의무를 '유급으로' 면제받되, 그 방식을 연차휴가 사용 및 공로연수 실시의 결합에 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므로 이를 들어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무효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출근 및 근로의무 면제 방식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한 연차휴가의 사전 포기는 총 1년간의 출근 및 근로의무 면제를 '연차휴가 + 공로연수' 방식 대신 '공로연수' 방식으로만 바꾸는 것에 동의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그러한 변경이 휴양의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소결론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및 그 변경에 근거한 이 사건 포기 동의는 모두 유효하므로, 원고들이 별도로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각주1) 3급 이하 근로자의 경우, 2015년까지는 만 58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있었다.
각주2) 다만, 2012. 11. 15.자 및 2014. 10. 17.자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에 의하면, 실적급 및 실근무시 지급되는 업무추진비 등은 제외되고, 2018. 11. 19.자 공로연수제 운영지침에 의하면, 공로연수 기간에 대한 성과급 및 1, 2급직원의 직무급은 지급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