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2. 11. 선고 2021나39340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2017. 3. 2. 원고가 처인 C 명의로 운영하는 ‘D사우나’에서 월 급여를 1,300,000원으로 정하여 1층 카운터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고, 2018. 6. 4.까지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2018. 7.경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였다. 근로감독관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연차수당, 휴게시간에 대한 임금 등을 합계 15,778,713원으로 산정하였는데, 원고와 피고는 위 진정사건과 관련하여 2018. 8. 29. 아래와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2018. 8. 29. 원고로부터 5,000,000원을 지급받고서 위 진정사건에 관하여 진정취하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나머지 금액 4,000,000원을 지급받았다.

라.

이후 피고는 원고로부터 여전히 임금 등 6,278,714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2. 10. 원고를 상대로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소1216481). 위 법원은 2020. 2. 14. ‘원고는 피고에게 6,278,7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행권고결정을 하였고, 위 이행권고결정은 2020. 3. 5.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합의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등 채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3.

피고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는 피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불공정한 내용의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피고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2)

설령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후 원고가 이 사건 합의금 외에 추가로 500,000원을 송금해주는 한편 이 사건 결정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으로 이 사건 합의는 묵시적으로 합의해제 되었다.

3)

이 사건 합의는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4)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에 대한 기숙사비 채권 3,400,000원을 피고의 임금 등 채권액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였고, 이 사건 합의금액은 이를 전제로 정해졌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일방적인 공제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따라 무효이고, 원고는 여전히 피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불공정한 법률행위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 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 '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가 궁박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합의해제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합의 후에 피고에게 추가로 5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 사건 결정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가 합의해제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최저임금법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인바, 이와 달리 그에 관한 근로자의 사적 처분이 금지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근로기준법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는 것인바(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합의는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가 실제로 지급할 금액을 협의한 것으로, 원고가 일방적으로 지급할 임금채권에서 기숙사비 채권을 공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철(재판장) 권혁준 박미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