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2고정1971
판결선고
2023. 4. 6.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 소재 주식회사 C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약 40명을 사용하여 교육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3. 8.부터 2022. 3. 15.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고 퇴사한 근로자 D와 입사일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아니하고,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D에 대한 경찰 진정인진술조서
E에 대한 경찰 피진정인(대리인)진술조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
진정인은 출근 당일부터 전화 한 통 후 출근하지 않고 그 이후에도 아프다며 출근하지 않는 등 2주 동안 4일만 근무하였고, 2022. 3. 16.부터는 무단으로 결근하였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의 채용 담당 E는 2022. 3. 8.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진정인이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에 협력하지 아니하여 결격사유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진정인이 위와 같이 무단결근하여 결국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못하였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을 뿐 근로조건의 명시나 서면의 교부시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용자는 근로자와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고 근로조건을 확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서면을 교부하여야 하는데, 진정인의 비협조로 근로조건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고,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판단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 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그 중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사용자로 하여금 그 내용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근로조건의 불확정 상태 하에서 근로자의 근로를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위와 같은 입법 취지 및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D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서면을 교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앞서 본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조건의 명시 및 서면 교부의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바로 이행되어야 하고, 이 사건의 경우 늦어도 D가 근로를 시작하기로 한 2022. 3. 7. 내지 D가 처음으로 출근한 2022. 3. 8.에는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이 교부되었어야 한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서 작성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위 의무를 면할 수 없고, 근로조건이 협의에 의하여 확정될 때까지 근로조건의 명시 및 서면 교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도 없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레퍼런스 체크, 범죄경력조회가 근로계약 여부, 근로조건 결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피고인은 레퍼런스 체크, 범죄경력조회가 완료된 후에 D로 하여금 근로를 시작하게 하였어야 함에도 2022. 3. 3. 면접 후 2022. 3. 7.부터 D로 하여금 출근하게 하였다. 또한 레퍼런스 체크 결과에 따라 급여 등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근로조건을 정하고 서면을 작성할 수 있었으나 결국 2022. 3. 15.까지도 근로조건을 명시하거나 서면을 D에게 교부하지 않았다.
D가 피고인의 회사에서 일한 기간이 짧기는 하나, D가 면접을 거쳐 일을 시작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D가 근로를 개시하기 전 또는 그 즉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D에게 교부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은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피고인 명의로 작성되어야 하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서 미교부 상태에서 D의 근로가 시작된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선고유예할 형
벌금 20만 원
노역장유치(선고유예가 실효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양형의 이유
선고유예의 요건 중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라고 함은, 반성의 정도를 포함하여 널리 형법 제51조가 규정하는 양형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볼 때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사정이 현저하게 기대되는 경우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하더라도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이 D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이 D 외의 근로자들에게는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재범하지 아니하리라고 기대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태도와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판사 박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