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5. 12. 14.부터 2021. 1. 5.까지 피고와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의 대구지사에서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서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와 피고와의 사이에 2020. 12. 8. 체결한 위임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원고는 피고와 2015. 12. 14.부터 위임계약 기간을 1년으로 하여 1년마다 새로운 채권추심업무 위임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추가되는 등의 변경이 있었다. 이하에 기재된 위 위임계약 내용과 관련하여서는 2018. 11. 3.자 위임계약서에서부터 제3조 제2항의 내용이 새로 추가되었을 뿐, 그 외의 내용은 모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처음 작성되었던 2015. 12. 4.자 채권추심업무 위임계약서의 내용과 동일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에 입사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스스로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수임받은 업무를 처리하였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예비적으로, 설령 피고에게 원고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위임계약 해지 전 3개월 동안의 수수료액은 원고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원고의 1일 평균임금은 위임계약 해지 전 1년 동안의 수수료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 갑 제3, 5 내지 8, 10 내지 18, 23 내지 26, 32호증, 을 제7 내지 13, 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의 주위적 항변을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항변에 대하여는 따로 검토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위임계약의 내용 등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의 명칭은 ‘위임계약서’이고, 원고의 신분은 ‘독립사업자’이다(제2조 제1항). 원고는 이와 같은 명칭을 잘 알면서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위임계약은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근태관리, 상벌규정, 정년 등 정규직에 적용되는 제반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아니하며, 수임 업무 처리에 있어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업무 위임과 그 처리현황 및 결과 보고에 필요한 최소한 지시 외에는 어떠한 업무상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제3조 제2항),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며, 원고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피고 회사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오직 본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만을 가진다.’(제3항)라고 정하고 있는바, 위 위임계약은 원고가 정규직 혹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689조 제1항). 원고도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라 언제든지 피고에게 해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으며(제10조), 위와 같은 해지의 의사표시는 피고가 이를 통보받은 때에 효력이 발생한다(제11조 제1항).
원고는 관련 법규에서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업무에 대해서 겸직이 가능하였다(제9조).
원고가 받은 수수료, 비용 보전 및 원고에게 부과된 세금 등
원고는 근속기간이나 업무내용과 관계없이 채권의 수임 및 회수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은 바 없다. 수수료 자체는 원고의 채권 수임 여부 및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고, 실제로 원고는 피고와 사이의 이 사건 위임계약 기간에 걸쳐 수수료를 0원(2017. 10.분) 받은 달이 있는가 하면, 최대 12,086,850원(2017. 4.분)까지 받은 달도 있다. 이와 같은 편차를 고려하면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에게 각종 비품 등을 제공해주었으며, 원고가 지출한 우편요금, 초본 발급 등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었으나, 이는 모두 위임계약관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민법 제687조, 제688조 참조).
원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업무지시 및 근태관리 등
피고는 원고에게 추심할 채권들을 배정하였을 뿐, 그 배정된 채권들 중 어느 채권을 먼저 추심할 것인지, 구체적인 추심방법은 어떻게 할지는 모두 원고가 스스로 결정하여 이루어졌다. 피고가 원고 등을 대상으로 단합대회를 개최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원고 등 지점 전체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영업 의지를 고취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밖에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구체적인 추심업무의 내용 내지 방법을 지휘 · 감독하였다고 볼 근거는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위임계약 기간 동안 오후 늦게 업무를 개시한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바, 피고로부터 근무시간을 지정받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출장업무에 관하여 사전 또는 사후적으로 피고에게 그 출장업무 내역을 보고하였다거나 피고로부터 출장에 관한 승인을 받았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
피고가 원고의 개인 자리를 지정한 다음 원고로 하여금 개인별로 등록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피고의 채권관리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다음 정해진 바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신용정보법에서 정한 신용정보전산시스템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근을 방지하고(제19조), 타인의 신용정보 등의 업무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며(제42조), 이를 위반할 경우의 민·형사상의 책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며, 원고의 위임업무 수행에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를 두고 피고가 구체적 · 개별적으로 원고의 업무를 지시, 통제,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에 대한 실적 관리 등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채권 회수 실적 등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으나, 이는 원고 외에는 추심 진행 상황을 알 수 없어서 위임사무의 진행 상황을 최소한으로나마 파악하기 위한 것이거나(민법 제683조 참조),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가이드라인’ 제29조 제1항<1>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고가 원고의 실적을 관리하고, 실적이 우수한 경우에는 포상을 실시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추심실적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피고가 추심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실적이 우수한 경우 원고에게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원고와 피고의 관계를 근로계약 관계로 보는 경우에만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실적을 관리한 것은 수수료 액수가 정확한지를 정산․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
피고가 원고의 근무성적을 평가하여 처우에 반영하거나 실적이 부진하다고 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하였다고 볼 근거는 없다.
기타
피고가 원고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직무교육을 실시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로 하여금 불법적인 채권추심이나 개인신용정보의 누출 등의 방지를 위한 규제를 숙지하게 함으로써 원고의 업무 진행을 원활하게 할 교육의 필요성이 있는 점, 위 교육은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가이드라인’<2>에 근거한 것으로써 피고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이는 점, 설령 원고가 위 직무교육에 불참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신규 채권 배정 금지나 해촉 처리 등 어떠한 불이익이 부과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직무교육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 소속 다른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이 다른 사건에서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들에 있어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사안들이 다수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2014. 10. 31.경 회사의 모든 지점장 및 팀장에게 공문을 보내면서 위임직 채권추심인 등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를 유념하여 운영하라고 재차 당부하는 등 그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2014. 10.부터 위임직 채권추심인들과 체결하는 위임계약서 양식을 위임계약의 본지에 더욱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주장하는 사례들에서 위임계약 체결일이 2014. 10. 이전인 자들은 모두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으나<3>, 그 체결일이 2014. 10. 이후인 자들은 모두 근로자성이 부정되었다<4>. 원고가 위 2014. 10. 이후임이 명백한 2015. 12. 14.경 피고와 최초로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사례들 중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사안들은 이 사건에 적용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고충정(재판장) 지상목 박평균
각주1) 제29조(채권추심 사후관리) ① 금융회사등은 채권추심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에 대한 소재파악 및 재산조사, 추심업무 착수 전 안내사항통지, 채권에 대한 변제 요구, 변제금 수령 등 일체의 추심활동이 전산으로 기록․관리 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각주2) 제8조(추심 관련 내부 통제) ② 금융회사등은 금융회사등임직원이 관련 법규 등을 준수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③ 금융회사등은 금융회사등임직원에 대한 내부통제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금융회사등임직원이 채권추심 과정에서 관련법규 또는 내규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 등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제11조(금융회사등임직원의 관리 및 교육) ① 금융회사등은 금융회사등임직원으로 하여금 채권추심과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거나 신용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등 금융회사등임직원의 자질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⑤ 채권추심회사는 채권추심업 종사자를 채용(등록)하는 경우, 관련 법규 및 이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하여 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정기(반기 1회) 또는 수시로 기존 채권추심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민원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채권추심회사는 필요 시 소속 협회를 통하여 통합하여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각주3)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31. 선고 2022나675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2. 15. 선고 2023나2018896 판결
각주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 11. 선고 2023가소1796186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2. 15. 선고 2023나15553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