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었고(고령자고용법 제19조 참조), 그로 인해 기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함께 신설되었는데(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 참조), 위 법 부칙에 따라 피고는 2017. 1. 1.부터 고령자고용법의 적용대상이 되었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도입안을 마련한 뒤, 2016. 1. 22. 전 직원을 대상으로 1차 설명회를 실시하고 기명투표를 진행하였으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는 못하였다. 피고는 2016. 3. 3. 임금피크제 수정안에 대한 2차 설명회를 실시하고, 2016. 3. 8.까지 투표 방식을 무기명 방식으로 변경하여 진행한 결과 근로자들 중 51.9%의 동의를 얻었다. 임금피크제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모든 직급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56세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여 총 100%(56세 15%, 57세 20%, 58세30%, 59세 35%)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이하 '종전 임금피크제')이다. 당시 시행중인 인사규칙에 있는 정년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2017. 1. 1.부터 종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고, 그와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칙은 다음과 같이 수차례 개정되었다.
원고는 2017. 4. 1. M1 직급에서 M2 직급으로 승진하였다.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4, 을 1~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종전 임금피크제 무효
원고에게 임금피크제가 최초 적용된 2020. 5. 1. 당시, 원고는 57세이고 M2 직급이었으므로 종전 임금피크제가 없었더라면 58세까지 임금 삭감 없이 근무하고 기존 인사규칙(2017년에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4항에 따라 60세까지 근무할 가능성도 있었다(위 주장은 종전 임금피크제로 원고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고, 받았더라도 단지 2년이 연장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종전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의 업무량이 줄어든 것은 없고, 임금만 감액되었는데 그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도 전혀 없었다.
종전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변경에 필요한 적법한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고, 실체적으로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따라 무효이다.
개정 임금피크제 무효
개정 임금피크제 및 이 사건 경과규정에 따르면, 종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은 다른 직원에 비하여 불리한데도 아무런 보상조치를 받지 못했다.
피고가 개정 임금피크제의 실시 및 이 사건 경과규정을 두면서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고, 실체적으로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따라 무효이다.
판단
종전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여부
피고가 거친 투표절차가 무효인지 여부
원고는, '종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투표과정에서, ① 피고의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개별적으로 근로자들에게 투표 참석 및 동의를 강요하였고, ② 과반수 동의를 얻을 때까지 계속하여 투표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며, ③ 피고 측인 인사팀 및 법무팀만 참석한 것으로 보아 그 공정성이 매우 의심되므로', 피고가 진행한 절차는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여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①, ②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위 ③ 부분은 일방적인 추측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 그러한 추측에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되지도 않았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고령자고용법 위반인지 여부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들, 앞서 든 증거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내용들을 종합하면, 종전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종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고, 고용보험법에서도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삭감 제도에 대하여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령에서 정년 60세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이미 예정하고 있었다. ②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이 2년에서 15년까지 연장됨에 따라, 피고는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을 준수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인사규칙을 마련함과 동시에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종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종전 임금피크제로 인해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전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이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서 정년연장과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정년연장과 종전 임금피크제를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임금피크제만을 분리하여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조치 혹은 연령차별이라고 평가하여서는 안된다.
종전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사무직 직종의 정년을 비교해보면 다음 표 기재와 같이 2년에서 8년까지 정년이 연장되었다.
취업규칙의 개정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인지 여부는 취업규칙의 개정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1726 판결,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45376 판결 참조), 종전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이익과 불이익도 종전 임금피크제가 도입 및 시행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종전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당시 M1 직급이었던 근로자들(원고 포함)은 종전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정년이 4년이 연장되는 이익을 얻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016년 시행중이던 인사규칙 제21조 제4항에 따라 그동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무직 직원 대부분이 정년이 2년씩 연장되어 왔다는 등에 대한 원고의 주장 · 입증이 없는 이상, 위 규정만으로 사무직 직원들에게 정해진 정년보다 2년이 더 연장되는 것이 당연히 보장된다거나 그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종전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얻게 된 정년연장의 효과를 부정하거나 그 범위를 축소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 원고가 M2 직급으로 승진한 것은 종전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발생한 사정이므로 이로 인해 종전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얻었던 4년의 정년 연장 혜택이 소급하여 2년으로 감축된다고 볼 수도 없다.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임금총액을 비교해보면 다음 표와 같다.
(생략)
위 각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해,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의 연봉(55세에 지급받은 연봉)을 기준으로 정년이 4년 연장된 M1, S2 직급의 경우 총 300%~310%의 연봉을, 정년이 2년 연장된 M2 직급의 경우 총 200%~210%의 연봉을 더 지급받게 되었다(정년이 8년 연장된 S1, C2, C1 직급의 경우 종전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약 700%의 연봉을 더 받게 되었다). 결국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해 모든 근로자들이 기존 정년 이후에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임금 총액으로는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보다 많은 액수를 받게 되었다.
법령개정에 맞춘 정년연장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로 평가할 수도 있다.
개정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개정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지 여부
개정 임금피크제는 임금이 감액되는 시점이 57세부터로 늦춰지고, 감액율도 총 90%로 감소되는 것으로 종전 임금피크제에 비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다만 종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던 근로자들은, 유리하게 변경된 개정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못함으로 인해 개정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과 임금 면에서 차이가 생기기는 하나, 이로 인해 기존에 갖고 있던 이익이 침해되거나 불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다른 전제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고령자고용법 위반인지 여부
원고의 주장대로 개정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일부 근로자들(종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이 연령에 따른 차별을 받았고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더라도, 그 외에 다른 무효 사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개정 임금피크제 중 위에 해당하는 부분만 무효가 될 뿐 나머지 부분까지 무효가 될 수는 없다. 원고는 종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자가 아니므로 개정 임금피크제 중 무효가 된 부분이 있더라도 원고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와 다른 전제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나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