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o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 5층에서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라는 상호로 근로자 2명을 상시 사용하여 전자상거래 소매업을 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매달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은 그렇지 않다.
→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2. 12. 9.부터 2023. 11. 18.까지 일한 근로자 D에 대한 임금 정기지급일이 다음 달 8일임에도, 2022. 12.분 임금 4,018,818원을 2023. 1. 9.에, 2023. 7.분 임금 5,416,660원을 2023. 8. 9.에, 2023. 9.분 임금 5,416,660원을 2023. 10. 10.에 각각 지급했다.
판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법관이 위와 같이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로 범죄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비록 피고인이 한 주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피고인이 유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은 모두 각각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피고인이 한 주장과 제출한 증거는 믿지 않고 현미경의 잣대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법원이 가지면 안 되는 태도다.
그러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쪽의 주장을 귀 기울여 듣고, 증거를 조사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에 규정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2항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회사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
이 사건 회사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업<1>을 수행하는 회사로서 정부에서 직원들 임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사건 회사가 정부로부터 직원들 임금을 지원받아 임금을 지급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회사 대표인 피고인이 매달 직원들 임금지급일에 맞춰 RCMS<2>에 증빙서류(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급여대장)를 업로드 하면, 정부는 업로드 된 서류를 검토한 뒤 이 사건 회사 법인계좌로 직원들 임금을 입금하고, 그러면 이 사건 회사 법인계좌에서 직원들 계좌로 임금이 빠져나간다.
피고인이 D에게 임금을 뒤늦게 지급한 기간
피고인은 D에게 세 차례 임금을 늦게 지급했는데, 그 늦게 지급한 기간은 하루 또는 이틀이었다.
피고인과 이 사건 회사 다른 직원들의 진술
피고인은 경찰에서 D에게 세 차례 임금을 늦게 지급한 이유에 대해 '이 사건 회사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려면, RCMS에 증빙서류를 업로드 해야 하고, RCMS 는 18:00이 지나면 업로드가 불가능한데, 다른 업무 때문에 바빠 부득이 몇 차례 업로드가 늦어 결과적으로 하루 이틀 임금 지급이 늦어진 일이 있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진술했다(증거기록 2권 32쪽).
D을 제외한 이 사건 회사 다른 직원들도 '피고인으로부터 RCMS에 증빙서류 업로드가 안 되어 부득이 임금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직원들도 모두 양해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변호인이 2024. 10. 29. 제출한 증 제2호증 참조).
D의 반응
기록상 D이 임금 지급이 늦어진 직후 그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소결론
그렇다면, ▲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를 포함한 이 사건 회사 직원들은 급여(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2022. 12.분, 2023. 7.분, 2023. 9.분) 지급일을 하루 또는 이틀 미루는 데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 설령 피고인과 D 사이에 그와 같은 합의가 없었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2항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병곤
각주1)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주2) 가. 사업명 : L
각주3) 나. 과제명 : M
각주4) 다. 사업기간 : 2022. 10. 1.부터 2025. 3. 31.까지
각주5) 국가 R&D 예산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구축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RCMS는 우리나라 연구개발예산 교부부터 연구비 집행, 결산 및 국고반납까지 관리하여 효율적인 R&D 예산 관리를 지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