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8. 23. 선고 2016구합8510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각종 내연기관 부품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95. 12. 10. 원고에 입사하여 E공장에서 근무한 생산직 근로자였으며,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망인의 어머니이다.

나.

망인은 2016. 3. 17. 08:22경 충북 영동군 양강면 죽청교 옆 공원 쉼터 처마에 옷끈과 허리띠를 이용하여 목을 매 사망한 채 발견되었는데, 망인의 사인은 목맴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

다.

참가인은 2016. 4. 5.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6. 10. 18. 참가인에 대하여 '망인에 대한 심리상담 시 시행한 검사결과 등으로 보아 중증의 우울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이고, 음주와 병원 치료 거부는 망인의 문제로 여겨지나 그렇게 판단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사료되고, 수년간 노조활동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상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건 발생 1주 전 원고의 사실조사 출석요구서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자살 당일 행동이 일상적이지 않아 판단력 상실 상태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2016. 10. 13.자 판정 결과에 따라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의 지배·관리 하에서 망인이 근로계약상 업무를 수행하거나 또는 이에 수반되는 통상적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 등에 기인하여 망인에게 우울증이 발병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의학적 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2)

망인이 원고와의 극심한 노사분규 등을 원인으로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그로 인해 이 사건 사망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는 망인을 포함한 F노조 조합원들의 불법적인 노동조합활동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사용자인 원고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이 사건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3)

망인은 노사분규가 발생하기 전부터 장기간 근태가 불량한 상태였고, 원고는 망인의 무단결근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사실조사위원회 참석을 통보한 것일 뿐이므로, 망인을 징계하기 위하여 사실조사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 이에 해고의 불안을 느낀 망인이 이 사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4)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는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볼 때 극복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볼 수 없다.

5)

그럼에도 피고는, ① 망인의 자살시점으로부터 2년 6개월 전에 실시된 다면적인성검사, ② 망인의 산업재해 승인을 위한 범시민대책위 구성원으로서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관인 'G'이 참가인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 이후에 작성한 다면적인성 검사(MMPI-II)보고서와 상담사실 확인서, ③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망인 소속 노동조합의 조합원들 진술만을 근거로 만연히 망인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위법이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당사자의 지위

F노조는 전국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그 산하에 H지부를 두고, 다시 그 아래에 원고의 E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입한 I지회(이하 'I지회'라 한다)와 원고의 J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입한 K지회(이하 'K지회'라 하고, I지회와 K지회를 통틀어 'L지회 '라 한다)를 두고 있다. 망인은 I지회 소속 조합원으로서 2012. 10.부터 2014. 9.까지 I지회 대의원으로 활동하였다.

2)

망인의 업무 내용과 근무시간 등

망인은 1995. 12. 10. 원고의 E공장에 생산직으로 채용되어, 자동차부품인 실린더 가공기계 조작업무를 수행하였고, 근무형태는 주 5일, 주야 2교대 격주 근무로, 주간근무는 08:30부터 17:30까지, 야간근무는 22:00부터 06:00까지, 주야간 각각 2시간씩 연장근무를 하였다.

3)

노사대립 경위 등

가)

원고와 L지회는 2010. 1. 13. '경제상황 및 제반 조건들을 감안하여 2011. 1. 1.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2009년 지회 임금 및 교대제 개선 합의서'에 따른 합의를 하였다. L지회는 원고에 위 합의서를 근거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2011. 1. 18.부터 2011. 5. 4.까지 11차례에 걸쳐 원고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한 특별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위 특별교섭은 결렬되었다.

나)

L지회는 원고와 위 특별교섭을 하던 중인 2011. 3. 25.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을 지시하였고, 소속 조합원들은 2011. 3. 25.부터 2011. 5. 17.경까지 불시에 생산업무를 중단하고 집단조퇴하는 등의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하였다.

다)

L지회는 2011. 5. 18. 부분파업을 실시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1. 5. 18. J공장의 직장폐쇄를, 2011. 5. 23. E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각 단행하였다.

라)

K지회 소속 조합원 200여 명은 J공장에 대한 직장폐쇄가 개시된 직후J공장 내부로 침입하여 J공장 전역을 점거하였고, I지회 소속 조합원 200여 명은 K지회로부터 지원요청을 받고 2011. 5. 19.경 K지회와 함께 J공장을 점거하였으나, 2011. 5. 24.경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그 점거가 해소되었다.

마)

L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2011. 5. 27. J공장에 다시 진입하려다가 이를 막으려는 원고의 일용 경비직원들과 사이에 폭력사태가 발생하였고, 이후 경찰병력이 J공장 정문을 막아서자 다시 경찰과 충돌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그 후로도 위 조합원들의 관리직 직원이나 물품의 반입, 반출 등 방해, J공장 진 입 시도 등으로 충돌 상황이 발생하여 2011. 6. 22. 경찰관 108명과 조합원 10여 명이 상해를 입었고, 이를 계기로 경찰병력이 J공장에 수시로 출동하였다.

바)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으로 2011. 7. 1.부터 하나의 사업장 내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할 수 있게 되면서, 직장폐쇄 이후 사업장에 선복귀한 69명의 근로자들은 2011. 7. 15. A 주식회사 노동조합(이하 '원고 노조'라 한다)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같은 달 21. 설립신고를 마쳤다. L지회 소속 조합원들 중 원고에 복귀하지 않고 있던 조합원들은 2011. 7. 22. 원고를 상대로 법원에 직장폐쇄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1카합131), 2011. 8. 16. 위 가처분절차에서 원고와 사이에 2011. 8. 31.까지 조합원들을 모두 복귀시키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2011. 8. 22. 직장폐쇄를 종료하였고, L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2011. 8. 31.까지 원고에 순차적으로 모두 복귀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복귀 조합원들과 미복귀 조합원들 사이에도 반목과 갈등이 발생 및 심화되었다.

사)

L지회 소속 조합원들 중 일부가 원고로부터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위반행위를 이유로, 2011. 10. 18. 해고(23명), 출근정지(35명), 정직(40명), 견책(8명)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2011. 10. 31. 해고(4명), 출근정지(7명), 정직(26명), 견책(46명)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 후 원고는 2013. 5. 28. 위 해고 처분을 취소하고 해고처분 대상자 모두를 2013. 6. 3.자로 복직시켰다.

아)

F노조 H지부는 2011. 4. 21.부터 원고와 2011년 임금협약과 관련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위 단체교섭은 결렬되었고, L지회는 2012. 3. 26.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부분적 근로제공 거부, 피켓 시위 등의 쟁의행위를 개시하여 현재까지 부분 파업, 태업, 간담회 개최, 현장 순회, 사업장 내외의 피켓시위 등을 계속하고 있다.

자)

그 과정에서 2012년 9월경 아래 4)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원고와 노무법인 M(이하 'M'이라 한다)의 컨설팅 계약 체결 및 부당노동행위 실행 과정이 폭로되었다. 2013. 12. 21.에는 해고 취소로 복직한 근로자 중 11명에 대한 해고 등 재차 징계처분이 이루어졌고, 2013. 12. 28. 관리자들과 L지회 조합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차)

원고는 L지회 소속 근로자들이 업무에 복귀한 무렵 현장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여 담당 부서장으로 하여금 복귀자를 철저히 관찰하여 관찰일지를 작성·보고하도록 지시하고, 회사 내에 CCTV를 설치하고 채증전담인원을 지정하여 상시적으로 카메라, 캠코더, 휴대폰을 이용한 채증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또한 2015년에는 기초근무질서 확립공고문, 잔업과 특근배제, 인사위원회 회부 등 인사조치 예정을 공고하고, 개인별 일일 생산량을 확인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미달 시 임금을 차감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하고 이를 시행하였다.

4)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등

가)

한편 원고와 원고 대표이사였던 N 등에 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 등에 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는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 2. 17. 선고 2013고단1867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8. 16. 선고 2017노663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3781 판결), 위 사건에서 '원고가 M과 컨설팅계약을 체결하고 약 14억 원의 컨설팅비용을 지급한 뒤, 전략회의 등을 통해 L지회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을 조직적, 계획적으로 추진하였는바, 원고와 원고 대표이사 등은 의도적으로 원고에 우호적인 원고 노조의 설립을 경제적, 절차적으로 지원하고 원고 노조의 조합원 수를 확대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관리직 사원의 가입을 종용하면서 징계나 임금협상 등에서 L지회보다 유리하게 하는 한편, L지회에 대해서는 직장폐쇄와 징계해고라는 극단적인 수법까지 동원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경고 또는 자택대기명령 발부, 조합원 총회 개최 요구 거부, 조합원들에 대한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 제한, 단체교섭 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었다.

나)

L지회 조합원들 중 일부는 원고를 상대로 위법한 직장폐쇄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며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일부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았다(대전고등법원 2014. 4. 24. 선고 2012나6378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4다30858 판결).

다)

원고의 2011. 10. 18.자 해고처분으로 해고된 근로자들은 원고를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및 해고기간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제1심에서 승소판결을 았고(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2. 11. 30. 선고 2011가합6611 판결), 앞서 사)항에서본 원고의 복직 조치에 따라 해고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취하되었으나, 임금지급 청구 부분은 해고처분이 무효임을 이유로 임금 지급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대전고등법원 2014. 6. 26. 선고 2013나599 판결,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4다48057 판결).

5)

망인에 대한 징계 및 고소 등

가)

망인은 L지회 조합원이자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대의원으로 활동하였던바, 대의원 활동 시 피케팅, 아침 선전활동, 노숙농성, 천막농성 등에 참여하였고, 2011. 10. 10. 견책, 2013. 11. 14. 출근정지 2개월의 각 징계처분을 받았다.

나)

망인은 2013. 8. 6. 업무방해, 주거침입,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당하여 2013. 12. 30. 기소유예 및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다)

망인은 다시 업무방해, 퇴거불응 등 혐의로 고소당하여 2014. 12. 18. 일부 혐의에 대하여 구약식 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6)

망인의 근태상황 등

원고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의하면, 근무일 1년이 지나 발생하는 연차휴가에 대하여 우선 현금으로 전액 연차보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1개월 만근하면 1일의 월차휴가를 추가로 부여하여 이를 적치하여 사용하며, 적치된 휴가가 없을 경우 결근으로 처리되게 된다. 망인은 노사분쟁이 발생한 2011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2008년 17회, 2009년 24회, 2010년 15회 결근하였고, 그 이후에는 2013년 5회, 2014년 35회, 2015년 54회, 2016년 15회 결근하였다.

7)

건강보험수진내역

망인의 건강보험 수진내역 조회결과에 의하면 정신질환 관련 수진내역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2013. 8. 10. 및 2014. 9. 19. 알코올성 간염으로 2회 진료 받은 내역이 확인된다.

8)

다면적인성검사(MMPI)보고서 등

망인은 2013. 9. 16. G에서 다면적 인성검사를 실시하여 2013. 11. 23. 검사해석상담 및 2014. 5. 21.부터 2014. 7. 21.까지 총 7회의 심리치유상담을 받았다.

G 상담자 O이 작성한 2016. 4. 21.자 망인에 대한 다면적인성검사보고서(을가 제1호증)에는, '2번 척도(D)의 상승은 슬픈 기분, 우울감, 불행감, 불만족감, 불쾌감을 경험한다. 무망감과 절망감이 심하며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죽음 혹은 자살과 관련된 생각에 몰두해 있거나 자살계획, 자살시도의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척도4, 척도7, 척도8, 척도9 등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동반상승할 경우 자살시도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G 상담자 P의 2016. 4. 5.자 상담사실확인서(을가 제1호증)에는, 상담내용으로 '2011년 이후 혈압이 오르고 수면의 질이 나빠지는 등 건강상의 문제들이 많이 발생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간부직을 맡고 있는 데다 2개월 징계를 받고 있어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회사 상황이 어렵고 주변의 동료 모두가 힘든 상태라 도움을 청하거나 치료를 받을 수 없어 혼자 삭이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터라 이런 상황에서 가정과 회사에서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지난 20년간 근무해오던 기간 중 제일 힘들었다. 2년간 대의원을 맡아 일하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이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그저 술을 마시거나 휴일엔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행도 하고 싶고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지만 그들 모두가 너무 힘들어서 내가 기운 빠진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출근하기가 너무 힘들다. 무기력하고 아무 의욕이 안 생긴다.'고 기재되어 있다.

9)

자문의 소견서

자문의 Q은 2016. 6. 9.자 자문의 소견서(갑 제27호증)에서 망인의 자살에 대하여, '망인의 근무 내역(재해조사내역 포함)과 사고 상황 및 검사와 진료기록을 살펴본 바, 망인이 직장과 가족 내에서 만성적 스트레스를 호소하였던 것으로 사료되며,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사업장 건강검진 결과와 개인 의료기관에서의 간기능 검사로 미루어 만성적 음주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 2013. 9. 16. 시행된 다면적인성검사(MMPI)상 불안, 우울, 타인에 대한 불신, 자신의 감정 표현을 적절히 표현 못하는 검사소견을보이며, 이 검사결과를 정신과적 진료 내역으로 볼 수는 없으며 우울증과 알코올 문제가 병존하였다고 보이지만, 정신과적 진료와 면담이 없었으므로 원인질환을 판정하기는 어렵다고 사료됨'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10)

망인의 사망 전 행적 및 관계자들의 진술

가)

망인은 2016. 3. 10.(목) 21:41경 '잦은 결근, 조퇴 등 근태불량'을 사유로 원고로부터 사실조사 출석요구서(조사예정일 2016. 3. 14.)를 받고, 근태문제를 이유로 징계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상태에서 2016. 3. 11.(금) 01:00 조퇴하였다. 망인은 2016. 3. 11. 19:41경 출근하였다가 2시간 뒤 조퇴하여 R, S, T를 만났고, 2016. 3. 13.(일) 저녁 U을 만났다. R(을나 제36호증), S(을가 제9호증), U(을가 제10호증)의 각 진술서, 근로복지공단 조사자의 T에 대한 문답확인서(갑 제34호증)에 의하면, 망인은 당시 해고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원고와 갈등상황으로 인해 출근이 힘들어 결근을 하게 된 것인데 그러한 상황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사업주에 해고의 선처를 구하라는 주위의 권유로 인한 자괴감 등을 표현하였고, U은 망인에게 병원치료를 권유하기도 하였다. 망인은 2016. 3. 14.(월) 출근하지 않았고, 2016. 3. 15.(화) 말없이 집을 나갔다. T와 S은 망인을 계속 찾으러 다녔으나 찾지 못하였고, 망인은 2016. 3. 17.(목) 00:15 T에게 전화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2016. 3. 17. 00:20 V 메시지로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보냈으며, 2016. 3. 17. 06:40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나)

L지회 사무장 W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진술서(을가 제8호증)를 작성하였다. 즉, 2011. 5. 18. 직장폐쇄로부터 시작된 원고의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 과정에서 많은 L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I지회는 2013년부터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망인의 경우 2013년에 심리검사를 시행하여 고위험군에 해당됨을 알게 되어 심리상담이나 병원치료를 권유했으나 정신과치료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으로 심리치유 프로그램에만 참여하였다. 이후 2015년 여름경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한숨을 쉬거나 멍하게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에 가자고 했으나 "나만 힘든게 아닌데 어떻게 지금 병원에 가니, 우선 이 투쟁을 빨리 끝내자"라면서 거부하였고, 2016년 1월에는 X회사가 Y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우리가 이 투쟁 이길 수 있겠냐? 정말 X회사가 N 뒤에 있는데 우리가 이길 수 있냐"면서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보여 지회장에게 말하여 병원 치료를 유도했으나 망인은 이를 거부하였다.

앞서 든 R, S, U, T의 진술서 내지 문답서에 기재된 내용 또한 이와 유사한 바, 망인은 2015년 여름경부터 말수가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평소와 달리 '힘들다', '지친다', '죽고 싶다'는 등의 소리를 하였다는 취지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9, 10, 16, 27, 34호증, 을가 제1, 3 내지 10, 12, 13호증, 을나 제5, 20, 22, 24, 26 내지 29, 31 내지 36, 39, 48, 50, 51, 54, 5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하여야 하므로, 불법적 노조활동 또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노동조합 활동 중에 생긴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141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두23461 판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안을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31호증, 을가 제2호증, 을나 제2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지배 또는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하였다고 판단되고,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가)

쟁의행위가 시작된 2011. 3. 25.부터 소속 조합원들이 모두 업무에 복귀한 2011. 8. 31.까지의 기간 동안 L지회가 벌인 쟁의행위에 일부 불법적인 행위가 포함되어 있고, 2011년 협상이 결렬된 뒤 L지회에서 다시 쟁의행위를 시작하여 현재도 계속하고 있기는 하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망인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주로 정상적인 업무수행 중에 경험한 노사간 및 노노간 갈등과 원고가 느끼는 경제적 압박, 더욱 강화된 감시와 통제가 더해져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정은 위와 같이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원고의 지배 또는 관리 하에 있는 업무의 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2012. 3. 26. 이후의 쟁의행위는 전면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부분 파업, 태업, 간담회 개최, 현장순회, 피켓시위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망인은 쟁의행위가 없던 시간에는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

②

원고는 L지회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거액의 컨설팅비용을 들여 M과 컨설팅계약을 체결한 뒤, 전략회의 등을 거쳐 L지회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일정 기간의 부당한 직장폐쇄, 위법한 징계해고, 원고 노조의 설립 지원, 징계경고 또는 자택대기명령 남발, 총회 개최 및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 제한, 단체교섭 거부 등 조직적, 계획적인 부당노동행위로 대응하였다. 그로 인해 원고는 생산직 업무에 복귀하여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관리자 및 근로자들과의 갈등과 반목, 임금 삭감, 강화된 통제와 감독, 징계에 대한 두려움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채 이를 수인·감내하거나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받은 원고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로 평가하거나 원고의 지배 또는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 없다.

나)

망인은 2011년 5월부터 사망 시까지 5년가량 이어진 첨예한 노사분규 과정에서 직장폐쇄, 대규모 폭력사태, 출근정지 등 두 차례의 징계처분, 관리자 및 동료 근로자들과의 갈등과 반목, 사측의 L지회 약화를 위한 조직적, 계획적인 부당노동행위 등을 경험하였다. 특히 망인은 대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조합원들과 관리자, 원고 노조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정신적·물리적 충돌을 감내하여야 했을 것으로 보이고, 징계처분 외에 형사절차까지 거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임이 충분히 추단된다.

다)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 자살 원인이 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게 되나, 당해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 참조)고 하더라도, 망인과 함께 L지회에서 주요한 활동을 한 여러 사람이 정신과적 질환으로 요양승인을 받은 점,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이 2016. 7. 29. 원고의 대표이사에게 원고의 J공장과 E공장 소속 전체 근로자에 대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임시건강진단실시명령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당시 원고와 L지회의 노사갈등 상황이 매우 극심하였고, 망인이 겪은 스트레스는 객관적으로 보아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였다고 볼 수 있다.

망인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원고로부터 사실조사를 위한 출석통보를 받았다. 망인의 결근횟수는 2014년부터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그 무렵 실시된 심리치료 상담사의 상담내역, 지인들의 진술서 기재내용에 비추어[앞서 본 노사대립 경위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망인이 처해 있던 객관적인 상황, 망인의 사망 당일 작성된 변사사건발생보고서(을가 제7호증)의 관계인 진술 란에도 망인이 우울증세를 보여 왔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담사의 사후 작성된 상담내역이라거나 망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자들의 진술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내용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고, 달리 위 증거들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망인은 장기간 지속된 노사분규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으로 출근하는 것조차 괴로워하면서 결근횟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근로자들 사이에 망인이 징계해고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주변에서 선처를 구하라는 권유를 받자 망인은 해고처분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 정도를 심하게 느끼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 희망의 상실 등에 억울하다는 분노와 배신감 등 내면의 복잡한 감정이 더해지면서, 앞서 본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됨으로써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및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현실생활의 좌절과 불행에 지친 나머지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자살을 결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라)

이와 같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등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 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망인이 자살 직전 원고의 지배 또는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한편 망인이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료 받은 점에 비추어 망인에게 알코올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원래 술을 잘 못 마시던 망인이 2011년 직장폐쇄 이후 술 마시는 횟수나 주량이 많이 늘었다는 T가 작성한 진술서의 내용, 앞서 본 일련의 노사분규 과정에서 망인이 처했던 상황, 망인이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료 받은 시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알코올성 간염은 오히려 망인의 정신적 고통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하나, 그 자해행위가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에서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제1호),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제2호),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제3호)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시행령 제3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사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는 것은, 어떤 질병의 발병 및 악화에 대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들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상의 지식과 모순되지 않는지 여부를 판정함에 중점을 둔 의미로서, 앞서 든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그 원인이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인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안에 있어, 자문의 Q이 망인에 대하여 그 원인질환을 판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기는 하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는 정신과적 진료와 면담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망인에게 정신과적 진료와 면담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망인이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에게 호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정신과 진료 및 치료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가졌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자문의 Q이 망인에 대하여 직장과 가족 내에서 만성적 스트레스를 호소하였고 우울증과 알코올 문제가 병존하였다고 보인다는 소견도 함께 밝히고 있는 점을 앞서 인정한 사정들과 함께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이상상태, 그리고 사망 사이에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어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양준(재판장) 김선아 최선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