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 9. 5.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D(병합)호 부당전보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전보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E 주식회사(이하 'E'라 하고, 다른 회사도 주식회사의 표시를 생략한다)는 1969. 12. 30. 설립되어 시멘트 제조, 판매업을 영위하던 중 2017. 7.경 동종 영업을 영위하던 F와 합병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원고는 1996. 1. 15. E에 입사하였고, 2015. 5. 21.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참가인 회사 본사 채권관리팀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참가인 회사는 2017. 7.경부터 2018. 1.경까지 회사 내부의 조직을 개편하였고, 그 과정에서 2018. 1. 5. 원고를 강원영업소장으로 전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 '라 한다).
원고는 2018. 3. 2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G/H로 이 사건 전보는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5. 17. '원고가 들고 있는 인사이동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전보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 참가인 회사가 원고를 전보시킬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생활상 불이익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참가인 회사가 원고와 전보에 앞서 미리 협의하지 못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8. 6. 25. 중앙노동위원회에 C/D호로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9. 5.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참가인 회사는 1992. 4. 1.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규정을 제정하였다(이하 각각 '인사이동규정', '인사위원회규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9호증, 을가 제4, 5호증, 을나 제4호증, 을나 제6호증부터 을나 제8호증까지(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2928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결 등 참조). 또한상 불이익이란 경제적 불이익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불이익, 나아가 조합활동상의 불이익까지도 포함한다고 볼 일이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전보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
취업규칙인 인사이동규정에 따르면 과장 이상의 인사이동은 그때까지 근무한 경력 직종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고, 정기인사이동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함에도 이 사건 전보는 위와 같은 내용에 어긋나게 이루어졌다.
참가인 회사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채권관리 업무에 종사하여 온 원고를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강원영업소장으로 배치한 것은 인원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였다거나 경영 목적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영업직으로 근무하면서 개인 차량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증가한 차량유지비를 참가인 회사가 지원하지 않았고, 종전과 달리 장시간 운전하면서 높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노조 대표자임에도 조합 활동을 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이는 등 여러 생활상의 불이익을 겪게 되었다. 절차상으로도 참가인 회사가 원고를 전보시키기에 앞서 원고와 협의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피고와 참가인 회사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전보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건대 인사권에 관한 재량이 적법하게 행사된 것이다.
근로조건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 근로시간, 후생, 해고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하므로 근로자의 대우와 무관하게 인사이동 업무를 수행하는 방침에 지나지 않는 인사이동규정 및 인사위원회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
참가인 회사가 2017. 7.경 E와 F의 합병으로 설립됨에 따라 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생겨 원고가 일하던 채권관리팀은 영업지원팀으로 통합하고, 원고는 강원영업소장으로 근무하게 하였다. 원고가 그동안 채권관리팀장으로서 수행한 업무가 강원영업소장으로서 수행하여야 할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전보로 인하여 원고가 출퇴근하게 된 거리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는 렌터카, 차량운행 보조비, 교통비, 영업접대비 등을 지급받고 있어 경제적 불이익을 겪지 않았다. 원고가 강원영업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노동조합활동이 위축되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참가인 회사가 원고와 이 사건 전보에 앞서 협의하지는 않았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판단
이 사건 전보를 위한 업무상 필요성 여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0호증, 을나 제9호증, 을나 제15호증부터 을나 제19호증까지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 회사가 업무의 능률을 증진하기 위하여 채권관리팀장으로 근무하며 거래처의 미수채권과 담보를 관리하면서 부하 직원들을 통솔한 경험이 있는 원고를 강원영업소장으로 전보할 만한 업무상 필요성이 어느 정도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참가인 회사 설립 과정에서 F는 E를 실사한 다음 체권 관리 업무와 관련하여 '영업활동은 신용조사부터 대금회수까지 프로세스 전체를 일컫는 활동인데, E는 영업사원들이 판매에 집중하고 채권 회수에 관여하지 않는다. 평소 거래처와 직접 접촉하며,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업무에 가장 뛰어난 사람은 담당 영업사원이므로 영업사원이 채권 회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하였다(을나 제9호증 중 4쪽). 참가인 회사가 설립된 후 2017. 12.경 채권관리팀과 영업2팀을 영업지원팀으로 통합하고 영업물류(운송 및 공장관리), 품질보증,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는데(을나 제8호증), 이는 위와 같은 분석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가인 회사 설립 전 F의 채권 관리 부서는 3명의 부서원이 880개 거래처에 대해 약 2,455억 원의 매출채권을 관리하였고, E의 채권 관리 부서는 마찬가지로 3명의 부서원이 146개 거래처에 대해 약 834억 원의 매출채권을 관리하였으므로(을나 제9호증 중 4쪽) 양사의 매출채권 규모와 채권 관리 부서의 업무강도를 비교할 때 합병 이후 양사의 채권 관리 부서원을 일부 전보할 것이 예상되었다.
원고가 전보된 강원영업소장은 신규 거래처를 개발하거나 기존 거래처를 방문하는 등 영업 업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해당 영업소에서 관리하는 거래처에 대한 신용공급 한도를 1차적으로 설정하여 본사에 품의하고, 대금 채권을 회수하거나 이를 확보하기 위한 질권, 근저당권 등의 담보를 관리하며, 총 16명의 소속 직원과 공장 시설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위이다. 그런데 원고가 종전에 맡았던 직책인 채권관리팀장도 거래처별 신용공급 한도를 검토하고, 대금 채권을 회수하거나 이를 확보하기 위한 보증서, 근저당권 등의 담보를 관리하며, 소속 팀원들을 통솔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위이므로 원고는 강원영업소장으로서 수행하여야 할 업무와 같거나 비슷한 분야에 상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뒤에서 보는 대로 인사이동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인사이동규정에서 과장 이상 직급의 직원은 원칙적으로 기존에 담당한 직종의 범위 안에서 인사이동을 하도록 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규정은 그 문언만 보더라도 참가인 회사가 과장 이상 직급의 직원을 전보할 때에는 기존에 담당한 직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하였을 뿐, 다른 직종으로 전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참가인 회사가 원고의 경력과 업무수행능력을 고려하여 비슷한 업무를 맡아 하는 다른 직종의 직위에 전보하더라도 반드시 인사이동규정에 어긋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전보로 인한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 여부
갑 제1, 2, 7, 8호증, 을가 제6호증, 을나 제10호증부터 을나 제14호증까지, 을나 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전보로 원고가 겪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고가 보임된 강원영업소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영업소장 직위에 대하여 그들이 수행하여야 하는 주요 업무 중 영업 직종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거래처 관리(거래처 방문, 신규 거래처 개발) 업무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충북영업소장은 21일, 동부영업소장은 20일, 대전영업소장, 호남영업소장, 충남영업소장은 5일, 경북영업소장은 25일을 소요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나머지 경남영업소장, 대구영업소장 등도 다른 업무 분야와 비교하였을 때 거래처 관리 업무에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을나 제16호증), 앞서 본 대로 원고가 참가인 회사 본사 채권관리팀장으로서 수행하던 업무와 강원영업소장으로서 수행하게 된 업무 사이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22년간 관리·기획 직종에서만 근무하여 온 원고로서는 이처럼 영업 직종의 특성을 강하게 나타내는 강원영업소장의 업무에 적응하는 데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원고의 집에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참가인 회사 본사까지는 거리가 약 39.1km이고, 여주시에 있는 강원영업소까지는 거리가 약 56.5km에 이르므로 이 사건 전보에 따라 원고의 통근 거리가 크게 늘어났다.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전보 이후 원고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매달 80만 원을 지급하고 있고, 2018. 7.경부터는 원고에게 통근을 위한 임대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참가인 회사는 원거리 통근이 어려운 직원에게 5,000만 원의 범위 안에서 임차보증금을 대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원고에게 생기는 생활상 불이익은 앞서 본 대로 업무내용이 크게 달라지고 통근 부담이 가중됨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불이익에 해당하므로 그 성질상 위와 같은 경제적 지원만으로 경감된다고 보기 어렵다.
I노동조합은 2016. 6. 7. E의 사무·관리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J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 한다)를 설치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전보 당시 위 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 사건 지회의 조합원은 2017. 6.경 124명에 이르렀는데, 차츰 감소하여 이 사건 전보가 이루어진 2018. 1.경에는 16명에 그쳤고, 특히 참가인 회사 본사에는 위 지회의 조합원이 남아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지회의 지회장인 원고로서는 탈퇴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다시 가입을 권유하고자 활동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전보로 인하여 참가인 회사 본사를 떠나게 된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조합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으리라고 보인다.
이 사건 전보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
인사이동규정 등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단기준
근로기준법은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근로조건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 무효로 하고 취업규칙의 기준에 따른다고 정한다(제93, 97조).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이는 앞서 본 대로 취업규칙이 한 사업장에서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으로 작동하고, 근로자가 단체로서 행동하여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서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원칙(근로기준법 제4조)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취업규칙은 그 명칭에 구애받지 않고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가리키는데(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참조), 특히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에 포함할 사항으로 '그 밖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을 정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에서 열거한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휴일, 임금, 표창과 제재 등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어느 사업장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내용이라면 그 명칭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달리 어느 사업장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할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취업규칙이 아닌 규범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본다면 앞서 본 취업규칙의 기능과 그 변경에 관한 법리가 형해화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근로조건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임금, 근로시간, 후생, 해고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하는데(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9210 판결 등 참조), 근무지와 부서를 변경하는 전보는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내용, 근로를 제공할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는 조치이므로 전보에 관한 사항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할 수 있는 전보, 전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요건과 절차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해당 사업장에서 일반 준칙으로 적용하도록 예정하고 있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을나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 회사는 서울에 있는 본사, 북부영업소, 남부영업소 및 비교적 가까운 여주시에 있는 동부영업소, 강원영업소 이외에도 대전, 김해시, 보령시, 전주시, 충북 단양군, 경북 영천군, 칠곡군 등 전국 각지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참가인 회사가 원거리 통근이 어려운 직원에게 임차보증금을 대여하는 규정을 둔 사실, 인사이동규정에서 과장 이상 직급의 직원은 원칙적으로 기존에 담당한 직종의 범위 안에서 인사이동을 하도록 정하고, 정기인사이동은 소속부서의 요청 또는 인사부서의 제안에 따라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여야 한다고 정한 사실, 인사위원회 규정에서 인사위원회가 직원의 정기적인 승진 및 부서배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고 정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 회사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들에게 업무상 필요성을 고려하여 통근이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근무지로 전보할 경우가 있고, 그와 같은 전보는 해당 근로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리라는 점을 고려하여 전보의 요건과 절차에 관한 내용을 통일적으로 적용하고자 일반 준칙으로서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규정을 제정하였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와 참가인 회사가 들고 있는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9210 판결은 정원표에서 정하고 있는 회사의 조직과 근로자들의 배치에 관한 사항이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일 뿐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포괄적으로 열거한 내용이 아니므로 위와 같이 보더라도 그 판시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 사건 전보가 인사이동규정 등에 어긋나는지 여부
취업규칙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내린 징계처분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단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취업규칙에 정해진 내용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징계절차를 운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상당한 기간 그 합의에 따라 징계절차가 운영되어 왔고, 이에 대하여 근로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그와 같은 징계절차에 따라 내린 징계처분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더라도 효력을 부인할 수 없을 뿐이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두760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할 수 있는 전보, 전직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원용될 수 있다. 따라서 취업규칙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한 전보는 사용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로서 인사권이 남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그 절차의 준수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앞서 든 증거, 특히 을나 제4, 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 회사는 원고를 강원영업소장으로 전보하면서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전혀 따르지 아니하는 등 전보를 위하여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 회사가 2017. 12.경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이에 맞추어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 승진, 전보, 계열사전출·파견, 퇴직 등의 인사조치를 내렸으므로 이 사건 전보는 인사이동규정에서 말하는 정기인사이동으로 보인다.
정기인사이동을 위하여는 인사이동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 사건 전보 과정에서는 그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더구나 인사이동규정에서 과장 이상 직급의 직원은 기존에 담당한 직종의 범위 안에서 전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달리 예외적으로 다른 직종으로 전보할 때에는 그 원인이 되는 업무상 필요와 그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을 더욱 면밀히 고려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이 정한 전보 절차에 관한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신의칙상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협의절차를 거칠 것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전보에 앞서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았고, 그가 속한 노동조합과 협의를 하지도 않았다.
인사이동규정이나 인사위원회규정 중 전보에 관한 부분이 사문화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소결론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원고가 겪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참가인 회사가 취업규칙인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규정이 정한 절차를 전혀 따르지 아니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전보는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인사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각주1) 전자소송기록에 표시된 쪽수를 말한다. 이하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