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7. 22. 선고 2019구합6079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8. 7.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D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부동산 매매 및 분양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 A은 2018. 1. 5., 원고 B은 2018. 2. 6 각 참가인과 사이에 ‘업무위탁 계약’이라는 제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참가인의 영업부 담당자로서 부동산 판매 영업 업무를 하였다.

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참가인이 요구할 경우 원고들은 이 계약에 따른 진행사항을 참가인이 요구하

다.

원고들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

라.

참가인은 2018. 11. 8.경 원고들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해고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고 한다)를 보냈다.

마.

원고들은 이 사건 통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9. 3. 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F, G(병합)},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5. 3. ‘원고들은 참가인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바.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2019. 6. 5.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D),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8. 7.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성

가.

원고들이 참가인의 근로자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②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③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④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⑤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⑥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⑦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⑧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⑨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⑩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⑪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2)

판 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1, 2, 4, 7 내지 10, 12, 15, 19, 22, 31, 34, 35, 38, 41, 42호증, 을가 제1,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참가인의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가)

참가인은 원고들의 근무장소를 서울 도봉구 H건물, 4층 소재 사무실로 지정하였다(갑 제5호증). 원고들이 사무실 밖으로 출장 또는 외출을 할 때에는 참가인에게 외출신청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였다(갑 제8호증).

나)

참가인은 원고들의 근무일 및 근무시간도 지정하였다. 즉, 참가인이 원고 B을 비롯한 영업부 담당자를 모집할 때 냈던 채용공고에는 근무요일 및 근무시간이 ‘주 5일(월~금) 09:30~17:00’으로 기재되어 있고(갑 제4호증), 참가인도 원고들의 원칙적인 업무시간을 10:00~17:00으로 정하였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갑 제41호증 제7쪽, 참가인 2019. 12. 9.자 준비서면 제3쪽).

또한 참가인은 원고들이 사무실에 나올 때마다 출근부에 서명하도록 하였고,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결근계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며(갑 제8호증), 석회(저녁 회의)가 있는 날에는 미리 영업부 담당자들에게 ‘개인적인 저녁 약속을 오후 6시 뒤로 정하라’라고 공지하는 등 개별적인 상황에 맞추어 업무시간을 통제하기도 하였다(갑 제31호증).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원고들이 사무실에 출석하지 않은 만큼 위탁수수료가 감액될 뿐이지, 불출석에 따른 별도의 불이익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참가인이 원고들에게 출근부 및 결근계 작성을 요구한 것도 단지 위탁수수료를 산정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가인은 영업부 담당자들이 사무실에 불출석할 때마다 1일당 벌금 50,000원을 별도로 징수하였고(갑 제10호증), 나아가 3회 불출석 시에는 퇴사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고하였다(갑 제15호증). 사무실 출석 횟수와 판매실적이 반드시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참가인의 일률적인 조치는 사실상 원고들에게 출근의무의 이행을 강제한 것이라 보인다.

다)

참가인은 원고들에게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하여 일일 업무일지를 작성하여 보고하도록 하였다(갑 제2호증의 2 제13쪽, 갑 제9호증). 물론 위임계약의 수임인도 위 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 것이기는 하나(민법 제683조), 참가인은 원고들이 진행하는 개별 업무의 개수, 규모, 난이도, 중요도, 진척 정도 등을 불문하고 원고들에게 1일 단위로 정기적인 보고를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단순히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원고들의 업무 수행을 지속적으로 감독’한 것으로 보인다.

라)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참가인은 원고들에게 부동산 판매에 관한 업무 일체를 위임한 것으로 보이나, 정작 참가인은 원고들에게 판매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주소지를 동 단위까지만 알려 주고 그 이하의 지번은 가르쳐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갑 제14호증).

그렇다면 원고들로서는 필연적으로 고객들에게 판매 대상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 일대의 개략적이고 원론적인 장점만 알려 줄 수 있을 뿐, 그 부동산 자체의 구체적인 특징까지 분석하여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판매 대상 부동산의 지번을 알고 있는 본부장이나 상무급의 고위 직원들이 고객들에 대한 상세 브리핑을 전담하는 한편(갑 제41호증 제4쪽, 갑 제42호증), 그에 앞서 원고들은 참가인이 제공한 시나리오(갑 제12호증)의 내용대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참가인의 영업을 홍보하고, 고객들로 하여금 참가인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상세브리핑을 듣도록 유도하는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인다.

마)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원고들이 고객들을 모집할 때 전화통화 뿐 아니라 블로그, SNS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으므로, 업무 수행에 상당한 재량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3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들에게 블로그에 게시하는 광고문의 내용 및 게시 시점, 순서까지 지시하였다. 참가인은 위와 같은 지시는 부동산 판매와 관련된 법적 분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취지로 해명하나, 위 갑 제34호증에 기재된 지시를 불이행하였을 때 어떠한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주장하거나 증명한 바 없다.

더구나 참가인은 소위 ‘집중업무시간’이라는 제도를 두어 원고들로 하여금 매일 5차례(10:30~11:00, 11:30~12:00, 14:00~14:30, 15:00~15:30, 16:00~16:30)에 걸쳐 기립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는바(갑 제7호증), 이렇듯 원고들은 업무 수행 방식의 재량을 논하기에 앞서 특정 근무 시간 중의 신체 동작조차도 제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

참가인은, 원고 A은 팀장의 지위에 있던 사람으로서 제3자를 팀원으로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었고, 실제로 원고 B을 자신의 팀원으로 모집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 A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A이 팀원들에게 자신의 계산으로 임금을 지급하였다거나, 팀원들이 팀장의 업무를 대체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A에게 팀원 모집 권한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A을 참가인으로부터 독립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참가인은 이 사건 통지에서 원고 A에 대한 해고사유로 ‘직원 충원 태만’을 들고 있는바(갑 제1호증의 1), 팀장의 팀원 모집은 권한이라기보다 의무에 가깝다고 보인다.

사)

이 사건 계약 기간 동안 원고 A은 매달 세전 245만 원, 원고 B은 매달 세전 170만 원 가량에서 각 결근일수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한 금원을 지급받았다(갑 제2호증의 2 제12쪽, 제15, 19호증, 을가 제1호증). 위 금원은 판매실적의 증감과는 무관하게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액수가 산정된 것이므로, 근로의 대가인 보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위 금원은 원고들과 사이에 별도로 체결한 ‘업무위탁비용에 관한 약정’(을가 제4호증)에 따른 ‘영업지원비’로서 원고들의 위탁 영업비용을 보전해 준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반박하나, 위 약정상의 ‘영업지원비’는 ‘영업 수행시 발생하는 비용에 비례하여 비용 발생 시점마다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것’인데, 반면에 원고들에게 지급된 위 금원은 개개의 비용이 발생된 시점과 액수와는 관련 없이 매일 일정한 금액으로 분할하여 지급된 것이라 보이므로(갑 제15호증, 제19호증 제2쪽), 참가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

참가인은 또, 원고들은 위 기본급과는 별개로 부동산 계약 체결 건수마다 부동산의 계약 대금에 수수료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았는데, 위 성과급의 액수가 기본급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아 원고들은 근로에 대한 보수를 받은 것이 아니라 업무의 결과에 따라 이윤을 창출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기본급과 근로 사이의 대가관계가 변경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원고들이 받는 성과급의 액수는 ① 부동산 계약 체결 건수 ② 부동산의 계약 대금 ③ 수수료율의 3가지 요인으로 결정되는데, 그중 원고들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부동산 계약 체결 건수에 불과하였다는 점에서도(갑 제2호증의 2 제12쪽, 제41호증 제6쪽), 원고들이 여느 사업자처럼 이윤을 조절하거나 창출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자)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들은 매일 참가인의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보고를 하여야 하는 등으로 일과 시간 동안 참가인에 전속되어 있었다고 보이고, 이와 달리 원고들이 겸업을 하였거나, 실질적으로 겸업이 가능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계약 기간 동안 참가인 뿐 아니라 I 주식회사로부터도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점을 들어 원고들이 특정 회사에 전속되어 있지 않았다고 보았으나, 갑 제22, 35, 38, 4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과 I 주식회사는 법인별 매출액을 분산시켜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들로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업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가 들고 있는 근거로는 원고들의 전속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차)

이 사건 통지는 참가인이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목적으로 원고들에게 보낸 것인데 그 제목이 다름 아닌 ‘해고통지서’이다.

더욱이 위 ‘해고통지서’는 근거 조항으로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7조’를 적시하여 해고의 예고통지와 해고사유 등의 통지를 겸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위 근거 조항의 취지에 맞추어 원고들의 해고일자로부터 30일 전에 서면으로 작성하여 발송된 것이고, 해고사유로 ‘근무 태도 불량, 복장 불량, 타 부서와의 분란’ 등을 들고 있기도 하다.

즉, 위 ‘해고통지서’의 형식과 내용 및 발송 시점에서 ‘원고들은 실적을 올리는 것 뿐 아니라 사내 규율과 질서에 따라야 할 의무까지 있고, 그 대신 계약의 해소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의 두터운 보호를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참가인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보인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법무사의 잘못된 조언으로 인하여 참가인의 진의와는 다르게 ‘위탁계약 해지 통보’가 아닌 ‘해고통지서’를 작성하여 보낸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러한 주장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카)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은 근로계약이라 보임에도, 이와 달리 참가인은 ‘업무위탁 계약서’라는 제목 하의 계약서 양식을 미리 준비하여 원고들의 서명날인을 받는 방식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렇다면 설령 원고들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다거나, 원고들이 소위 4대 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 역시 참가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한 것일 여지가 크므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나.

이 사건 통지의 성격

이 사건 통지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해고통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실질적으로도 참가인이 근로자인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통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

이 사건 통지에서 주요한 해고사유로 내세운 ‘영업장 내 소란 및 난동 사실’은 원고들이 일관하여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참가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제3의 목격자나 참가인 사무실에 설치된 cctv(갑 제7호증) 영상 등의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된 바 없고, 그 밖의 해고사유들도 이를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로써 원고들을 해고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통지는 참가인이 원고들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종료시킨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 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