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5. 17. 선고 2021구단395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8. 4. 24.부터 화성시 B에 있는 C 주식회사의 FAB 건설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지게차 유도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8. 6. 23.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 중 관리자로부터 욕설을 듣고 손가락으로 가슴을 찔리는 폭행을 당하였다면서 위 관리자를 경찰에 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고사건’이라 한다). 나. 원고는 2018. 7. 25. D병원에서 ‘화병,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경추통 경추부’(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았다. 원고는 2019. 2. 26. 피고에게 이 사건 신고사건에 관하여 사업주에게 항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 조절 곤란 등을 겪고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으므로 위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0. 1. 23. 원고의 신경장애 등 취약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신고사건에서 원고가 받은 대우는 가벼운 신체접촉과 질책 정도로서 일시적으로 기분에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하여 정신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지속성과 강도에 이르지는 않아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에 관하여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6. 5. 기각되었고, 2020. 6. 30.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11. 18. 청구기각의 재결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8,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후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던 중 관리자로부터 무전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가락으로 가슴을 찔리는 폭행을 당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급격하게 혈압이 상승하였고, 결국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되었다. 원고는 위와 같은 사건을 겪기 이전에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질환에 걸린 적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이 사건 신고사건으로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평소 신경장애로 높은 긴장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상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니 위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참조).

라.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2, 5, 6, 7, 9 내지 14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 F병원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원고가 받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이 사건 신고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1)

원고는 평소 이 사건 사업장에서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대우를 받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의 주관적인 호소 이외에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자료는 없다. 피고의 재해조사 당시 이 사건 사업장의 현장소장은 원고가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한 내용과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은 없었으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 외적인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사건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2)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는 이 사건 신고사건에 관하여 원고가 신고한 관리자에 대하여 증거불충분(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그 불기소이유는, 원고가 고소장에서는 ‘어깨를 툭툭 치며 특유의 으름장을 주었다’고 하였다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가슴을 손가락으로 2~3회 찔렀다’라고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였는데, 위 관리자는 무전기를 가슴에 부착하고 잘 들으라는 뜻에서 가슴에 무전기를 가져다 댄 것일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위와 같은 원고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만으로 위 관리자가 폭행의 범의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인지 이를 분명하게 인정할 수 없고, 그 밖에 원고의 진술 이외에는 이 사건 신고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원고는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하였으나 2018. 9. 21. 항고기 각 결정을 받았고, 다시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2019. 1. 2.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신고사건 당시 위 관리자가 원고에게 한 행위가 급격하게 혈압을 상승시킬 정도의 폭행이나 강한 유형력의 행사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이 사건 신고사건 발생 당시 원고의 신체에 다소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일시적인 혈압 상승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높은 혈압이 유지되고 그로 인하여 어떤 이상 증상을 동반하는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할 정도의 강한 충격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3)

스트레스 상황은 개인마다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므로, 그로 인한 혈압 상승의 정도도 다르게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법원 감정의(E병원)는 1회의 신체접촉이나 질책으로 일시적으로 올라간 혈압이 지속적으로 고혈압으로 유지되는 것은 의학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이 사건 신고사건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될 수 있으나 이 사건 상병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소견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로 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밝힌 의학적 소견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또 다른 이 법원 감정의(F병원)도 이 사건 신고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교감신경이 흥분하여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나, 그 혈압상승은 지속적인 본태성 고혈압으로서 ‘질병’인 이 사건 상병과는 다른 것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62, 67619 판결 등 참조), 위 감정의의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 이를 뒤집을 만한 다른 자료는 없다.

4)

원고는 2011. 9. 30.부터 2014. 5. 27.까지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기타 반응’이라는 진단명으로 치료를 받은 내역이 있고, 이에 관하여 원고도 평소 신경장애로 인하여 높은 긴장상태에 있고 스트레스에 취약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다. 이 법원 감정의(F병원)도 이 사건 신고사건 자체가 적응장애로 분류할 수 있는 ‘화병’의 원인은 될 수 없더라도, 그것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적응장애 증상이 발생하거나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원고의 위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취약성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신고사건의 발생과 그 이후에 발생한 상황을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인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발단이 된 이 사건 신고사건 자체가 업무상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질병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5)

이 사건 신고사건 이전에 원고가 이 사건 상병으로 치료받은 이력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30% 이상이 고혈압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약 90%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으로서 단일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가장 흔한 원인은 유전적 요인을 비롯하여 노화, 비만, 식습관, 스트레스가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도 이 사건 신고사건이 아니라 보다 흔한 원인으로 알려진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