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1. 5. 24.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2004. 3.경부터 다수의 건설현장에서 근무하였고, 2020. 1. 2.부터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미장작업을 수행한 근로자로서, 2020. 7. 20. 08:00경 출근하기 위하여 식사를 하던 중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뇌경색, 뇌내출혈, 좌측 편마비, 기타 섬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1. 5. 24.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 등에 근거하여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3호증, 을 제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은 근로계약서상의 07:00~16:00보다 1~2시간씩 더 길었으므로 06:00~18:00로 하여 계산할 경우 발병 1주간 업무시간은 44시간, 발병 전 4주간 1주평균 업무시간은 35시간 45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이며, 작업복과 안전구를 착용하고 벗은 최종시간까지 고려하면 더 길다. 또한 이 사건 상병 발병일 1주 전부터는 직전 2주 근무시간(1주 평균 22시간)보다 약 200% 증가한 1주 평균 44시간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점심도 간단히 빨리 먹고 곧바로 다시 근무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휴게시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휴게 공간 또한 열악하였다.
이에 더하여 미장공은 업무강도가 높은 업무인데다가 높은 곳에 발을 딛고 장시간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므로 추락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정신적 긴장도 높은 업무에 속하는 점, ② 업무의 특성상 외부 온도변화에 그대로 노출되며 공사 현장 내 소음에도 상시 노출되는데 이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요인인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1주일 전쯤 다른 현장에서 미장 업무를 돕던 중 3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미장공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판단
관계 법령 및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는 한편, 그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 중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은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이라는 표제하에 제1항에서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별표 5의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속하는 질병에 걸린 경우 다음 각 호의 요건 모두에 해당하면 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는 한편, 그 각 호에 해당하는 요건으로서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제1호),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제2호),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제3호)을 각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 [별표 5]는 '1. 업무상 질병의 범위' 중 하나로 '사.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별표 3과 같다.'고 규정하고, 같은 시행령 [별표 3]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위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1호 다목의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구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55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고시는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에 대한 내부적인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 · 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에 해당하므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호증 내지 제15호증, 을 제1, 2, 5, 6, 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회신 결과, 증인 E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여러 업무부담 가중요인들로 인한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자연경과 이상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이 법원 감정의는 아래와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근로시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지침에서 정하는 과로기준을 충족하지는 않지만, 미장공이라는 원고의 업무 특성상 기상의 영향 및 공사의 진척도에 따라 업무의 수행 시기가 달라지므로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근로시간 변동성이 큰 점이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높은 신체노동 강도와 불편한 자세, 소음환경, 하절기 고온 상황에 노출되는 건설현장의 옥외노동환경 역시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해당하며, 특히 원고가 발병 1주 전 추락사고를 경험하여 그로 인한 정신적 긴장상태에 있었던 점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고, 원고의 주치의 소견도 이와 같은 취지이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일 무렵 겪었다고 주장하는 추락사고는 G마취통증의학과의원의 2020. 7. 8.자 진료기록에 나타나는 '허리 통증. 금일 현장에서 뛰어내린 이후로 아프다.'라는 기재 및 F한의원의 2020. 7. 13.자 진료기록에 나타나는 '지난주 수요일(5일 전) 3m 높이에서 뛰어내린 후 양쪽 허리 요방형근 통증. 굴신이나 동작은 큰 이상 무. 발바닥 아프시다고 함'이라는 부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2020. 7. 8.에 원고가 공사현장에서 근무하였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추락사고가 아니라 원고가 뛰어내린 정도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고려할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진료기록의 기재 내용 및 원고가 2020. 7. 8. 김포 공사현장 일을 소개해준 H과 2020. 7. 7. 및 2020. 7. 8.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 의하면, 원고가 2020. 7. 7. H으로부터 김포 공사현장 주소(김포시 I)를 전달받은 사실, 원고가 2020. 7. 8. 위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15:22경 H에게 '일도 못하고 일당도 너무 많이 챙겨줘서 고맙고 미안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 이에 H이 원고에게 '물리치료 잘 하시고 빠른 쾌유를 빌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2020. 7. 8. 김포에 있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떨어져 다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되고, 진료기록에 '뛰어내렸다'고 기재되어 있는 것은 원고가 성인 키 이상 높이의 피티아시바라는 기구 위에서 일을 하다가 발판을 헛디뎌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피티아시바 아래로 뛰어내렸다는 의미로 보이므로, 평온한 상태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경우와는 다르고 오히려 추락사고에 가까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을 만한 사고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법원 감정의 소견과 같이 이 사건 상병 발병일로부터 약 12일 전에 발생한 피티아시바에서 떨어지는 사고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서 원고에게 업무수행 시 정신적 긴장을 증가시킨 사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원고와 함께 근무한 미장공이자 작업반장이었던 증인 E의 증언 및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제출한 원고에 대한 근무내역 조사표와 원고의 근로계약서 등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계약상 원고의 기본 근로시간은 07:00부터 16:00까지 주 5일, 휴게시간 1시간 50분(점심시간 50분, 오전 휴식 30분, 오후 휴식 30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업무의 지연이나 마무리작업 등으로 1~2시간 정도 연장근로를 한 날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의 주장에 따라 근로시간을 06:00~18:00로 인정하더라도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44시간,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5시간 45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이어서 이 사건 고시에서 일응의 만성과로 기준으로 정하는 52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발병 2주전 1주 근무시간인 22시간이 예외적으로 적은 것이었기 때문에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44시간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단기과로를 인정하기도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원고의 근무시간만으로는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일응의 과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수행한 '미장공'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이 사건 고시에서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정하고 있는 다수의 요인들-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더위,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업무부담 가중요인까지 충분히 고려하면 원고에게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과로와 스트레스가 인정되고,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원고의 나이가 60세에 가까웠으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볼 만한 개인적인 소인이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는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앞서 살핀 이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도 이와 같고, 그 소견을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선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