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3. 30. 선고 2021구합487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및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B, 이하 상호 변경 전후를 통틀어 '원고'라고만 한다)는 1997. 11. 1. 설립되어 상시 100여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택시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던 법인으로, 2022. 4. 15. E협동조합과 사이에 택시자동차 운수사업 면허와 택시 105대 등 원고의 자산 일체를 위 협동조합에게 대금 5,775,000,000원에 양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양수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용인시는 2022. 6. 2. 원고와 위 협동조합에게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관하여 '일반택시운송사업 전부 양도·양수 신고'를 수리하였음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22. 7. 4. 법인등기부등본의 목적사업 중 "1. 택시자동차 운송사업"과 "2. 자동차 정비사업"을 삭제하였으며, 2022. 11. 14. 상호를 주식회사 B에서 주식회사 A로 변경하는 등기를 마쳤다.

다.

C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은 전국의 택시산업 종사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2000. 5. 8. 설립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 수는 60,000명이다. 이 사건 노조는 2020. 8. 12. 원고에 F분회(이하 '이 사건 분회'라 한다)를 결성하였고<1> 분회원 수는 약 80명이다.

라.

한편, 이 사건 분회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 일부는 2021. 3. 22. 기업단위 노동조합인 G노동조합(이하 '신설 노조'라 한다)을 새로 설립하였다.

마.

원고 회사의 본관 건물은 총 3층인데, 승무지원센터로 사용되는 1층에는 휴게실과 노동조합 사무실이 있다. 원고는 2020. 12. 7. 당시 이 사건 분회가 사용하고 있던 본관 1층의 노동조합 사무실(이하 '이 사건 사무실'이라 한다)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폐쇄하였다가 2021. 3. 23. 신설 노조에게 위 사무실을 제공하였다.

바.

이 사건 노조는 원고의 위와 같은 사무실 제공행위 등이 이 사건 노조의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1. 4. 23.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6. 17. '원고가 2021. 3. 23.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폐쇄하였던 이 사건 분회의 노동조합 사무실을 2021. 3. 22. 설립된 신설 노조에게 제공한 것은 사무실의 제공 여부로 노동조합의 운영을 지배·개입하려는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하고, 원고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구제명령에 관한 공고문을 사내 게시판에 20일간 게시하라.'라고 판정하면서 이 사건 노조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I).

사.

원고는 2021. 7. 20. 위 초심판정을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같은 달 3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0. 8.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2021. 11. 9. 이 사건 재심판정을 송달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7, 9, 10, 11호증, 을 제2호증의 1,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원고는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한 후 택시자동차 운송사업과 자동차 정비사업을 목적사업에서 삭제하는 변경등기를 하였고 현재는 부동산매매·임대업만을 영위하고 있는바, 사실상 위 사업이 폐지된 상태로서 이 사건 노조가 복귀할 사업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노조의 구제신청은 구제실익이 없다.<2>

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게 있는데, 원고가 이 사건 사무실을 신설 노조에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 노조의 조직 또는 운영이나 활동을 지배·개입하였다거나 그러한 의사로 신설 노조에게 이 사건 사무실을 제공하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구제이익의 존부

구제이익은 이 사건 재심판정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두1124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2022. 4. 15. 이 사건 양수도계약 체결하고 같은 해 7. 4. 원고의 목적사업에서 택시자동차 운송사업과 자동차 정비사업을 삭제하는 변경등기를 마침으로써 위 사업을 사실상 폐지한 것은 이 사건 재심판정일인 2021. 10. 8. 이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 당시로서는 이 사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그 구제이익이 존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사무실 제공행위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 제4호 본문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지배'라 함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 등과 같은 단결활동에 사용자가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것을 말하고, '개입'은 이러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자율적인 조직·운영에 대한 간섭행위, 조합활동에 대한 방해행위와 조합 탈퇴 및 분열 조장 등은 물론,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운영을 위한 활동에 대하여 행하는 일체의 단결권 침해·간섭·방해를 말한다.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가 있을 경우,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장소, 그 내용, 방법,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 한편, 그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까지 발생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388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아래 사실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된다.

가)

원고는 2020. 12. 4.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감염 방지를 위해 회사 사무실과 승무지원센터의 출입을 폐쇄한다.'고 공고하였다. 이에 이 사건 분회는 2020. 12. 5. 원고에게 '사전 조치 없이 이 사건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는 행위는 이 사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즉각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나)

그럼에도 원고는 2020. 12. 7. 이 사건 사무실을 포함하여 본관 건물 1, 2층을 폐쇄하였고, 그 후 이 사건 분회는 본관 건물 앞 야적장에 있는 컨테이너를 노동조합의 사무실로 사용하였다. 한편, 원고는 신설 노조가 설립된 다음날인 2021. 3. 23. 그 동안 폐쇄하였던 이 사건 사무실을 신설 노조에게 노동조합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였다(이하 위 일련의 경과를 '이 사건 사무실 제공행위'라 한다). 이에 이 사건 분회는 2021. 3. 29. 원고에게 '코로나19를 핑계로 이 사건 분회로 하여금 사무실을 이전하게 만들고, 신설 노조가 설립된 직후 신설 노조에게 이 사건 사무실을 지원한 행위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이를 즉각 철회하고 이 사건 사무실을 이 사건 분회에게 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다)

한편, 신설 노조는 2021. 4. 2. 원고에게 교섭요구를 하였고 원고가 그 사실을 공고하자, 이 사건 노조도 2021. 4. 7. 원고에게 교섭요구를 하여 2021년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되었으며, 원고는 2021. 4. 9. 이 사건 분회 및 신설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공고하였다.

라)

그 후 원고는 2021. 4. 13. 이 사건 분회와 신설 노조에게 개별교섭을 통보하였는데, 이 사건 노조는 2021. 4. 30. 원고에게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이라고 통지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공고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1. 4. 30. '이 사건 노조와 정상적인 교섭을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최근 설립된 신설 노조와 합리적인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급한 현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고하였다.

3)

구체적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위 인정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사무실 제공행위는 이 사건 노조의 자율적인 조직 또는 운영 및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으로서 노동조합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도 추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원고의 이 사건 사무실 제공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분회는 기존에 이 사건 노조가 5년 동안 사용하여 오던 이 사건 사무실 대신 본관 앞 주차장 한켠에서 창고용으로 쓰던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노동조합 사무실은 조합원 교육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규 조합원 모집과 조합원 상담 등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하여 필수적인 공간이므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바(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무실과 위 컨테이너는 그 물리적·심리적 접근 가능성과 용이성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노조와 신설 노조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그 결과 이 사건 노조에서 탈퇴한 후 신설 노조에 가입하는 직원들이 나타날 가능성 등 이 사건 노조의 단결권과 노동조합 활동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신설 노조에게는 이 사건 사무실 중 칸막이로 분할한 일부 공간만을 제공하여 그 크기(가로 2.5m×세로 6m)가 이 사건 분회가 사용하는 컨테이너의 크기(가로 3m×세로 6m)보다도 작고, 그 사용시간도 14:00부터 17:00까지 3시간으로 제한하여 한시적으로 제공한 것이므로, 이 사건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사무실과 대조되는 컨테이너의 위치 및 본래 기능, 그에 따른 물리적·심리적 접근 가능성 및 심리적·감정적 괴리 내지 거부감으로 인한 차별점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나)

나아가 원고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이유로 폐쇄하였던 이 사건 사무실을 신설 노조에게 제공함에 있어, 이 사건 노조 또는 분회에게 그 이유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해주었다거나 그로부터 의견을 청취·수렴하는 등 협의를 시도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총회·대의원회 개최, 노동조합 방침의 결정 및 홍보활동, 조합원 모집활동, 조합원 교육 및 참여, 회사 시설물 이용 등이 포함되는데 사업장 내에서 근무시간 중에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사건 분회의 조합원 수는 약 80여명인 반면 신설 노조의 조합원 수는 20명 안팎에 불과한데, 80여명의 조합원이 사용하는 컨테이너의 크기(가로 3m×세로 6m)가 21명의 조합원이 사용하는 이 사건 사무실의 크기(가로 2.5m×세로 6m)와 별반 차이가 없는 점만 보더라도, 그러한 컨테이너가 온전한 노동조합 사무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고는 기존에 5년 동안 이 사건 사무실을 사용하여 온 이 사건 노조 또는 분회로부터 어떠한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신설 노조에게 이 사건 사무실을 제공하였다.

다)

또한 원고는 신설 노조가 설립된 2021. 3. 22.보다도 전인 2021. 3. 19. 신설 노조의 요구에 따라 신설 노조가 이 사건 사무실에서 사용할 책상, 원형 테이블, 유리장 등의 제반 집기류를 구입하여 제공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신설 노조에게 이 사건 사무실을 제공한 것이 이 사건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의도로 이루어진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한편,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9조의2, 동법 시행령 제14조의2 내지 14조의10의 규정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복수의 노동조합이 허용되는 현행 노동조합법 체계 하에서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합리적으로 조정·제한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성격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에 비추어 보건대, 신설 노조가 2021. 4. 2. 원고에게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었고, 이 사건 노조가 2021. 4. 30. 원고에게 발송한 공문(을 제5호증의 6)에 의하면 신설 노조와 사이에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할 수 없자 이 사건 노조가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임을 원고에게 통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강행규정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위반<3>하여 이 사건 노조가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공고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노조와는 정상적인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노조가 아닌 신설 노조와 시급한 현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는 공고문을 게시하였다. 더욱이 원고가 게시한 공고문의 내용(을 제5호증의 7)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할 객관적·합리적인 사유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은 앞서 본 각 사실 및 사정들과 더불어 이 사건 사무실 제공행위가 이 사건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의도로 이루어진 부당노동행위임을 추단할 수 있게 해 주는 정황에 해당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변이섭 심용아

각주1) 당초 기업단위 노동조합인 ‘H 노동조합’으로 2008. 7. 16. 설립되었는데 2020. 8. 12. 이 사건 분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다.

각주2) 재심판정의 구제이익 존부는 이 사건 소의 이익과도 관련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를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사유로 주장하고 있으므로(원고는 제2회 변론기일에서 ‘2023. 3. 15.자 준비서면의 소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은 이 사건 노조의 구제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진술하였다), 그와 같은 전제에서 살펴본다.

각주3)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1, 2항에 의하면,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할 수 없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확인하는 기준일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이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기한 만료일부터 5일 이내에 사용자에게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고, 이에 사용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5일간 그 내용을 공고하여야 한다. 과반수 여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는 노동조합은 위 공고기간 내에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여야 하고,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그 과반수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