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 12. 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B 주식회사 단체협약의 해석에 대한 견해 제시 재심요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결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결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9. 9. 1. 설립되어 상시 약 9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알루미늄 제품 개발,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1995. 7. 15.<1> 참가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는 약 580명이고, 상급단체는 D연맹이다.
원고의 조합원인 E은 2021. 2.경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2020년 단체협약 제44조 제1항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지급조항'이라 한다)을 근거로 참가인에게 6년제 대학인 F대학교 한의학과에 재학 중인 자녀에 대한 9학기 등록금 지급을 신청하였으나, 참가인은 8학기를 초과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지급거부'라 한다).
원고와 참가인은 2021. 3. 3.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지급조항의 대학생자녀에 대한 '등록금 전액'의 지급 기간에 관한 견해제시를 요청하였고(G),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4. 1. "이 사건 지급조항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전액'의 지급기간이 최대 8학기까지로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결정'이라 한다).
이에 참가인이 불복하여 2021. 5. 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6. 7. 이 사건 초심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지급조항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전액'의 지급 기간은 최대 8학기까지로 제한된다고 해석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결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지급조항은 원고의 조합원에게 대학생 자녀 1명 또는 2명에 대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간 제한에 관하여는 어떠한 내용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 ① 원고와 참가인이 등록금 지급대상을 1999년 단체협약에서는 '국내 4년제 정규대학'으로 명시하였다가 2002년 단체협약부터 '대학'으로 변경한 것은 6년제도 포함하려는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② 원고와 참가인은 단체협약 개정 시마다 근속연수나 성적 등 등록금 지급요건을 상세하게 수정·증보하면서도 기간 제한 규정은 전혀 두지 않은 점, ③ 원고는 2019. 2. 참가인의 '직원 자녀 학비보조금 지급 기준'에 8학기 제한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는 위 조항이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기에 효력이 없음을 나타낸다는 점, ④ 따라서 위 조항과 같은 내용의 노동관행이 성립되었다고 볼 여지는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지급조항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지급 기간이 8학기까지로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인정사실
참가인은 서울(본사)과 영주(공장), 울산(공장)에 사업장을 두고 있고, 서울(본사)에는 일반직 근로자들이, 영주(공장)와 울산(공장)에는 일반직과 기능직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원고는 모두 영주(공장)와 울산(공장) 사업장 내 기능직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인의 주요 연혁은 다음과 같다.
I이 알루미늄 사업부를 분리하여 참가인이 설립되기 전인 1996. 7. 27. I은 원고의 전신인 J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중 등록금 지급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참가인은 1999. 9. 1. 설립되었고, 원고와 참가인은 1999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등록금 지급 조항(이하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지급조항과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지급조항'이라 한다)을 최초로 제정한 이래 다음과 같이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을 이 사건 지급조항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개정해왔다.
한편,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중 자녀의 5·6년제 대학 재학, 재입학 및 편입학 등에 따른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이 발생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참가인은 이 사건 각 지급조항과 별개로, 장학금 지급 및 운영을 위한 세부 기준으로 2004. 10. 1. 서울(본사)의 일반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 지침'(이하 '2004. 10. 1.자 지급기준'이라 한다)을, 2006. 9. 1. 울산(공장)의 기능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원 자녀 교육비 지급 규정'(이하 '2006. 9. 1.자 지급기준'이라 한다)을, 2012. 1. 1. 전 일반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 직원 자녀학비 보조금 지급 규정'(이하 '2012. 1. 1.자 지급기준'이라 하고, 2004. 10. 1.자 지급기준, 2006. 9. 1.자 지급기준과 통칭하여 '이 사건 기존 지급기준'이라 한다)을, 2018. 12. 1.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직원 자녀 학비보조금 지급 기준'(이하 '이 사건 지급기준'이라 하고, 이 사건 기존 지급기준과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이라 한다)을 각 제정·시행하였다. 이 사건 각 지급기준에는 "본 장학금은 8학기를 한도로 지급한다." 내지 "전문대 4학기 한도, 대학 8학기 한도 지급", 또는 "대학교는 입학금과 최대 8학기 동안의 등록금을 지급한다." 등의 8학기 제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참가인은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을 인트라넷 사내 게시판에 공지하여 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가 제2 내지 6, 11 내지 13호증, 을나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리
법률행위에 따라 작성된 처분문서에 담긴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5호증, 을가 제7 내지 10호증, 을나 제9,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급조항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전액'의 지급 기간이 최대 8학기로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지급조항 본문은 '대학(전문대포함)에 입학하여 재학 중인 조합원의 자녀에게 다음과 같이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항 및 제2항에서는 '대학생 자녀 1명에 대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고 하고 있을 뿐, 그 등록금 지급 기간을 8학기로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여 재학 중인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그 객관적인 의미가 '(5·6년제 대학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을 "전액" 지급한다'는 것임이 문언상 명확하다. 따라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
참가인은 이 사건과 같이 단체협약의 문언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어 분쟁이 발생한 이상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그렇다면 실제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도 일단 어느 일방이 이견을 보여 분쟁으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인바, 위 주장은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2>
설령 피고와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단체협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라고 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지급조항의 등록금 지급 기간이 8학기로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단체협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문언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문언 내용,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등 참조).
먼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이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상 '국내 정규전문대학 및 국내 4년제 정규대학'이라는 문언을 2002년에 '대학(전문대포함)'으로 개정한 취지는 '4년제 대학의 8학기 지급'이라는 기존의 지급범위를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을 포함하는) 전액'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원고와 참가인이 1999년 체결한 단체협약상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은 원고 조합원의 자녀에 대한 대학 등록금 지급대상을 '국내 정규전문대학 및 국내 4년제 정규대학'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해당 문구는 2002년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대학(전문대포함)'으로 개정되었고, 이는 현재 시행 중인 이 사건 지급조항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편 등록금의 구체적인 지급 액수는 1999년 체결한 단체협약상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부터 이 사건 지급조항에 이르기까지 개정되지 않고 '전액'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록금의 지급 액수는 그대로 두면서도 지급대상을 확대하여 기존의 지급방식에 확연히 차이를 둠으로써 협약 당사자가 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서 4년제를 초과하는 '(5·6년제 대학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대학(전문대포함)'에 관하여 '전액'의 등록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001년, 2002년에 원고가 작성하여 참가인에 제시한 단체협약 개정요구안, 그리고 2001년, 2002년 원고와 참가인 간의 단체교섭 회의록에 의하면, 원고와 참가인이 '국내 정규전문대학 및 국내 4년제 정규대학'이라는 문언을 '대학(전문대포함)'으로 개정하는 것을 안건으로 제안하거나 논의한 내용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2002년에 원고가 작성한 단체협약 개정요구안에 의하면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의 개정 범위에 '지급대상인 조합원의 근속연한 조정(5년 이상 근속한 조합원의 중고등학생 자녀를 1명에서 2명으로 지급범위 확대)'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단체협약에 반영하기로 하여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규전문대학 및 국내 4년제 정규대학'이라는 용어를 '대학(전문대포함)'으로 통합하여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3> 이처럼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 중 대학생 자녀 등록금의 지급대상 및 지급범위 부분은 원고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개정된 것인바, 설령 적용되는 대학의 종류를 변경하는 것에 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이나 논의가 회의록상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의 문언, 특히 지급대상 및 지급범위를 전체적으로 원고에게 유리하게 개정한다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었다.
위 2002년 단체협약 개정 당시 회의록 등에 원고가 참가인에게 기존 '4년제 대학'이라는 지급대상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볼 만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향후에 조합원들의 자녀가 5·6년제 대학에 재학하거나 재입학 및 편입학을 하여 8학기를 초과하는 대학 등록금을 지급받아야 하는 사례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여 구체적으로 이 경우에도 초과 부분을 포함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명시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당위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 '4년제 대학'이라는 문구를 '대학'으로 바꾸어 8학기 초과 등록금 지급의 근거를 마련한 결과가 사용자인 참가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이는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논의의 대상으로조차 삼지 않은 참가인의 부주의에 따른 결과일 뿐 원고의 책임으로 돌릴 것은 아니다.
원고와 참가인은 1999년 처음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로 이 사건 지급조항에 이르기까지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의 최소 조건으로서 성적 기준 하향 조정, 학교나 타 기관으로부터의 장학금 중복 수령 허용, 해외 정규대학 등록금 지원 등 원고의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들이 상세하게 추가·증보되는 형태로 이 사건 기존 지급조항을 개정하여 왔다. 그럼에도 이 사건 지급조항 중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급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20여 년간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바,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명확하기도 함과 동시에 이의를 제기해볼 수 있는 측면이 있었음에도 이를 유지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 문언대로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급한다는 것이 원고와 참가인의 의사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
한편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급기준은 취업규칙에는 해당하나, 그 내용 중 대학 등록금 지급 기간을 최대 8학기로 제한한 부분은 단체협약상 이 사건 지급조항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므로, 이를 이 사건 지급조항에 대한 보충적 해석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따라서 참가인은 이 사건 지급기준을 근거로 8학기를 초과하는 등록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의 취업규칙 해당 여부
먼저 이 사건 지급기준을 포함한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이 참가인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하는 취업규칙이란 임금 등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이고 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준칙으로서 명칭은 불문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근로형태, 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83246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정하는 기업 내의 규범이기 때문에 신설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하여는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필요하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의 취지 참조). 그런데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둘 것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4조에 비추어 보면, 위 주지의 방법은 근로자 일반이 알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면 족하다.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 기존 지급기준은 참가인의 서울(본사)의 일반직 근로자들, 울산(공장)의 기능직 근로자들, 또는 전 일반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것인바, 각 집단에 포함된 일부 근로자들에 관하여 적용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지급기준은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전체에 관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이 근로자들에게 주지되지 않았으므로 취업규칙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은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인트라넷 사내 게시판에 다른 규정들과 함께 공지되어 있었고 일부 근로자들은 실제로 이를 열람하기도 한 점, ② 원고와 참가인 영주공장장이 2014. 10. 22.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서에 의하면 '해외유학 대학 학자금은 국내 동일계열 대학의 등록금을 상한으로 실비를 지급한다. 국내대학 동일계열 선정은 대학생 장학금 지급 지침(이 사건 기존 지급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도 늦어도 그 무렵부터는 이 사건 기존 지급기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4>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부 근로자들은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이 발생하였음에도 참가인에 8학기를 초과하는 부분의 지급을 요청하지 않았던 점, ④ 원고는 2019. 2.경 또는 2019. 12.경 이 사건 지급기준의 존재를 알고 바로 참가인에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당시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2020. 8. 13.경에서야 참가인에 공식적으로 이 사건 지급기준의 8학기 제한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은 취업규칙으로서 주지되어 있었다고는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지급기준은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이고 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참가인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준칙으로서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의 전부 내지 일부에 관하여 적용하는 취업규칙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다만 이 사건 각 지급기준 중 참가인이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전체에 관하여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제정·시행한 것은 이 사건 지급기준이 유일하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지급기준의 효력만을 살펴본다).<5>
이 사건 지급기준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은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지급기준은 단체협약상 이 사건 지급조항에서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고 명시한 것에 반하여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 지급을 '최대 8학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정한 것이다. 이는 참가인이 단체협약에 반하여 근로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고, 그 제정·시행 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원고나 근로자들과 협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지급기준이 인트라넷 사내 게시판에 공지되기는 하였으나 이를 실제로 열람한 근로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지급기준 중 등록금 지급 기간을 최대 8학기로 제한한 부분은 단체협약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나아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2002년 단체협약 개정 이후 참가인과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전체 간에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을 지급하는 기간을 최대 8학기로 제한한다는 것이 노사간에 하나의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기에 이른 이른바 노동관행으로 성립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의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관행이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0701 판결 등 참조).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이 발생한 경우 해당 근로자들이 참가인에 8학기를 초과하는 부분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참가인이 거부한 사례는 총 3건[5·6년제 대학 재학 2건,<6> 기타(재수강 학기) 1건]이 있었고, 참가인이 착오로 9학기 등록금을 지급한 뒤 이를 환수한 사례는 1건 있었으므로, 노동관행의 성립을 인정할 만한 표본이 충분히 쌓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일부 근로자들이 참가인의 지급거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7>는 사정만으로는 참가인과 소속 근로자들 전체 간에 노사관행의 성립요건인 규범의식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이 발생하였으나 근로자들이 참가인에 초과 부분의 지급요청 자체를 하지 않은 사례들의 경우에도, 단순히 해당 근로자들이 소극적으로 참가인에 그 지급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8학기 초과분의 미지급이 묵시적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참가인은 근로자들 대부분이 8학기 초과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의 지급 신청 내지 거절은 해당 근로자들의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 초과학기 수강 여부 등 자녀에 관한 내밀한 영역이므로 근로자들이 그 사실을 원고나 주변 근로자들에 널리 알렸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기존 지급기준의 경우, 취업규칙이라고는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만 한정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참가인과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전체 간에 노동관행이 성립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처음으로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전체를 적용대상으로 제정·시행된 이 사건 지급기준은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취업규칙에는 해당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참가인이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정한 것으로 그 제정·시행 과정에서 원고나 근로자들과의 협의를 거쳤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으므로, 설령 앞서 본 것과 달리 이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취업규칙이 제정·시행되고 있었다는 이유로 노동관행의 성립을 추단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① 이 사건 지급기준은 2002년 단체협약 개정 이후 약 16년이 지난 2018. 12. 1.에서야 제정·시행된 점, ② 원고는 2019. 2.경 또는 2019. 12.경 이 사건 지급기준의 존재를 알고 바로 참가인에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③ 설령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늦어도 2020. 8. 13.경에는 이메일을 통하여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지급기준이 시행된 이후 있었던 8학기 초과 대학 등록금 발생 사례는 2021년 있었던 이 사건 지급거부가 유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급기준에 포함된 8학기 제한 조항이 노사간에 하나의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지급조항은 노사간의 의사합치에 기해 성립한 단체협약에 명시된 것으로 '대학생 자녀에 대한 등록금을 전액 지급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게 드러나므로, 명확한 문언의 의미를 달리 볼 만한 객관적이고도 명백한 다른 근거가 없는 이상 그 자체로 명확하지 않아 대세적 효력이 없는 일부의 파편적 자료 및 이를 통해 도출된 주관적 추론 등만으로 이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지급조항을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2002년 단체협약 개정 당시 원고와 참가인의 의사는 문언 그대로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었고, 이를 달리 볼 명백한 근거도 없는 점, 취업규칙인 이 사건 지급기준 중 중 등록금 지급 기간을 최대 8학기로 제한한 부분은 단체협약인 이 사건 지급조항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이를 보충적 해석기준으로 삼아서는 아니 되는 점, 지급 기간을 8학기로 제한한다는 노동관행이 성립하였다고 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급조항의 문언과 달리 등록금 지급 기간이 8학기로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