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19. 4.경까지 레미콘 운전기사, 고속버스 운전기사, 석재 및 골재 운반기사 등으로 근무하였고, 2019. 2. 8.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일반적인 위 질병을 지칭할 때는 ‘COPD’라 하고, 원고의 COPD를 지칭할 때는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2019. 5. 23.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이라면서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0. 11. 9. 원고의 근무환경에서는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정도의 분진 노출량이 많지 않다는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을 들어 원고의 위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1. 4. 15. 기각되었고, 2021. 7. 8.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2. 2. 9. 재심사청구도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0, 11, 12호증(가지번포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의 요지
원고는 콘크리트 분진, 석재 분진, 배기가스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분진에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20년 넘게 근무하였고, 그로 인하여 중증의 COPD인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으며,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60세가 되기 전 발병한 것으로서 직업적 COPD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설령 원고가 상당한 정도의 흡연력이 있더라도 그러한 개인적 원인만으로는 COPD가 중증으로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흡연력 뿐만 아니라 원고가 근무환경에서 노출된 분진으로 발병하거나 적어도 그로 인하여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질병이라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갑 제2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9. 2. 8. B내과의원(이하 ‘원고 주치의’라 한다)에서 중증의 COPD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피고의 대전병원 특별진찰 당시 원고에 대한 폐기능검사에서, 기관지확장제 투여 이후 1초율이 1회차 28%, 2회차 30%로, 정상 예측치 대비 1초량이 1회차 33%, 2회차 34%로 나타나 중증의 COPD에 해당하는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10, 13, 1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발병하였다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직업환경연구원은 2014년경 디젤엔진 시내버스 4대에 대하여 실시한 역학조사와 2015년경 건설현장 덤프트럭 8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원고가 업무환경에서 노출된 분진 수준을 평가하였고, 위 기존 역학조사에 비추어 원고가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거나 시내버스를 운전하면서 노출된 유리규산 등 분진에 노출되는 수준은 이 사건 상병에 이를 정도로 높지는 않다고 평가하였다. 위 기존 역학조사의 조사 시기, 대상 등은 원고의 업무 환경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어 원고의 작업환경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일응 삼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기존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원고에게 노출된 분진 노출량이 적었다고 본 직업환경연구원의 위 평가는 타당하다고 보이고, 달리 이를 뒤집을 만한 자료는 없다.
나아가 이 법원 감정의(C병원)도 원고의 작업환경이 결정형 유리규산, 디젤엔진 배출물질이나 매연에 다소 노출되는 것일 수는 있으나, 이는 고농도의 분진 작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위 직업환경연구원의 평가 결과와 부합하는 소견을 밝혔다.
COPD의 원인이나 위험요인으로는 유전, 성, 호흡기 감염, 천식 등의 요인과 외부 환경적, 직업적 요인 등이 있으나 그 중 90% 이상의 COPD 사례에서는 흡연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고는 2018년까지 20년 이상 하루에 1갑(20개비)에서 2갑(40개비) 가량을 흡연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법원 감정의(D병원)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와는 약한 인과관계만이 있는 반면, 오히려 원고의 흡연력이 90% 이상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원고와 같은 정도의 흡연력만으로도 이 사건 상병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또다른 이 법원 감정의(C병원)도 흡연과 관련 있는 COPD의 경우 폐기종 병변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흡연과 관련되지 않은 COPD의 경우에는 폐기종 병변이 나타나지 않거나 매우 적은 범위에서만 발견되는데, 원고의 경우에는 폐기종 병변이 뚜렷이 나타나는 형태의 COPD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위 감정의도 원고의 업무내용으로 보아 업무가 COPD의 발병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고 오히려 원고의 흡연력이 이 사건 상병에 기여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았다.
COPD의 경우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에서 호발하되, 직업성 COPD의 경우에는 비직업성 COPD보다 조기에 발병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법원 C병원 감정의는 40~50대에서도 흡연자의 생물학적 감수성이나 과거 병력에 따라 심한 폐기능 장애가 동반되는 COPD가 발병할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는데, 원고도 2010년경부터 ‘상세불명의 천식’으로 진단받아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천식 병력과 흡연력의 영향으로 중증의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단지 COPD가 조기에 발병하였다는 특징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직업적 COPD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원고가 이미 2011년경에도 중증의 COPD를 진단받은 바 있는데, 원고는 그 이후 업무 환경에서 노출된 분진으로 인하여 위 기존 COPD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다고도 주장하나, 이 법원 감정의(C병원)는 2011년경 검사 결과와 이 사건 상병 진단 당시 검사 결과를 비교하였을 때 원고의 폐활량이 감소되는 정도는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반적인 COPD의 진행 경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견을 밝혔다. 따라서 2011년 COPD로 진단받은 이후 원고가 근무한 장소의 환경이 위 COPD의 악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