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2. 21. 선고 2022구단7010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3. 1. 1.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및 테스트 등의 업무를 하였다.

나.

원고는 2020. 3. 26.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 구급대에 의하여 같은 날 C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뇌내출혈', '편마비', '삼킴곤란', '사지의 통증, 양측 어깨 부위'(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를 진단받았다.

다.

원고는 2022. 3. 22.경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2. 7. 27.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바,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6,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2020. 3. 26. 직전에 2020. 4. 15.자 총선 관련 리서치에 투입되는 장비를 테스트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유지·관리 업무를 하면서 재해발생일 직전 1주일 동안의 근무시간이 그 전주에 비하여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몇 주 전부터 총선 여론조사 업무수행에 필요한 장비를 제작·구매·테스트 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의 중압감으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이 사건 상병 발생 전일인 2020. 3. 25. 일교차가 심하였던 점(최저기온 6.1°C, 최고기온 19.2°C), 원고의 회사는 낡고 오래된 건물에 제대로 된 난방시설을 갖추지 못하였고, 원고는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음, 모니터 화면의 불빛, 컴퓨터 및 장비들에 쌓여있는 먼지 등의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 발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원고의 근로관계 및 담당업무

-

근무시간: 주 6일, 월~금 09:30~18:30, 토 09:30~14:30(내지 15:30) 근무

-

휴게시간: 점심시간 60분

-

담당엽무: 산업용 PC·서버 수리 및 정비(컴퓨터 조립 및 테스트, 인스톨 작업 등)

2)

피고가 인정하는 원고의 업무시간

-

발병 전 1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 51시간 07분

-

발병 전 4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 51시간 26분

-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 46시간 18분

-

발병 전 12주간(발병 전 1주간 제외) 1주당 평균 업무시간: 45시간 51분

-

원고가 제출한 후불교통 이용내역을 토대로 업무시간을 산정함. 교통카드 이용내역 상의 지하철(버스)역 승하차 시간에서 사업장까지 도보로 소요되는 시간을 가감함(포털사이트 지도 검색 결과 도보 13분으로 확인되나, 계산의 편의를 위해 10분 가감). 점심 휴게시간 1시간, 20시 이상 야근 시 저녁휴게시간 30분 산정.

3)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원고의 건강검진 결과

-

2018. 7. 30.자 건강검진: 신장 166.3cm, 체중 73.1kg, 혈압 229/141mmHg, 공복 혈당 114mg/dL

4)

의학적 소견

가)

피고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나)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D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계 법령 및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는 한편, 그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 중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은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이라는 표제하에 제1항에서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별표 5의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속하는 질병에 걸린 경우 다음 각 호의 요건 모두에 해당하면 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는 한편, 그 각 호에 해당하는 요건으로서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제1호),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제2호),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제3호)을 각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 [별표 5]는 '1. 업무상 질병의 범위' 중 하나로 '사.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별표 3과 같다.'고 규정하고, 같은 시행령 [별표 3] 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위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1호 다목의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22-40호, 시행 2022. 7. 1.,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상당인과관계란 업무가 재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단순히 재해에 대한 조건관계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경험칙상 상대적으로 유력한 원인이 되는 관계일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23. 1. 12. 자 2022두60738 판결 참조).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8, 10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할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과로와 스트레스 등 업무상 요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원고의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②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원고의 총 업무시간은 51시간 07분으로 이 사건 발병 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 45시간 51분보다30% 이상 증가되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원고의 총 업무시간이 55시간17분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스스로 산정한 근무시간 산정 내역(갑 제1호증)을 제출하였다. 위 근무시간 산정 내역의 근로시간은 원고의 교통카드 이용내역을 바탕으로 원고가 출근시 버스나 지하철에서 하차한 시간부터 퇴근 시 버스나 지하철에 승차한 시간까지의 시간에서, 역에서 이 사건 사업장까지 오가는데 걸리는 시간 평균 20분(편도 10분)과 휴게시간 1시간 내지 1시간 30분을 제외하고 산정하였는데, 원고가 퇴근 시 버스나 지하철에서 하차한 시간을 승차한 시간으로 잘못 계산하였다[예컨대, 후불교통 이용내역(갑 제10호증)의 2020. 3. 25. 오후 원고의 지하철 승차시간은 19:27이고, 하차시간은 19:57인데, 원고는 2020. 3. 25. 퇴근승차시간을 19:57로 기재하여 근무시간 산정 내역(갑 제1호증)을 작성하였다]. 따라서 근무시간 산정 내역(갑 제1호증)을 바탕으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③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 및 12주 동안 원고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은 각 51시간 26분, 46시간 18분으로 이 사건 고시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거나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된 근로시간(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또는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미치지 못한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 평균 업무시간이 53시간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스스로 산정한 근무시간 산정 내역(갑 제1호증)을 제출하였으나, 위 ②항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④

원고는 업무수행 중 이 사건 고시 1. 다. 2)에서 정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 중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사무실 사진(갑 제8호증)을 제출하였는데, 원고가 제출한 위 사진만으로는 사무실의 한랭한 정도 내지 온도변화, 소음의 정도를 알 수 없어 원고가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노출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는 '원고의 업무정도를 정신적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소견을 밝혔고, 피고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에서도 '유해한 작업환경요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이었다.

⑤

일반적인 뇌내출혈의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동맥경화증, 뇌동정맥기형 등이 있다.

원고에 대한 2018. 7. 30.자 건강검진 결과 원고의 혈압은 229/141mmHg으로 매우 높은 상태였는데, 원고는 위 건강검진 이후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무렵까지 고혈압에 관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고가 보유하였던 개인적인 위험인자를 고려하여 보면, 원고의 체질적·내재적 요인에 기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및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 또한 '원고의 건강검진 자료를 보았을 때, 치료하지 않은, 심한 고혈압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했을 것으로 본다. 과체중과 복부비만 등이 동맥경화증을 악화하여 이 사건 질병의 발병의 촉진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는 소견을 밝혔고, 이는 피고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와도 부합하는바,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을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를 전체적으로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준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