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0. 17. 선고 2022구단7223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이하 ‘B’이라 한다)와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5G’ 통신 중 계기 설치 1건당 3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후 2019. 8. 14.부터 2019. 8. 21.까지 중계기 설치 작업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2019. 8. 31.부터 다시 위 작업을 수행하던 중 2019. 9. 1. 여수시 C에서 5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이로 인해 원고는 ‘우측 족근관절 탈구, 우측 족근관절 삼각인대 및 원위 경비인대 파열, 우측 족근관절 삼각인대 및 경비인대 파열, 좌측 제3수지 중위지골 기저부 견열골절, 우측 하퇴부 비골신경 손상’ 등의 부상을 당하였다.

나.

원고는 위 부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전제로 2022. 8. 25.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는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지 않았고, 고정급 없이 본인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아 이를 임금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작업에 필요한 근로자 채용에 자율성이 보장되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조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2022. 9. 1.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B의 일용직 근로자로서, B이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으로부터 도급받은 중계기 설치 작업을 수행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있으나, ① 원고의 작업 일정과 내용이 모두 D에 의해 결정되었고 작업 후에는 D에 보고까지 이루어졌던 점, ② 원고의 근무 장소와 출근 시간, 휴무일 또한 사실상 D에 의해 결정되었고, 작업에 필요한 비품, 자재, 공구도 D 등으로부터 지급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이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6, 7호증, 을 제1, 2, 6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가)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전인 2020. 1. 2.경 피고의 여수지사에 출석하여, ‘중계기 설치 작업 기간 동안 출퇴근 보고를 따로 하지 않았으며, 작업 중에도 근태 관리를 받지 않았다.’며 명확하게 진술하였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 내역(갑 제6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B이나 D 측에 사전 통지 등 절차 없이 임의로 휴무하였음도 확인된다. 나아가 원고는 당일 예정된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더라도, 그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도 않았다.

한편 원고가 작업 과정에서 D 관리자 E으로부터 작업 내용이나 방법 등이 기재된 ‘시트지’를 건네받고, 작업 후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위 E에게 보고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이는 도급인인 D이 자신이 도급한 중계기 설치 작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그 완료를 검수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보일 뿐, 원고에 대한 지휘·감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그 지시의 적극성, 구체성, 강제성 등이 현저히 떨어진다.

요컨대, 원고는 중계기 설치 작업 수행에 있어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받았고, 이는 일용직 근로자와의 업무 수행 형태와도 구분될 정도이다.

나)

원고가 중계기 설치 작업의 대가로 ‘1건당’ 3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즉, 원고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오로지 중계기 설치 작업의 완성을 이유로 돈을 지급받았던 셈이다. 게다가 피고의 재해조사서나 B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위 30만 원에서 B의 수수료 10%, 사업소득세 3.3%가 공제된 후 차액이 원고의 계좌로 지급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작업 초반에는 원고 스스로 작업이 서툴다며 위 30만 원 중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다른 작업자인 F에게 나누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만일 위 30만 원이 원고의 근로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었다면, 거기서 B의 수수료, 사업소득세가 공제되지 않았을 것이고, 작업이 서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나눠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존재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즉, 원고가 지급받기로 한 금액은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대가라기보다는 일의 완성과 결부된 대가였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다)

처분의 경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고는 2019. 8. 14.부터 2019. 8. 21.까지, 2019. 8. 31.부터 이 사건 사고일까지 중계기 설치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계속적으로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것은 각 작업 기간 사이에 별개의 현장에서 다른 작업을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일 무렵 ‘작업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임의로 다른 작업자 2명을 데려온 사실도 있다. 원고가 2018. 1. 29.부터 ‘G’라는 상호로 건설업(전기공사)을 하여 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원고는 자기 영업의 일환으로 여러 현장에서 전기공사 관련 작업을 수행하고 이를 위해 제3자를 고용하려 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라)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무렵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B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에 관해서는 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까지 발행되어 있다.

마)

원고가 중계기 설치 작업시 필요한 비품, 공구 등을 D, B으로부터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근로자성을 인정할 만한 하나의 간접 정황에 불과할 뿐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앞서 언급한 사정들을 배척하고 원고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윤상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